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5.)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7장. 낚싯바늘 주의보_ 8장. 넌 왜 그곳에 들어가 있니?

松竹/김철이 2022. 1. 25. 01:10

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 

 

7. 낚싯바늘 주의보 

 

                                                                           김철이

 

 

 바쁜 걸음으로 헤엄쳐 가던 왕눈이는 곳곳의 물밑으로 이상하게 생긴 줄들이 드리워진 모습을 보았어요. 그런데 드리워진 줄 끝에 굽어진 바늘 같은 물건이 달려있었고 그 바늘처럼 생긴 날카로운 물건의 끝에 한눈에 보아도 먹음직스러운 등 굽은 민물새우가 꿰어져 있었어요.

 

이게 웬 횡재야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팠는데 저걸 좀 빼먹고 가야겠어.”

 

왕눈이가 바늘에 꿰진 민물새우를 빼먹으려고 한걸음 성큼 다가가려 했을 때였어요.

 

! 먹지 마! 그것 먹으면 큰일나

 

화들짝 놀란 왕눈이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돌아다보았어요.

 

너 그 민물새우 빼먹으면 나처럼 되는 거야

너처럼?”

 

왕눈이의 눈에 들어온 모습은 왕눈이 또래의 치어 한 마리가 입 주위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나 있었어요.

 

너 왜 이렇게 됐어? 이 상처들은 다 뭐야?”

저놈의 낚싯바늘 때문이야.”

낚싯바늘?”

그래 저놈의 낚싯바늘에 꿰어진 민물새우를 빼먹으려다 이 모양이 됐지 뭐야

그런데 넌 낚싯바늘에 꿰진 줄 알면서 왜 민물새우를 빼먹으려고 했던 거야

누가 뭐 저게 우리 물고기들을 꼬여 낚으려고 낚싯바늘에 꿰어놓은 미낀 줄 알고 먹으려고 했을까.”

많이 다친 거야?”

아냐 다행히 내가 치어였던 덕분에 입으로 낚싯바늘에 꿰진 민물새우를 집어 먹으려다 민물새우는 꼬리 맛도 보지 못한 채 낚싯바늘에 입이 스쳐 상처가 생긴 거야

이만하기 정말 다행이네. 그런데 여긴 어디고? 넌 이름이 뭐니?”

여긴 내가 태어난 고향 영산강이고 난 붕어 어치 쌀붕어야. 그런데 넌 어디서 온 누구니?”

으응~ 난 한탄강에서 태어난 연어사리 왕눈이고 지금 바다 여행 중이야.”

너 혼자?”

? 혼자선 여행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아니라 연어사리들이 여행할 땐 무리를 지어 다닌다고 하셨거든.”

누가?”

우리 엄마가 그러면서 뭐라고 하신 줄 아니?”

뭐라고 하셨는데?”

연어사리들은 태어날 때부터 형제자매간에 우애가 드높아 한결같이 무리를 지어 다닌다고 하시며 우리 붕어들도 배스, 메기, 동자개, 가물치 등의 힘세고 난폭한 물고기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고 보호하려고 무리를 지어 생활하지만, 간혹 쌀붕어들 중에 군집 생활에서 뛰쳐나와 제멋대로 행동하는 통에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한다고 하셨지!”

조금 전 네가 당했던 사고처럼?”

넌 꼭 그렇게 꼬집어 얘기해야겠어? 듣는 어치 마음 아프게

미안. 네 마음 아프게 하려고 했던 말은 아니었어! 네 말에 예를 들다 보니

괜찮아 나도 농담이니까 하하하

감쪽같이 속았잖아

그리고 말이야. 우리 엄마는 너희 연어 얘기만 나올 양이면 우리 쌀붕어들 더러 너희 연어사리들의 드높은 우애를 닮으라고 하셔서

그랬었구나.”

그런데 있잖아. 내가 듣기론 너희 연어사리들은 가족들과 잘 떨어지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왕눈이 넌 왜 혼자 여행을 다니는 거야?”

! 그거~ 그건 말이야. 나와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과 무리를 지어 다 함께 바다 여행을 떠나야 맞지만 난 곧바로 바다로 떠날 형제자매들과 달리 몇 걸음 앞서 민물부터 시작해 드넓은 바다에 이르기까지 두루 구경하고 싶어 혼자 여행하는 중이야.” “~ 그랬구나.”

얘 쌀붕어야! 이곳 영산강에선 우리 물고기들을 낚아가려는 사람들이 무척 많나 보네. 어린 어치인 너까지 잡아가려고 낚싯줄을 드리운 걸 보면 말이야.”

아냐 굳이 이곳 영산강뿐만 아니라 세상 어느 강이나 호수 하천 등에는 우리와 같은 민물고기들을 낚시로 낚거나 투망질이라 해서 그물로 죄다 쓸어가기도 하고 약을 풀어 우리를 기절시켜 잡아가기도 한데” “쌀붕어 너도 물의 세계를 많이 아는구나.” “이건 보통이지 뭐

난 그 보통도 모르니 참 한심하지 않니?”

