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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요셉 신부님 | 예수님이 목자시라면 나는 양인가? 그럼 문지기는? | 부활 제4주간 월요일, 2024 04 22

松竹/김철이 2024. 4. 22. 07:08

[예수님이 목자시라면 나는 양인가? 그럼 문지기는?] 부활 제4주간 월요일, 2024 04 22, 전삼용 요셉 신부님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7EHP0f0OtSE

 

 

 

 

2024년 나해 부활 제4주간 월요일 – 예수님이 목자시라면 나는 양인가? 그럼 문지기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착한 목자로 등장하십니다. 양들은 목자의 목소리를 듣고 그를 따라갑니다. 이는 마치 어머니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아이들과 같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목소리를 헛갈릴 수 없습니다.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목자의 부르심은 마치 “마리아야!”라고 예수님께서 부르신 목소리와 같습니다. 이것으로 아이는 어머니의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됩니다. 
그렇게 부르심을 받은 이들의 특징은 ‘두려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어머니로 여기는 이들은 어머니의 보호를 받으면서 절대 두려워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목자는 한 명입니다. 어머니가 하나인 것처럼. 어머니가 여럿일 수 없듯, 아버지께 가는 길도 하나입니다. 따라서 종교다원주의와 같은 생각은 잘못되었습니다. 잘못된 어머니를 좇아가면 잘못된 아버지를 만날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은 오로지 착한 목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이뤄집니다. 예수님은 생명의 풀밭에 들어가는 유일한 문이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입니까? 양들일까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양들이라면 예수님의 음성을 듣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을 따른다면 우리는 무언가 다른 존재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부르심을 받은 양들은 예수님을 따라가는데,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예수님과 같은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유일한 목자와는 구별되는 일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 따르면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문지기’입니다. 문지기는 양들을 모아놓고 그리스도께서 불러주시기를 기다리는 이들입니다. 제가 다른 신부님과 몇 명의 평신도분들과 함께 시작한 작은 공동체 모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여서 미사하고 음식을 나누고 삶을 나눕니다. 가끔은 힘든 일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가끔은 기쁘게 웃고 떠들기도 합니다. 
이 공동체에서 나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공동체가 미사를 하고 나눔을 하기에 그 직무를 담당합니다. 미사와 나눔이 빠지면 이 공동체는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사제로서 이 공동체의 울타리가 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공동체에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 아직 세례받지 않은 사람, 혹은 세례받았더라도 오랜 냉담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들은 다양합니다. 
그런데 근래에 와서 불교를 믿던 한 자매가 명동성당에서 교리를 받고 있다는 말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 자매는 이번 모임 때 30년 만에 고해성사했다고 말했습니다. 부활 전에 모임을 하고 헤어질 때 제가 “이번 부활 땐 꼭 미사 나가세요!”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이 하나의 명령처럼 들렸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무슨 큰 죄를 지었는지, 혹은 고해성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고민하며 망설였는데 막상 고해성사하고 성체를 영해 보니 그동안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사실 그 말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말씀을 그리스도께서 해 주셨다고 믿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이름을 부르신 것입니다. 30년 만에 성체를 영한 그분은 한없는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문지기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그리스도께서 이름을 불러주실 때까지 양들을 지키는 역할입니다. 공동체가 유지되게 하는 역할입니다.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시며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우는 역할은 참 목자이신 그리스도께서 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름을 불린 이는 새롭게 공동체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됩니다. 이리나 거짓 목자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참 목자에게는 문을 열어주기 위해 기다리는. 
저도 교사회를 하다가 교사 피정에서 주님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사제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이후에는 뒤돌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나 나를 묶어 주는 공동체가 없었다면 그 부르심을 받는 게 가능했을까요? 우리에겐 주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엮어주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이미 부르심을 받은 우리는 부르심을 기다리는 양들이 아닌, 양 우리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