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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16장. 기름띠에 갇힌 전어사리, 17장. 풀치의 눈물, 18장. 중금속 오염

松竹/김철이 2022. 5. 31. 01:05

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

 

16장. 기름띠에 갇힌 전어사리 

 

                                                                              김철이

 

 한참을 헤엄쳐 가던 왕눈이의 콧속으로 메케하고 느끼한 냄새가 파고들더니 금세 눈이 따가워 뜰 수가 없었으며 끈적끈적한 뭔가가 자꾸만 앞을 가렸어요. 배지느러미로 간신히 눈을 닦고 앞을 보니 시커먼 먹물 같은 것이 바닷물을 타고 마구 밀려들었어요.

 

“도대체 이게 뭐람. 앞이 보여야 헤엄을 치든 말든 하지. 어! 재는 또 왜 저래”

 

 바닷물과 시커먼 기름띠가 뒤엉긴 틈새로 알에서 깨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어치 한 마리가 헤엄도 제대로 치지 못해 허우적거리고 있었어요. 자세히 바라다보니 등은 검푸르고 배는 은백색이며 등 쪽에는 갈색 반점이 있고 옆구리 앞쪽엔 갈색의 큰 반점이 하나 있었어요.

 

“얘! 너 왜 그렇게 힘이 없어 헤엄도 제대로 못 치는 거니?”

“너 누군지 몰라도 말 한번 참 얄밉게 하네.”

“내가 무슨 말실수라도 한 거니?”

“두말하면 입 아프고 세 말하면 어치 입 튀어나오지. 너도 이 기름 범벅이 된 구정물에서 잠시만 헤엄쳐봐 어찌 되는지”

“아~ 이 메케하고 끈적끈적한 물이 기름인 거야?”

“그럼 뭐겠니?”

“우리 인사부터 하고 얘기 좀 나누면 안 될까?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궁금한 게 뭔지 모르지만, 물어봐 난 전어 어치 전어사리야.”

“전어사리? 난 연어사리 왕눈이야.”

“왕눈이? 그래. 이제 궁금한 게 뭔지 물어봐”

“다른 게 아니라 좀 전에 네가 말했듯 기름과 바닷물이 뒤엉긴 거니?”

“아~ 그건 얼마 전 많은 기름을 실은 유조선과 무거운 물건을 끌어 올리거나 수평으로 나르는 기계인 해상 크레인이 서로 부딪치는 통에 유조선에 실려있던 기름이 쏟아져 나와 해변과 바닷물이 온통 기름떡이 됐던 거지”

“해변과 바닷물뿐만 아니라 전어사리 너의 몸에도 온통 기름 떡이 됐는걸.”

“그 때문에 눈도 잘 뜨이지 않고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으니 이 모양으로 어떻게 성토대회에 참석한담.”

“성토대회라니?”

“넌 몰랐던 거니? 사람들이 우리 물고기들에게 저지른 숱한 잘못들을 들추어내어 엄격히 따지고 비난하는 한편 숱한 세월 동안 사람들이 대자연에 저지른 잘못들을 뉘우치게 하고 미래엔 사람들이 대자연 슬하의 생명체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우리 어치들의 모임이야.”

“그 성토대회라는 모임이 언제 열리는데?”

“사흘 후에 열릴 예정이야. 참 왕눈이 너도 어치잖아. 게다가 사람들이 연어라면 이름만 들어도 군침을 절로 흘릴 정도라던데 너도 참석해야지”

“그래 우리 형제자매들 찾고 나서 생각해 볼게”

“생각해 볼 것이 아니라 물속에 사는 어치라면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거야”

“알았어. 사흘 후에 보자”

 

 살모치의 재촉을 뒤로 남긴 채 살모치에게 전해 들었던 얘기들이 왕눈이의 마음을 무겁게 했어요. 왕눈이는 한탄강에서 태어나 여태 물의 세상을 여행하면서 들어왔던 어치들의 말들을 하나하나 모아봤어요.

 

 

17장. 풀치의 눈물

 

 전어사리의 불같은 성화를 물리칠 수 없어 사흘 후에 열릴 성토대회에 함께 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드넓은 바다 여행을 좀 더 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어요. 게다가 몸은 하나인데 사흘 안에 드넓은 바다 여행을 다 할 수도 없을 것이고 사흘 안에 형제자매들을 찾을 거라는 장담도 못 할 처지인데 성토대회마저 참석해야 한다니 잠시 망설이며 헤엄치던 왕눈이의 귀에 누군가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가 물결 소리에 뒤섞여 가냘프게 들려왔어요.

 

“이건 누군가 우는 소리잖아”

 

 왕눈이는 헤엄치던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그때였어요. 우중충한 물살 새로 몸은 길고 옆으로 편평하며 몸 색깔은 전체가 은백색의 광택을 띤 어치 한 마리가 홀로 서럽게 울고 있었어요.

 

“얘! 너 왜 혼자 울고 있니?”

“묻지만 말고 너도 눈이 있으면 주변을 좀 둘러보란 말이야. 내가 울지 않고 배기겠나.”

 

어치의 말을 듣고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진 왕눈이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어요.

 

“얘! 이게 웬일이니?”

“이게 죄다 사람들 때문이야.”

“사람들이 왜? 참 우리 먼저 인사부터 하자. 난 연어사리 왕눈이야.”

“연어사리 왕눈이? 난 갈치 어치 풀치야.”

“갈치 어치? 풀치? 그건 그렇고 이게 어찌 된 일인데?”

