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
13장. 피시비 오염 탓
김철이
오랜 시간 어떻게 정신없이 헤엄쳤든지 여섯 지느러미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어요.
“어유! 아파 어디서 잠시 쉬다 가야겠네.”
왕눈이는 두리번거리며 잠시 쉬어 갈 곳을 찾았어요.
“옳지! 저기 쉬어 갈 만한 좋은 곳이 있네. 저곳에 들어가 잠시 쉬어 가야겠어.”
왕눈이의 눈에 뜨인 건 드넓은 바닷물 속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앙증맞게 생긴 작은 고둥껍질이었어요.
“안에 누구 있나요?”
행여나 싶어 불러본 왕눈이는 고둥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 비스듬히 누웠어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누구야! 어떤 놈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서 코까지 골며 자는 거야!”
천둥소리만큼이나 큰 호통에 놀라 눈을 뜬 왕눈이는 눈앞에 버티고 있는 생명체를 보는 순간 화들짝 놀랐어요. 두 눈은 아주 크고 부리부리했으며 두 다리엔 무시무시한 집게가 붙어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게다가 그 무시무시하게 생긴 두 집게발로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만 같은 표정으로 왕눈이를 내려다보며 씩씩거렸어요.
“도대체 넌 누군데 남의 집에서 이렇게 늘어지도록 자는 거야?”
“미안해요. 그런데 댁은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야 이 집주인 집게 어르신이지”
“아저씨! 이상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이상하긴 또 뭐가 이상하단 말이니? 내 집 비워주기 싫어 생트집 잡을 생각은 아예 하지 마”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알기론 게들은 바닷물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 모래밭이나 갯벌에서 생활하는 거로 알고 있었는데 잘못 안 건가요?”
“아냐 네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 맞아”
“그런데 바닷물 속에서 여태 사셨어요?”
“아~ 그건 다 피시비 때문이야.”
“피시비? 그게 뭐예요?”
“그건 사람들이 고집하길 생물의 살아있는 몸을 만들어낸다는 유기 화합물인데 그걸 너무 흔하게 사용하다 바닷물에 내다 버리는 통에 해변과 바닷물이 오염됐고 피부병에 걸린 난 피시비에 오염된 고둥 집을 바꾸려고 바닷물 속으로 들어와 좀 전에 네가 잤던 고둥 껍데기를 찜해놓고 고둥 집을 올려놓을 곳을 알아보려고 모래밭엘 잠시 다녀오는 사이 네가 들어가 잤던 거고”
“그랬었군요. 바닷속은 왜 이렇게 위험한 게 많나요?”
“이뿐만 아니라 바닷속에서 생활하는 생명체만큼이나 위험한 게 많을 테니 누군지 모르지만, 너도 바닷물에서 살아가려면 늘 조심해야 할 거야. 난 이제 고둥 집 지고 모래밭으로 올라가야겠어.”
“집게 아저씨! 고맙습니다.”
얼떨결에 집게를 만나 얘기를 나누다 집게가 고둥 껍데기를 지고 해변으로 올라간 후 왕눈이는 바닷물에 대해 좀 더 커진 두려움을 지닌 채 생각에 빠져 다시금 헤엄쳐 갔어요.
14장. 고도리와 마래미
좀 전에 집게의 고둥 껍데기 집에서 잠시 쉬었던 덕분에 몸이 가뿐해진 왕눈이는 또다시 형제자매들을 찾아 나섰어요.
“얘들아! 말 좀 물어보자”
“무슨 말인지 모르지만 눈치껏 물어봐라. 우리가 지금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봐가면서 말이야.”
왕눈이는 형제자매들의 행적을 전해 들을 수 있을까 싶어 등은 연한 파란색 바탕에 암청색의 얼룩무늬가 몸의 이곳저곳에 흩어져있으며 배는 은백색인 어치와 몸은 긴 방추형이고 약간 옆으로 납작하며 등은 철색을 띤 청색이고 배는 은백색인 어치가 몸을 웅크린 채 무언가 하고 있기에 무심결에 말을 건넸는데 돌아오는 건 퉁명스러운 핀잔이었어요.
“미안해 너희가 뭘 하는지 몰라서 말이야. 그런데 너희 엎드려서 뭘 하는 거야?”
“넌 눈을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는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이니?”
“두 눈 뻔히 뜨고 우리가 제 코앞에서 토하며 괴로워하는 걸 보지 못하니 말이다.” “토? 너희들 뭘 잘못 먹은 게로구나”
“참 속 편한 소리 하네. 차라리 네 말대로 뭘 잘못 먹고 이렇게 괴로우면 억울하진 않지. 우리가 게걸스럽게 먹었던 탓이니까 말이야.”
