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 현우석 스테파노 신부님

松竹/김철이 2023. 6. 29. 09:03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

 

                                                                      현우석 스테파노 신부님

 

 

하느님과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아버지와 자녀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며 그 분을 친밀하게 느낄 수 있죠.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그분의 자녀가 됩니다. 아버지는 이 세상에서 누구를 가장 사랑할까요? 당연히 자녀겠죠. 그밖에 다른 누구 또는 무엇을 더 사랑한다면 좋은 아버지가 아닐 것입니다.

 

저는 기도할 때, “사랑하는 하느님 아버지,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들 우석입니다.” 하고 시작합니다. 혹시 “사랑스러운”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누가 사랑스럽다고 할 땐 그가 사랑스러운 행 동을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하느님 앞에서 사랑스러운 행동만 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기에, 감히 나 자신에게 사랑스럽다는 표현을 쓰기가 조금 송구스럽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아버지시기에 자녀인 나 를 사랑스럽게 보십니다. 비록 우리가 말을 잘 안 듣더라도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버지이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자녀가 사랑스럽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하는 사랑스러운 ‘행동’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그 자체로 사 랑스러운 ‘존재’로 받아들이시는 덕분입니다.

 

그럼,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스러운 자녀로 여기시는데, 우리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는지요? 나 자 신이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느끼는지 말입니다. 가끔 고해성사에 관해 설명할 때, 이런 말씀을 드리곤 합니 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죄를 용서해주셨는데도 용서받은 사람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 결코 죄의 무게 에서 해방될 수 없다!’ 하느님께서 자비로이 용서하시는데 그 평화가 내 마음에까지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 니다. 그래서 저는 저 자신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나를 지으신 아버지께서 우선 그렇게 바 라보시고,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길 원하시리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우리는 자주 주도권이 항상 하느님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 각자는 그분의 협력자일 뿐이라고 덧 붙입니다. 하지만 이게 말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삶의 주도권을 하느님께서 갖고 계신다는 걸 진심으 로 인정하는 건 정말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하느님 아버지께 주도권을 드려야 한다고 반드시 말하고 싶습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나를 당신의 사랑스러운 아들딸로 여기신다!’ ‘만물의 창조주시고 사람을 지어내신 하느님께서 그렇다고 하시는데, 감히 내가 그 뜻을 거부할 수는 없다!’

 

나 자신을 사랑스러운 존재로 여기면, 자기 자신을 좋게 바라보게 됩니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뀌는 거죠. 우리는 자기 자신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도 우리를 그렇게 사랑 해주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십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시선을 생각하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용기 내어 바라본다면, 나 자신이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깨달을 수 있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하느님 아버지와 내가 보기에, 나는 사랑스러운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