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얘야, 두려워하지 마라

松竹/김철이 2024. 3. 19. 12:33
얘야, 두려워하지 마라

 

 

누군가에게 힘과 기쁨이 되는 길을 걸어갈 수 있다는 것 은 너무나 행복한 일입니다. 저는 찬양을 통해 주님의 사랑 을 나눌 수 있기에 행복합니다. 하지만 성가 가수로서 그 길 을 걸어가기란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좌절할 때도 많 았고, 상처를 받아 누군가에게 기대어 울고 싶을 때도 많 았습니다. 그 무렵, 청년들을 위해 특별히 기획했다는 어 느 피정에 참석해 보라는 초대를 받았지만 저는 마음에 여 유가 없어 몇 차례 계속 미루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이 들어 2014년쯤 해당 피 정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체험을 나눠볼까 합니다.

 

성체조배 때였습니다. 기도를 드리던 중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걱정, 두려움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앞으로 성가 가수 활동만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결혼하고 나서 경제적으로 가족들을 책임지며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늘 좋은 것을 준비하셔서 행복한 삶 으로 이끌어 주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 시간에는 그분께 이런저런 투정을 하며 속마음을 얘기하고 싶었습니 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제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은총을 주시고 기쁨으로 초대해 주셔서 감 사드립니다. 하지만 이제 다른 일을 하면 어떨까요? 제게 잘 맞는 안정적인 일을 하면서 삶을 꾸려나가 보려 합니다.’ 그런데 그때, 기도하고 있는 제 손 위에 십자가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이젠 그만하 려고요,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요.”라는 말을 할 때마다 그 십자가는 점점 더 커져 무겁게 느껴졌고, 저를 힘들게 하였 으며 끝내 어지러워 속이 안 좋아질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결국 너무 힘이 들어서 “죄송합니다. 그대로 열심히 찬 최준익 막시모 | 가톨릭 찬양 사도 르던 십자가의 무게가 느껴지는 대신, 많은 걱정으로 집중 하지 못했던 마음이 평화로워지면서 그곳에 계속 머무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십자가를 피하려고만 했던 저 에게 주님은 ‘그 고통으로 나의 사명에 동참할 수 있다.’라는 말씀을 해 주시는 것 같았고, 주님께서 함께 걸어가 주셨기 에 그간 저에게 주어졌던 작고 큰 십자가를 견뎌낼 수 있었 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 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34)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무겁게만 느껴 질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 십자가를 피하지 않고 오롯 이 제 일부로 받아들일 때 그 십자가는 하느님을 향해 나 아가는 구원의 도구, 사랑의 도구가 될 거라 확신합니다. 저 자신을 조금 더 내려놓고, 욕심을 비워낸 그 자리에 사 랑을 채워 나가는 과정이 십자가가 주는 은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 자신을 비움으로써 사랑으로 다가오시는 그분께 온전히 자리를 내어드리고 그분만이 주실 수 있는 온전한 자유와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되길 간 절히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