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성체성혈 대축일” | 차광철 베다 신부님(점촌 본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3. 6. 11. 08:45

“성체성혈 대축일”

 

                                         차광철 베다 신부님(점촌 본당 주임) 

 

 

살면서 간혹 “하느님은 현존하시는가?”에 대한 질문을 열심한 신자든지 열심하지 않던지 삶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두 번쯤은 의심해본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매일 포도주와 빵이 하느님의 피와 살로 변화되는 기적이 있는 미사를 곁에 두고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시큰둥하니 의심조차도 귀찮아하는 우리의 삶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사제는 자신의 귀함이 사제 직분으로서의 귀함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 큰 기적을 직접적으로 생성하는 귀함을 잊을 때도 있는 듯합니다.

 

예수 부활 소식을 듣고도 예수님의 상처에 자신의 손을 넣어보아야 믿을 수 있겠다는 의심을 하던 토마스처럼 간절함 조차도 잊은 채 예수님의 거룩한 피와 거룩한 몸의 현존이 일상의 일로 치부되고 있음도 성찰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성체의 기적이 일어난 이탈리아의 란치아노를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전해오는 일화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1,200 년 전 즉, 8세기경 어느 날 바실리오 수도회의 한 사제가 란치아노시에 있는 성 론지노에 봉헌된 성당에서 로마 가톨릭교회의 전례 양식에 따라 미사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성체 축성을 하면서 그 사제는 ‘성체 안에 예수님께서 참으로 현존하고 계신가?’에 대해 불현듯 의심하였습니다. 그 순간 제병은 살로 변하였고, 포도주는 피로 변하여 응고되어 각각 다른 모양과 크기의 다섯 부분으로 나뉘었습니다. 너무 놀란 신부는 “오! 내 주님이시며 내 하느님이십니다.”라고 부르짖으며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이 수사 신부는 너무나 당혹하여 처음에는 이 사실을 숨기려 하였으나 더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몇몇 신자들에게 밝히게 되었고, 직접 목격한 신자들이 이 소식을 도시 전체에 전하였습니다. 12세기가 지난 지금도 성체와 성혈은 란치아노 성당의 기존 제대 위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성체의 과학적인 분석으로는 사람의 피이며 심장의 한 조직이라고 밝혀졌습니다.

 

저는 이 성당이 거룩한 기적의 현장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미 성체성사 자체가 기적이며 우리를 살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란치아노의 기적은 부활을 의심하던 이들에게 나타나셔서 “너의 손을 내 옆구리와 내 손의 상처에 넣어보아라”라고 말씀하시던 예수님이 연상됩니다

 

성체의 기적은 믿고 싶어서 의심하던 이들에게, 평화를 위해서 당신의 현존을 드러내신 사랑의 사건입니다. 기적에 기적을 요구하지 않고 우리에게 사랑으로 다가오는 성체 성혈의 신비에 감사하며 거룩한 선물로 받아내는 우리의 신앙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