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2.)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3장 넌 왜 몸에다 기름띠를 둘렀니?_4장 넌 왜 그물에 들어가 있니?

松竹/김철이 2021. 10. 26. 00:00

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

 

3장 넌 왜 몸에다 기름띠를 둘렀니? 

 

                                                                          김철이

 

 

 열목어 치어 팽팽이와 헤어진 연어사리 왕눈이는 바쁜 걸음으로 드넓은 바다를 향해 헤엄쳐 나갔어요. 본디 연어사리의 바다 여행은 같은 해에 태어난 연어사리가 무리를 지어 다 함께 하는 게 원칙이고 기본이었어요. 하지만 왕눈이는 원칙도 기본도 무시한 채 혼자만의 여행을 자유롭게 즐기고픈 생각에 함께 떠나야 할 형제자매들을 따돌리고 홀로 여행길을 나섰으나 연어는 태어날 때 여행을 해야만 하는 생활 습성을 지니고 태어난다는 팽팽이 엄마의 말을 들은 후론 혼자 하는 여행이 조금은 외롭고 두렵기도 했어요. 혼자만의 긴 여행길에서 생각지 못한 위험도 닥칠 수 있겠다는 반쪽의 생각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었어요. 그럴수록 어떤 위험이 앞길을 가로막아도 혼자만의 여행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왕눈이의 또 다른 반쪽의 생각은 더욱 굳어져 갔어요.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얼마를 헤엄쳐 갔을까요. 갑자기 눈앞이 흐려졌고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어요.

 

“물이 갑자기 왜 이렇게 점점 침침해질까! 물길이 어두워져서 앞을 볼 수가 없네. 이건 또 무슨 냄새야! 코를 찔러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게다가 앞을 볼 수가 없으니 한쪽 배지느러미로 헤엄쳐 나갈 수밖에.”

 

 왕눈이는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형편이라 가슴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로 몸이 물살에 제 마음대로 흔들리지 않게 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여 앞으로 나가는 한편 왼쪽 배지느러미로 코를 틀어막고 오른쪽 배지느러미로 간신이 헤엄쳐 나갔어요. 얼마를 헤엄쳐 나갔는지 몰라도 한쪽 지느러미로 거센 물살을 헤엄쳐 나가느라 오른쪽 배지느러미가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어요.

 

“물질하느라 오른쪽 배지느러미가 몹시 아프니 여기 앉아 잠시 쉬어 가야겠는데 앞이 보여야 쉴 곳을 찾지.”

 

왕눈이가 혼잣말로 구시렁대고 있을 때였어요.

희미하게 보이는 코앞에서 조그마한 생명체 하나가 꼼지락대고 있었어요.

 

“거기 누구 있나요?”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누가 말을 시키는 거야!”

 

 버럭 화내는 목소리를 따라 밑을 내려다보니 왕눈이 또래로 느껴지는 치어 한 마리가 까무스름하고 끈적끈적한 물을 온몸에 뒤집어쓴 채 자갈 바닥에 누워 끙끙 앓고 있었어요.

 

“얘! 너 왜 그곳에 혼자 누워있니? 어디가 아픈 게로구나. 끙끙 앓는 걸 보니?”

“남이야 앓든지 말든지 도와주지 못할 양이면 가던 길이나 얼른 가보셔”

 

 치어는 왕눈이의 물음에 괜스레 짜증을 냈어요. 자세히 내려다보니 그 치어의 몸은 길고 두께가 얇고 폭이 넓어 납작하며 머리는 입 끝으로 향하여 원뿔꼴이며 몸의 빛깔은 등 쪽은 갈색이며, 배 쪽은 흰색을 띤 밝은색이었어요.

 

“얘! 너 예쁘장한 몸에다 왜 이렇게 깨끗하지 못한 물을 뒤집어쓰고 있니?”

“너 누군지 몰라도 말을 참 밉상 맞게도 하네.”

“그건 또 무슨 말이니?”

“네 눈엔 이게 물로 보이니.”

“그럼 물이 아니고 뭐니?”