“그게 말이야. 한 나라의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땅을 넓히고 바다와 맞닿은 부분의 물 자원을 확실하게 갖추려고 호수 물막이 공사를 하면서 호수의 물을 오염시켰고 오염된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통에 바닷고기가 떼죽음을 당했지 뭐야. 네가 보다시피 그 몹쓸 놈의 사고 탓에 우리 가족이 죄다 죽고 말았어.”

“이일을 어쩜 좋아. 풀치 너라도 무사하니 정말 다행이네”

“왕눈아! 난 이제 어떡하니”

“일어난 불행은 어쩔 수 없으니 세상을 떠난 너희 가족들 뒤처리부터 해야지”

“그거라면 걱정하지 마. 좀 전에 내 친구이자 오징어 어치인 총알 오징어를 시켜 바닷속 청소부 게 아저씨들에게 우리 가족들 시신 좀 치워달라고 부탁해서 바닷물 속에선 총알 오징어가 걸음이 가장 빠르거든.”

“아~ 그래서 총알 오징어인 거로구나.”

 

 잠시 후 바닷속 청소부 꽃게, 민꽃게, 홍게, 대게, 털게 등 수많은 바다 게들이 떼를 지어 몰려와 떼죽음을 당한 풀치 가족의 사체를 비롯해서 함께 떼죽음을 당한 갖가지 바닷고기의 사체를 말끔히 정리해 주었어요.

 

“풀치야! 난 이제 가봐야겠으니 항상 몸조심하고 잘 있어.”

“왕눈아! 정말 고마워.”

“내가 뭘 해 줬다고 고맙다는 거니?”

“넌 내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슬플 때 함께 해줬잖아.”

“아무튼, 늘 조심해야 해”

“왕눈이 너도.”

 

풀치와 마음 아픈 이별을 한 왕눈이는 생각이 한층 더 많아졌어요.

 

 

18장. 중금속 오염

 

 깊은 생각에 빠져 이리저리 들고 나는 물결을 헤치며 헤엄쳐 가다 무심결에 가던 물길을 되돌아본 왕눈이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어요.

 

“저게 뭐지.”

 

 검푸른 미역이 일렁거리는 물 바닥을 내려다보니 몸과 머리는 두께가 얇고 폭이 넓어 납작하며 긴 방추형이고 눈 위 가장자리에 깃털 모양의 혈관을 가진 피부와 다른 조직을 지닌 어치 한 마리가 무척이나 괴로워하며 배를 움켜쥐고 쓰러져있었어요.

 

“얘! 너 어디 아픈 거야?”

“으응~ 배도 너무 아프고 구토가 끊이질 않아”

“큰일 났네. 이곳에서 개복치 의사 선생님의 병원과는 무척이나 멀 텐데 어쩐담.”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을 때였어요. 때마침 주변을 지나가던 바다뱀 할아버지가 이 모습을 본 듯 말을 건넸어요.

 

“얘들아! 너희 왜 그렇게 야단들이야?”

“네! 할아버지 얘가 배가 너무 아파하네요. 어쩌면 좋아요?”

“호들갑 떨지 말고 가만있어 봐. 내 몸속에서 독을 빼내 먹이면 우선 아픈 건 가라앉을 거야.”

“넷! 할아버지 독을요?”

“그래. 사람들은 내 몸속의 독을 진통제로 사용하려고 날 잡아가잖아”

 

 바다뱀 할아버지가 몸속의 독을 빼내 배가 아파 뒹구는 어치에게 먹이니 언제 아팠냐는 듯이 툴툴 털며 일어났어요. 어치의 아픔이 멎자 바다뱀 할아버지는 가던 길을 가셨고 왕눈이가 어치에게 물었어요.

 

“얘! 넌 이름이 뭐니?”

“으응~ 난 노래미 어치 노래기야. 넌?”

“난 연어사리 왕눈이야. 그런데 노래기 너 좀 전에 왜 쓰러졌었니?”

“뭐긴 뭐겠니 그 몹쓸 놈의 중금속 오염 때문이지.”

“중금속 오염? 그게 뭔데?”

“사람들의 세상엔 배터리, 용접, 식기, 도금 등을 다루는 공장이 있는데 이들 공장주인 중에는 마음씨가 고약한 사람이 있어. 공장에서 사용하다 버리는 물을 공장폐수라고 하고 공장폐수 중엔 수은, 납, 카드뮴, 크롬 등이 있는데 물에도 풀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 물과 땅을 오염시키며 먹이사슬에 따라 우리 물고기들의 몸속에 쌓이면 뼈가 약해지거나 폐 손상, 구토, 설사 등의 무서운 질병을 일으킨대”

“사람들은 왜 굳이 위험한 물질들만 골라서 만들어낸다니?”

“난들 알겠어. 자기네들 살림살이에 이익만 되면 대자연이야 어떻게 되던 자연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것들을 쉬지 않고 자꾸만 만들어 낼 테지”

“노래기 너 좀 전에만 해도 너무 아파 떼굴떼굴 구르더니 지금은 아프지 않은 거야?” “응! 바다뱀 할아버지가 독을 나눠주신 덕분에 진통 효과를 봐서 그런지 지금은 아프진 않지만 내 몸속에 이미 중금속이 쌓여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 아니겠니.”

 

 중금속 잔여물이 몸속에 쌓여 죽을지도 모르는 노래기의 마음 아픈 사연을 뒤로 남겨둔 채 왕눈이의 헤엄 길은 더욱 바빠졌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