“그럼 세균성 장염에 걸린 게로구나”
“야~ 벽창호! 넌 물고기가 아니고 산고기냐! 물의 물정을 그렇게도 모르니 말이야.” “내가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잘 몰라서 그렇지 벽창혼 아닌데”
“벽창호가 아니면 토하고 있는 우릴 보고도 뭘 물어보겠다는 헛말이 나온단 말이니?” “그런 거라면 내가 사과할 게 미안해”
“미안한 줄 알았으면 이젠 귀찮게 하질 말고 네 갈 길 가봐”
“갈 때 가더라도 물어볼 건 물어보고 가야겠어.”
“너 누군지 몰라도 끈질겨 고래 심줄이네. 궁금한 게 뭔지 빨리 물어보고 가봐”
“혹시 한탄강에서 여행 온 연어사리들 보지 못했니?”
“연어사리? 오라 그러고 보니 너도 연어사리로구나”
“그럼 너희들 우리 형제자매들을 본 거구나?”
“봤지” “지금 어디 있어?”
“몰라”
“너희가 방금 봤다고 해놓고 모른다니?”
“어제 보긴 했지만,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몰라. 어제 이 주변을 떼 지어 헤엄쳐 가는 걸 보았을 뿐이니 말이야.”
“고마워. 흔적을 찾았으니 곧 우리 형제자매들을 만날 수 있겠어. 그런데 너희 좀 전에 왜 아팠던 거니? 지금은 아프지 않은 거니?”
“휴! 우리가 졌다 졌어.”
“얘! 마래미야! 우리 이실직고해야겠어.”
“그러게. 고도리야! 얘 앞에서 나쁜 짓 했다간 뼈도 추리지 못하겠는걸.”
“아하! 너희 이름이 마래미와 고도리인 게로구나. 난 연어사리 왕눈이야”
“얘는 방어 어치 마래미고 난 고등어 어치 고도린데 넌 이름이 참 예쁘구나.”
“아~ 그건 다른 형제자매들보다 유난히 눈이 크다며 우리 엄마 아빠가 지어주신 이름이지”
“왕눈이 넌 이곳으로 언제 왔는지 몰라도 멀쩡한데”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아~ 며칠 전에 못된 사람들이 이곳 바닷물에 특유한 냄새와 독성이 있는 무색이나 흰색의 결정성 덩어리인 페놀을 내다 버렸던 탓에 바닷물에 섞인 페놀을 먹게 된 물고기들이 배가 터질 듯이 아프다 마구 토하기 일쑤였지”
“아~ 그래서 좀 전에 너희가 토했었구나.”
“그래 지금은 좀 났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면 될지 몰라 겁이 나 죽을 지경이야.”
“마래미야! 고도리야! 난 갈 길이 바빠 가야겠으니 가는 길에 바다의 의사 개복치 선생님 보내줄 테니 치료 잘 받고 늘 건강 조심, 사람 조심해야겠어.”
“그래. 고마워 왕눈이 너도 어딜 가든 몸조심해”
“그런데 왕눈이 넌 바닷물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개복치 의사 선생님을 어떻게 알아?”
“아~ 그건 말이야. 우리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우리 형제자매 곤이들의 귀에다 속삭이길 훗날 바닷물로 내려갔다 몸에 탈이 나면 개복치 의사 선생님을 찾으라고 하시며 선생님의 병원 위치를 가르쳐 주셨어.”
“그랬었구나.”
그렇게 페놀 오염 탓에 아픈 마래미와 고도리 두 마리의 어치와 헤어진 왕눈이는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의 흔적을 뒤쫓아 한층 더 빠른 걸음으로 헤엄쳐 갔어요.
15장. 너 몸이 왜 그래?
“세상 사람들은 왜 우리 물고기들을 못살게 굴까. 내 형제자매들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내 형제자매들은 누구도 다치지 않고 무사할 테지.”
등의 갖가지 생각을 하며 헤엄치던 왕눈이 앞에 몸은 가늘고 길며 입의 모양은 매우 작은 나뭇가지 모양의 이빨이 일 열로 난 왕눈이 또래로 보이는 어치 한 마리가 어딘지 모르게 어눌한 몸동작으로 힘겹게 헤엄치고 있었어요. 자세히 보니 오른쪽 배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가 아주 작고 여니 물고기와 다르게 생긴 기형어였어요. 그걸 알 리 없는 왕눈이가 다가가 물었어요.
“얘! 너 몸이 왜 그래? 어디가 아픈 거니?”
