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십자가를 함께 메고 가시는 주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 김병조 프란치스코 신부님(대야성당)

松竹/김철이 2023. 9. 1. 08:46

십자가를 함께 메고 가시는 주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

 

                                                               김병조 프란치스코 신부님(대야성당)

 

 

해외 성지순례 중 십자가 의 길 기도를 하다가 만났던 한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그 곳은 높은 돌산이었습니다. 날카로운 돌이 14처의 길을 오르는 사람들의 발을 아프 게 했고 땀이 온몸을 적셨습 니다. 저마다 마음의 짐들과 삶의 고통을 안은 이 들이 함께 올라갔습니다.

 

10처 정도 왔을 때, 한 어머니와 마주치게 되었 습니다. 장애를 앓고 있는 성인 아들을 등에 업고 힘겹게 십자가의 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바람이 불면 넘어질 듯 작고 가녀린 체구였습니 다. 비틀거리며 아들을 업고 가는 엄마의 몸에선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두 사람을 지탱하는 연약 한 맨발의 다리는 부러질 듯 부들부들 떨렸습니 다. 엄마의 등에 업힌 장애 아들은 어림잡아 몸무 게가 백 킬로가 훨씬 넘어 보였습니다. 그 역시 힘 겹게 두 팔로 엄마의 목을 꽉 감싸며 거친 숨소리 를 내 쉬고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힘들게 올라오는 모자를 도와주 기 위해 다가갔을 때,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 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미소는 당신들의 도 움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예수 님께서 저와 함께 아들을 업고 가니 괜찮다’라는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이를 보던 사람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고 머리를 숙이며 그녀를 응원했습니 다. 그리고 저마다의 십자가를 안고 다시 산을 올 랐습니다. 14처를 마치고 바위에 앉아있을 때, 같 이 갔던 이들이 한 명씩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들의 십자가가 가장 크고 무거워 힘든 줄 알 았는데, 장애 아들을 업고 오르는 엄마를 보니 자 신의 십자가가 작아 보였겠지요. 그리고 주님께서 나와 함께 걸어가신다는 것을 믿지 못했던 것을 가슴 아파하며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

 

십자가는 분명 무겁습니다. 누구의 십자가가 덜 무겁고, 더 무겁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어느 십자가든 모두 무겁고 고통스럽습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많은 말을 건네줍니다. 예수님은 우리에 게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자신을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크고 무거운 십자가를 혼자만의 힘으로 메고 걸어갈 수 있을까요?

 

연약한 어머니가 백 킬로가 넘는 장애 아들을 업고 돌산을 오르는 것은 여인의 힘으로는 불가 능합니다. 그녀 역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자신 이 결코 할 수 없다는 것을요. 그녀는 예수님이 함 께 올라가 주실 것을 믿었기에 한 걸음씩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그 십자가를 얼마나 버리고 싶었 을까요. 무겁고 고통스러워 몇 번이고 십자가를 중간에 내려놓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그녀는 길이 끝나는 곳까지 십자가를 내려놓지 않았습니 다. 자신과 함께 이 십자가를 메고 가시는 예수님 을 믿었던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예수님은 우리가 지금 지고 가는 십자가를 그냥 바라만 보시는 게 아니라 우리와 같이 메고 걸어가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믿으 십시오. 우리의 힘만으로는 결코 지고 갈 수 없는 십자가를 함께 메고 가시는 주님의 사랑을 믿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