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 방종우 야고보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松竹/김철이 2023. 6. 10. 09:44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방종우 야고보 신부님(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은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 요. 특별히 박사 과정 동안 제가 받았던 느낌은 지식이 쌓 여간다기보다 하루하루 제 자신이 소진되고 있다는 것이 었어요. 온종일 쓴 논문의 양이 성에 차지 않거나 어떻게 논리를 전개해야 할지 막혀버리면 정말이지 눈앞이 캄캄 하고 숨이 막혔답니다. 무엇보다 저를 힘들게 한 것은 이 과정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다는 막막함이었어요. 한 마디로 그 시기의 저는 하루하루 불행하고 불안했지요.

 

그 과정을 거쳐 공부를 마치게 됐을 때 저는 알 수 있었 어요. 저 혼자만의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제 자신이 보잘것없어 보일 때, 주저앉고 싶을 때 저를 지 탱해 준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어머니의 기도와 신자분들 의 응원, 함께 공부한 동료들의 마음까지 수많은 도움이 있었답니다. 만약 이러한 사랑이 없었다면 저는 결코 공부 를 마칠 수 없었을 거예요.

 

여기서 질문을 하나 드리고 싶어요. 사람은 과연 무엇으 로 살까요? 당연히 우리는 밥을 먹고 살죠. 하지만 그 밥 은 단순히 쌀로 지은 음식물이 아니에요. 거기에는 농부 들의 땀과 정성이 깃들어 있고, 벼가 자라도록 햇빛을 비 추시고 때맞추어 비를 내려 주신 하느님의 사랑이 스며들 어 있답니다. 더구나 그 쌀을 매만지며 깨끗이 씻고 불에 앉힌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스며들어 있지요. 우리는 한그릇의 밥으로 나날이 생명을 이어 가고 있지만 그것은 한 그릇의 밥이 아니라, 한 그릇의 사랑과 정성이예요.

 

결정적으로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특별히 죽음 이후 에도 우리를 살게 하는 것은 바로 하느님의 사랑이랍니다. 하느님은 죄로 죽어 가는 우리를 구원하시려 당신의 아들 을 이 세상에 보내셨어요. 그렇게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 은, 희생과 사랑으로 우리의 밥이 되고자 하셨어요. 그래 서 미사 안에서 주님의 몸을 모시는 사람은 다시 살게 되 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말씀하세요.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 그러나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얻고, 나도 마지막 날에 그를 다시 살릴 것이다.” 성체성사의 신비는 바로 이것이랍니다. 한 조각의 밀떡이 어떻게 그리스도의 몸이 되는지, 한 잔의 포도주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피가 되는지 우리는 과학적 으로 설명할 수 없어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느님의 사 랑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그 사랑을 먹는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간직하면서 산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