“야! 너 누군데 남의 아픈 상처를 해녀가 물 호미로 전복을 후벼 파듯 하는 거야!” “내가 언제 네 상처를 후벼 팠다고 그래? 네 몸이 다른 물고기들과 조금 다르게 생겼다 싶어 물어본 것뿐인데”
“다른 물고기들과 달리 생긴 내 몸매에 관해 물어본 자체가 내 마음엔 상처가 되는 거야 알아?”
“그랬다면 내가 미안해 좀 더 생각해 보고 말을 해야 했던 건데 내가 잘못했어. 용서해줘”
“그렇게 용서까지 빌 건 없고 네가 그렇게까지 머리를 조아리면 오히려 내가 미안하잖아”
“아냐. 내가 잘못한 걸 뭐”
“그런데 넌 주변에서 못 보던 물고긴데?”
“아! 맞아 인사가 늦었네. 난 한탄강에서 온 연어사리 왕눈이야.”
“아~ 네가 민물에서 바닷물로 여행 온 연어사리구나. 난 숭어 어치 살모치야.”
“살모치? 그런데 살모치 너 내가 민물에서 여행 왔고 연어사리란 걸 알고 있는 듯한 말툰데?”
“아~ 그건 어제 이곳을 지나간 연어사리 떼를 만났었거든.”
“정말? 그 연어사리 무리가 나랑 함께 태어난 우리 형제자매일지도 모르겠네.”
“그런데 왜 헤어졌어?”
“내가 형제자매들보다 몇 걸음 앞서 여행을 떠났었거든.”
“그랬었구나. 그런 줄 알았으면 하루만 붙잡아 둘 걸 그랬네.”
“그건 그렇고 살모치 너 어디가 많이 아픈 거 아니니?”
“그렇게 보여? 하하하 아픈 건 아니고 태어날 때 기형으로 태어나서 그래”
“기형어? 가엾어라. 어쩌다?”
“그 몹쓸 놈의 방사능 오염 탓이지 뭐”
“방사능이 뭔데?”
“그건 말이야 사람들이 원자력 발전소를 돌리는 데 사용되는 물질 중 하나야.”
“원자력 발전소는 뭘 하는 곳인데”
“사람들이 발전기를 돌려 전력을 일으키는 시설을 갖춘 곳인데 이곳은 어둠을 밝힐 때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내지”
“살모치 네 말대로라면 원자력 발전소란 유익하고 득이 되는 곳인데 왜 방사능 때문에 기형어가 됐다는 거니?”
“물 위로 올라갔다 낚시 온 사람들이 나누는 얘길 들었는데 방사능물질은 아주 위험한 것이기도 하지만 잘만 사용하고 뒤처리만 말끔하게 한다면 사람 사는 세상에 아주 유익한 거래”
“그런데?”
“사람들은 뭐든 사용하다 넘치면 아무곳에나 내다 버리는 통에 우리 물고기뿐만 아니라 대자연을 둥지로 삼는 생명체들에게 얼마나 숱한 피해를 주곤 했었니.”
“사람들은 왜 그럴까 뭐든 쓰고 버릴 건 버릴 곳에 버리면 아무런 탈이 없을 텐데” “그렇게 말이야 방사능만 해도 그래. 어느 한 나라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증기, 가스, 물, 공기 등의 기체와 액체를 지니는 에너지를 회전 운동으로 바꾸는 장치를 시험하던 사람이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아 원자로가 폭발하고 방사능물질이 열흘간 바닷물로 흘러들어왔고 새 들어온 방사능물질은 암과 백혈병이라는 엄청 무서운 병을 발생시켰으며 곤이를 밴 암물고기는 죽은 곤이를 낳기도 하고 기형어를 낳기도 했대. 나도 그 기형어 중 한 마리고 말이야.”
“그럼 살모치 넌 어떻게 된대?”
“그야 뻔하지. 끝없는 먹이 사냥에서 뒤질 거고 끝내 배곯아 죽고 말 테지”
“어쩜 좋니. 넌 세상 사람들이 밉지 않니?”
“왜 밉지 않겠니. 그렇지만 네겐 아무런 힘이 없는걸.”
“살모치야! 이다음에 내가 우리 형제자매들을 찾은 후 널 만난 이곳으로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 무사해야 해”
“그때까지 내가 무사할 거라는 약속은 못 하지만 넌 너의 형제자매들을 꼭 찾아야 해?”
“고마워 난 이만 가볼게”
“그래 어딜 가든 늘 몸조심해”
살모치와 헤어진 왕눈이는 살모치의 마음 아픈 사연을 가슴에 안은 채 한층 가까워진 형제자매들의 흔적을 찾는 한편 물의 여행을 이어가려고 여섯 지느러미를 재빨리 움직여 헤엄쳐 갔어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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