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나의 겸손함의 점수는?” | 소명섭 바오로 신부님 (교구 청소년교육국장)

松竹/김철이 2023. 11. 1. 10:30

“나의 겸손함의 점수는?”

 

                                                                  소명섭 바오로 신부님 (교구 청소년교육국장)

 

 

이병호 주교님(제7대 전주교 구장)께서는 방학하고 인사를 하러 온 신학생들에게 항상 말씀묵상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러한 가르침 중에서 기억나 는 것이 있다면, 전례 때에 봉독되는 1독서, 2독서 그리 고 복음의 순서로 묵상하기보다 때로는 저작의 시 간적 순서인 1독서, 복음 그리고 2독서 순으로 묵 상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1독서인 말라키 예언서는 구약의 맨 마지 막에 나옵니다. 성경 안에서의 위치상으로나 의미 상으로 우리에게 종말론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 다. 이는 전례력으로 마지막 달을 보내고 있는 우 리에게, 한 해를 되돌아보며 어떻게 마무리할 것 인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특히 독서 끝에 나오 는 “어찌하여 우리는 서로 배신하며 우리 조상들의 계약 을 더럽히는가?”(말라 2,10)라는 말씀은, 우 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깨뜨 리며 저지른 중대한 잘 못 중에 하 나가 이웃에 대한 잘못임을 강조합니다. 이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한 해를 되돌아보며 하느님과의 화해를 위한 시작의 단초 가 이웃과의 관계를 짚어보는 것임을 의미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 이들로 대표되는 당시 지도자들의 위선과 교만을 비판하시며, 군중들과 제자들에게 겸손과 봉사로 서 이웃과 관계 맺으며 하느님 안에서 하나 되도 록 당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가르침을 자신의 삶 안에서 그대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분께 서는 여러 사람들을 가르치고, 때로는 내적·육적 으로 치유해 주시며 참된 스승으로서의 삶을 사 셨습니다. 또한 무릎 꿇고 몸소 자신을 낮추시며 겸손한 봉사자의 본보기를 보여주시기도 하셨습 니다.

 

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지도자로서 “어머니 처럼 온화하게”(1테살 2,7) 형제들을 대하고, 일상 안에서는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 서”(1테살 2,9) 공동체와 함께 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이는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더욱이 지도자의 역할을 맡은 예수님의 제자라면 더욱더 예수님의 겸손을 따라 공동체의 봉사자가 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 안에서, 가정 안에서 그리고 사회 생활 안에서 우리는 각자 여러 사람들과 관계 맺 고 다양한 역할을 맡아 살아왔습니다. 전례력으 로 마지막 달을 시작하는 우리는 한 해 동안의 삶 을 되돌아보며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러한 묵상의 시작을, 이번에는 특별히 겸손 한 목자 예수님을 생각하며, 그 삶을 온전히 본받 고자 노력했던 바오로 사도를 떠올리며 “나의 겸 손함은 몇 점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해 보면 어 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