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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삼용 요셉 신부님(수원교구 조원동 주교좌 성당 주임) | 주일복음 특강 |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는 위선적일 수 없다 I 연중 제31주일, 강론 2023.11.5

松竹/김철이 2023. 11. 5. 07:13

[주일복음 특강]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는 위선적일 수 없다 I 연중 제31주일 강론 2023.11.5 I 전삼용 요셉 신부님(수원교구 조원동 주교좌 성당 주임) I 천주교/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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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 연중 제31주일 – 불가능에 도전하는 이는 위선적일 수 없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위선을 질책하십니다. 그들은 말은 하고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기는 잘하고 인사받기 좋아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가르치는 것을 실천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서 그렇게 보이려는 것을 ‘위선’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운가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자기 몸을 무화과잎으로 가리기 시작한 이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죄는 교만에서 시작되고 교만은 우리를 위선자로 만들기에 이 죄에서 벗어나려면 솔직해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솔직해지면 다른 이들이 나를 무시함으로 겸손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천에 사시는 한 할머니가 병원장 사모님으로서 잘 나갈 때 의료사고가 터져서 병원문을 닫을 수 있는 상황에 부닥쳤습니다. 그때 가장 두려웠던 것은 망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친구들에게 비웃음당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돈이 있다고 많이 자랑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위해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이러저러하게 보이려 살아가는 것입니다. 세상 시선의 노예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고. 

 교회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영화 ‘스포트라이트’(2015)는 미국 가톨릭교회가 오랫동안 성직자들의 아동 성추행을 은폐해 온 사실을 신문기자들이 밝혀내는 내용입니다. 우리로서는 매우 자존심 상하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했고 실제로 이 사건을 통해 미국 가톨릭교회가 상당한 물적 정신적 타격을 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왜 교회는 솔직하지 못했을까요? 하느님을 완전히 믿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세상의 시선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세상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봐야 자기 힘으로는 모두를 속일 수 없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나뭇잎으로 가리던 서로의 부끄러움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느님께서 만들어주신 가죽옷을 입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가죽옷이 바로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를 입는다는 말은 세상과 다른 새로운 존재로 태어남을 의미합니다. 이 지상 시스템 안에 속해서는 세상 시선에 절대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보고 물 위로 뛰어내렸습니다. 그래야 배에 타고 있을 때보다 자유로워집니다. 같은 배에 타고 있으면 아무래도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이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그들의 반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물 위로 뛰어내리면 이제 물 위를 제대로 걷지 못하지만, 그리도 예수님을 닮아가는 자신에게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타인을 신경 쓸 겨를이 없습니다. 이렇듯 그리스도 덕분으로 새롭고 불가능한 일에 도전할 때 이 지상 사람들과 다른 위치에서 살게 됩니다. 그러면 그들의 판단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집니다. 

 위 병원장 사모님도 십자가의 길을 하다가 제4처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만나실 때, 예수님께서 “사랑한다”라는 말을 해주셨고 그 이후로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창피해서 나가지 못하던 본당에 나가 먼저 화장실 청소를 하였습니다. 병원장 사모님이 성당 화장실 변기를 매일 닦으면서도 기쁠 수 있었습니다. 병원이 망해도, 친구들이 비웃어도 상관없었습니다. 그런 것과 무관한 존재가 될 하느님 사랑을 입었기 때문입니다. 

 타인의 시선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방법은 이렇듯 하느님 사랑을 믿고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입니다. 마더 데레사는 아무 능력이 없는 작은 수녀로서 모든 가난한 이들을 먹이고 입히겠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비웃음에 무관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동전 몇 개만 가지고 담대히 커다란 가난한 이들을 위한 병원을 짓겠다고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결국 수녀님의 말대로 병원이 지어지는 것을 본 세상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여 세상 비웃음에 맞서봅시다. 버락 오바마는 학교에서 장차 무엇이 되고 싶냐고 물을 때 항상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흑인 아이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말하면 대부분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들의 무시에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믿음으로 물 위를 걷는 다른 존재가 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겐 성체성사가 있습니다. 우리를 다른 존재로 만들어주는 가죽옷입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이 없습니다. 세상의 시선에 지배받는 노예 생활로 생을 마감할 것인지, 아니면 불가능에 도전하며 세상을 이길 것인지는 우리 선택에 달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