한심하긴 왕눈이 넌 밀물에서 태어났지만 채 자라지도 않아 바다로 떠나야 하는데 민물에 관해 뭘 알겠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쌀붕어야! 내가 이곳으로 오다 들었던 입소문인데 우리 물고기들을 잡으려는 낚시꾼은 바다에도 널렸다던데 너도 그 소문 들어봤어?”

왜 듣지 못했겠니. 그 떠들썩한 소문을 크나 작으나 물고기라면 죄다 잡아가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그래서 사람들 세상에선 궁여지책으로 어린 물고기는 잡지 못하게 하는 법을 만들어 놓았는데도 몰래 잡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더라.”

사람 사는 세상에선 기후 주의보가 있다던데 우리 물고기 세상에선 낚싯바늘 주의보를 만들어야겠어.”

그 좋은 생각인데

쌀붕어야! 난 이제 가야겠으니 넌 빨리 엄마 아빠께 가서 상처 치료해

그래. 고마워

고맙긴 내가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뭘

그건 왕눈이 네가 모르는 거야 우리 아빠가 말씀하셨는데 누구든 아플 때 말 벗해주는 공로가 무척 크데.”

나도 쉬어 갈 겸 잠시 말동무해준 것도 공로라니 오히려 내가 고맙네! 그 고마움 안고 이만 갈게

그래 왕눈아! 어딜 가든 몸조심해

쌀붕어 너도 늘 몸조심해

 

쌀붕어와 훈훈한 작별 인사를 나눈 왕눈이는 한 걸음 더 바삐 헤엄쳐 갔어요.

 

 

 

8. 넌 왜 그곳에 들어가 있니?

 

 

 헤엄을 치다 가만히 생각하니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이 보고 싶어졌어요. 어지간히 민물 구경하고 형제자매들의 뒤를 늦지 않게 따라가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고 있을 때였어요. 수초와 자갈돌이 뒤엉켜 물살에 휩쓸려 다니는 한 틈을 바라보던 왕눈이는 자기 눈을 의심하며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새파란 수초에 엉켜서 나뒹구는 투명 플라스틱병 속에 뭔가 꼬물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몇 걸음 가까이 헤엄쳐 다가가니 머리는 짧고 두께가 얇고 폭이 넓어 납작하며 눈이 위쪽에 붙어있고 입의 길이는 짧으며 그 가장자리 둘레에는 움푹 들어간 곳이 있는 데다 아가미뚜껑에는 청남색을 띤 커다란 반점이 있고 몸빛은 갈색 바탕에 적색의 가로무늬가 나 있는 어치 한 마리가 플라스틱병 속에 들어있는 거였어요.

 

~ 이상하다. 쟤는 왜 저곳에 들어갔을까.”

 

플라스틱병 가까이 다가간 왕눈이는 입을 병에다 붙이고 꼬물거리며 큰 소리로 말했어요.

 

! . 거긴 왜 들어갔니? 답답하진 않니?”

 

그러자 병 밖으로 개미 울음소리만 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어요.

 

답답하긴 네가 한층 더 답답하다. 누가 이 좁아터진 병 속엘 스스로 들어올 바보가 어디 있냐!”

 

병 속 어치는 몹시 화난 표정이었어요.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어쩌다 그 좁은 플라스틱 병속으로 들어가게 됐냐는 뜻이었으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

그렇게 두 눈만 껌뻑거리며 영양가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이 속에서 날 좀 꺼내 줘” “나도 진작부터 그럴 마음은 꿀떡 같았지만 나 역시 너처럼 어린 어치라 도울 방법이 없으니 어쩜 좋으니?”

네 힘으로 안 되면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을 청해봐 이러다 숨이 막혀 죽고 말겠어.” “알았어! 답답해도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줘

 

플라스틱병 속 어치의 말에 왕눈이는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내가 왜 그런 방법을 잊고 있었을까. 여태껏 잘해 와 놓고

 

 왕눈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플라스틱병 속에 갇힌 어치를 꺼내 줄 누군가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어요.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왕눈이의 눈에 멀리서 보아도 힘이 무척이나 세 보이는 성어 한 마리가 여유로운 모습으로 헤엄쳐 오고 있었어요. 앞뒤 가릴 겨를이 없었던 왕눈이는 단숨에 그 성어 앞으로 헤엄쳐 갔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막상 몸집이 큰 물고기 앞으로 다가간 왕눈이는 말문이 닫히고 말았어요. 그 성어는 보기만 하여도 소름이 저절로 돋을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생겼기 때문이었어요.

 

너 뭐야! 누군데 겁 없이 이 까치상어 어르신의 앞길을 막는 거야

~어 저~

내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는 거냐?”

~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이 녀석 봐라! 내가 아저씬지 아줌만지 어떻게 알고 나더러 아저씨라는 거야?”

워낙 다급했던 거라 얼떨결에 아저씨라고 불렀던 거였어요. 아줌마라면 용서해 주세요.”

하하하 용서는 무슨 아저씰 아저씨라 불렀는데 뭘 그나저나 너 누군지 몰라도 참 영특하구나.”

