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하늘나라에 대한 가설 | 현우석 스테파노 신부님

松竹/김철이 2023. 6. 12. 11:15

하늘나라에 대한 가설

 

                                                         현우석 스테파노 신부님

 

 

오늘은 하늘나라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죽으면 가게 된다고 믿는 하늘나라 말입니다. 아쉽게도 우 리는 하느님에게서 천국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를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하늘나라가 어떤 곳인지?’ ‘나는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지?’ 이런 점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만 그런가요?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라고 할 때, 지금의 육신을 가지고 영원히 존재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재의 수요일, 머리에 재를 얹으며 듣는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하는 말은 한 계를 지닌 육체의 근본적 속성에 대해 말해줍니다. 육신과 함께하는 현세의 삶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겁 니다. 육체가 정지하는 순간, 그다음 우리의 영혼은 또 다른 형태로 하늘나라에서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하느님께 자유의지를 받았습니다. 이로써 그분의 꼭두각시가 아니라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 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죽음 이후, 우리는 자유의지를 계속 지니게 될까요? 당연히 그럴 겁니 다. 사랑의 관계에서 자유가 없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 것이고,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건 영원한 사랑을 누린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자유의지는 ‘심판’에서도 작용할 겁니다. 죽은 다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다 알게 해 주시면서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용서해주시겠지요. ‘성령을 모독한 죄 빼고는 모두 용서해주신다.’(마태 12,31 참조)라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죄라고 생각하지 않은 잘못도 알게 된다는 건데, 그 편차가 심 하면 심할수록 많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어느 정치인이 자기 책임과 권한으로 많은 이에게 치명적인 고통을 주었는데도, 정작 본인은 올 바른 정치를 했다고 믿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하느님께서 그건 잘못이고 용서해주겠다고 하신다면, 굉 장히 당혹스러울 것입니다. 자신이 잘했다고 철석같이 생각했던 일을 잘못이라고 하는 거니까요. 여기서 그가 자유의지로 하느님의 용서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만일 그런다면, 그는 하느님의 사랑을 거부 하고 자기 아집에 사로잡혀 잘못된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상태가 바로 지옥이 아닐 까 싶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와의 관계가 끊어져서 그분 사랑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 말이죠.

 

그렇다면, 현세에서 하느님과 멀어지는 삶 역시 지옥과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경험하듯 이, 하느님과 멀어질수록 우리는 공허함과 무기력 그리고 무가치함을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받은 사랑을 당연하게만 여길 것이 아니라, 주변 이웃 형제자매들을 통해 하느님의 사랑이 전해왔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나 자신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달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을 전할 능력 이 있는 자녀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는 은총도 청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