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됩니다
현우석 스테파노 신부님
어려서부터 자주 들어온 말이 있습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라!’ 좋은 말이고, 그래서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들 생각합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거의 100%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 바로 ‘학력 콤플렉스’라는 게 있 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이상한 건 모두들 서울대 입학을 목표로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한다는 사실입니 다. 실제로 서울대에 갈 수 있는 비율은 1%도 안 되지요. 이렇게 희박한 가능성을 두고 모든 학생이 같은 마음을 먹는 건 그만큼 우리 사회가 행복을 성적순으로 가르는 곳이라는 얘기일 것입니다.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그러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공식을 체화한 우리에게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일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가치관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반드시 돈만을 위해서 그런다 는 건 아니지만, 돈 이외의 가치 비중이 줄어든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의식, ‘어려 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인식 수준이 OECD 국가 중 최고로 낮다고 하니 말입니다. 이젠 정말로 공부를 잘하면 모든 게 OK인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항상 최선 을 다한다’는 게 가능은 한 일일까요? 혹시 그런 생각이 오히려 우리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닐까요? 실은 저도 최선을 다해 살아서 신자들과 동료 사제들에게 인정받는 신부가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그렇 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름 애쓰며 지금까지 살아왔지요. 그럼에도 언제나 단점과 부족 함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반면, 제 장점과 탈렌트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좋은 신부의 기준은 언제나 저를 앞서갔지요.
그렇다고 해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삶은 불가능합니다. 어쩌면 불가능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애쓰는 것처 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겁니다. 만일 계속 그렇게 한다면, 부작용이 안 생길 수가 없습니다. ‘난 더 잘해야 해. 그래야 내가 원하는 만큼 인정받을 수 있어.’ 이런 외침은 실현 불가능할뿐더러 마음의 평화를 빼앗아 갈 뿐입니다.
그렇다면,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항상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됩 니다. 아니,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80%의 힘으로 사는 걸 제안합니다. 실은 이렇게만 살아도 잘 사 는 거랍니다. 그러다 100%의 힘을 써야 할 때가 되면 최선을 다하고, 그 상황이 지나면 다시 80%로 돌아 가는 거죠.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그토록 바라던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려놔야 합니다. 그리고 80% 로 살아도, 아주 가끔만 100%로 살아도 충분히 좋은 내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하면 됩니다. 그래도 충분히 좋은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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