저는 연어사리 왕눈이에요.”

연어사리? 연어사리들은 지금쯤 한참 바다로 내려가고 있을 텐데 넌 혼자 여기서 뭘 하는 거야?”

저도 바다로 내려가는 중이에요.”

그런데

. 지금 곤욕을 치르는 내 친구가 있어 아저씨께 도움을 청하려고요.”

친구? 멀고 먼바다로 향하느라 지느러미라도 탈이 생긴 게로구나

걔는 연어사리가 아니에요.”

그럼 누구니? 네 친구라며?”

그게 말이에요. 여행 중인 제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플라스틱병 속에 갇혀 힘들어하는 제 또래의 어린 물고기 한 마리를 발견하고 도와주려 했지만, 저 혼자의 힘으론 도와줄 수 없어 도와줄 어른 물고기를 찾다 아저씨의 모습이 눈에 띄길래 앞뒤 가리지 않고 이렇게 달려온 거예요.”

플라스틱병 속에 갇힌 어치의 이름이 뭐니?”

너무 급한 나머지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어요.”

넌 참 마음이 따뜻하구나. 친구도 아닌 데다 오늘 처음 만나 낯선 물고기를 도우려 하니 말이야.”

아니에요. 저희 아빠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우리 형제자매들에게 말씀하시길 물에서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물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 물고기는 누구라도 차별하지 않고 위험에 처했다면 제 일처럼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어요.”

정말 훌륭한 아빠로구나. 너 왕눈이라고 했지

내가 여태껏 살면서 어린 치어 보기에 부끄럽긴 처음이야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난 여태 살면서 누구를 돕기는커녕 힘이 약한 물고기들을 골려주고 못살게 구는 재미로 살았는데 잠깐 어린 널 보면서 많은 반성이 되는구나. 왕눈아! 누군지 모르지만, 위험에 처했다는 치어에게로 가자꾸나.”

아저씨! 고맙습니다.”

별소릴 고맙다는 인사는 오히려 내가 네게 해야겠는걸. 좋은 일을 하게 해주었으니 말이야.”

 

왕눈이는 까치상어를 데리고 플라스틱병 속에 갇혀있는 치어에게로 급히 헤엄쳐 갔어요.

 

아저씨! 저 무성한 수초에 쌓인 플라스틱병이에요.”

! 내가 알아서 할게

 

 까치상어 아저씨는 날카롭고 무시무시한 이빨로 플라스틱병을 덥석 깨물었어요. 그러자 플라스틱병이 찢어지면서 속에 가득 들어차 있던 물이 터져 나왔어요. 물론 병 속에 갇혀있던 어치도 튕겨 나왔어요.

 

!~ 혼났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아니 넌 꺽저기 어치 쫄떼기 아냐?”

 

플라스틱병 속에서 튕겨 나온 어치를 본 까치상어 아저씨가 화들짝 놀라 물었어요.

 

아저씨! 얠 아세요?”

알고말고 얘는 이곳 보성강에 사는 꺽저기네 쫄떼기야

이곳이 보성강이에요?”

왕눈이 넌 보성강인 줄 모르고 온 거야?”

! 물길 따라 헤엄쳐 오다 보니 이곳까지 오게 된걸요.”

~ 그랬었구나. 그럴 수 있지

! 쫄떼기 너 플라스틱병 속에서 널 구해주신 까치상어 아저씨께 고맙다는 인사 안 하냐?”

아저씨! 고맙습니다.”

인사도 인사지만 쫄떼기 네가 어쩌다 플라스틱병 속에 갇히게 된 건지 듣고 싶구나.”

~ 그게 말이죠. 어제 아침에 혼자 나들이를 하는데 갑자기 뜰채가 제 몸을 덮쳤고 저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플라스틱병 속에 갇혀 꼼짝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곳으로 어떻게 돌아오게 된 거야? 게다가 플라스틱병 속에 갇힌 채 말이야.”

그게 말이에요. 제 신세가 꼬인 건지 풀린 건지 모르지만 저를 잡아가 병 속에 가둔 사람 꼬맹이가 걔네 엄마에게 호되게 꾸중을 듣는 거였어요. 비린내 나는 민물고기를 잡아다 책상 위에 두었다고 말이에요. 그러자 뿔이 잔뜩 난 꼬맹이가 병뚜껑도 열지 않고 통째 이곳에다 집어 던진 거였어요. 그러다 때마침 주변을 지나가던 왕눈이에게 발견되었고 아저씨 도움을 받게 된 거예요. 그리고 왕눈이 네게 짜증 냈던 거 내가 사과할게

사과는 무슨

다들 무사하면 된 거야. 얘들아! 우리 어딜 가든 늘 조심해야 해. 특히 너희들처럼 어린 어치들은 오랜 습관처럼 조심해야 하는 거야. ~자 우리 다음에 또 무사히 만나기로 하고 다들 잘 가!~”

 

 뿌듯한 마음으로 까치상어 아저씨와 쫄떼기의 이별 인사를 받으며 또 다른 물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해 헤엄쳐 나갔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