“어유! 이런 맹꽁이. 물이 몸에 이렇게 끈적끈적 묻어있는 것 봤냐? 이건 물이 아니라 기름이야 기름 그것도 쓰다 버린 폐유란 말이야!”

“기름? 폐유? 그게 다 뭐니?”

“어휴~ 답답해. 얘! 너랑은 얘기 못 하겠으니 가던 길이나 가보렴”

“내가 몰라서 그래”

“너 어디서 온 누군데 몰라도 너무도 모르네.”

“아~참! 인사가 늦었네. 난 한탄강에서 온 연어사리 왕눈이야.”

“한탄강? 어쩐지 세상 물정을 모르더라.”

“그럼 여긴 어딘데?”

“여긴 한강이야. 이 나라의 가장 큰 도시를 거슬러 흐르는 강이지. 그리고 내 이름은 잉어 어치 발강이야.”

“그랬구나. 근데 발강아! 좀 전에 네 몸에 묻어있는 게 기름이라든가 폐유라든가 했는데 그게 뭔지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니? 궁금해서 말이야.”

“궁금하다니 얘기해 줄 테니 너도 어딜 가든 폐유 조심해야 해.”

“폐유가 그렇게도 무서운 거야?”

“무섭다마다 기름은 말이야. 사람들이 갖가지 기계를 사용할 때 기계가 잘 돌아가도록 먹이는 먹이와 같은 거라고 이해하면 될 거야. 그 기계 먹이의 종류로는 가솔린, 등유, 경유, 중유 등이 있는데 여러 가지 기계들이 먹이를 먹고 난 후에 토하고 싸는 게 폐유야. 그런데 문제는 여기부터야. 갖가지 기계들이 토하고 싸놓은 폐유를 사람들이 땅에다 파묻다 못해 논이나 강이나 바다 같은 곳에다 아무렇게나 내다 버리는 거지”

“기계들도 우리 물고기들처럼 화장실이 따로 없나 보네. 폐유를 아무곳에나 내다 버린다는 걸 보면 말이야.”

“쉽게 말하자면 그런 셈인데 우리 물고기들이야 그 어떤 물에든 토하거나 싸놓아도 다른 생명체들에게 먹이가 되고 영양분이 되는데 기계가 토하고 싸놓은 폐유는 다른 생명체들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생명에 위협이 되니 큰 문젯거리잖아.”

“폐유가 그렇게나 무서운 거구나”

“왕눈이 넌 지금 네 앞에 이 모양으로 누워있는 날 보고도 모르겠어.”

“그래 발강이 넌 어쩌다 이렇게 됐니?”

“어제 아침에 친구들이랑 이 근처를 산책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약한 냄새와 함께 강물 위에서 시커먼 폐유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더니 내 몸을 덮쳤고 결국 이 모양이 된 거야.”

“그럼 어제 아침부터 여태 이러고 있는 거야?”

“그럼 어떡하냐? 어른 물고기들이야 폐유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려도 거세게 헤엄쳐 달아날 수도 있지만, 힘 약한 우리 어린 치어들은 자칫 잘못해서 폐유가 몸에 달라붙기라도 하면 끈적끈적해서 지느러미들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굶거나 운동 부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사고를 당할 그땐 간신히 목숨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도 몸에 묻은 폐유 탓에 살이 점점 조금씩 썩어 간다는 거야. 그뿐 아니라 아무렇게나 버려진 폐유 탓에 강이나 바닷물이 조금씩, 조금씩 탁해지고 더러워져서 물을 둥지로 삼는 생명체는 죄다 살 수가 없을 거라는 거지.”

“세상 사람들은 물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야? 물을 그토록 더럽히는 걸 보면”

“왜 관련이 없겠니. 자기들도 물이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는걸.”

“그걸 알면서도 폐유를 물에다 버린단 말이니?”

“어디 그뿐인 줄 알아? 사람들은 하루에 시간을 정해놓고 밥이라는 먹이를 세 번씩 먹는데 그때마다 반찬이라고 하여 물에서 생활하는 갖가지 생명체를 가져다 요리라는 방식을 거쳐 밥과 곁들여 먹기도 하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며 몸이나 옷이 더럽혀질 때면 물로 씻기도 한데”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들이 내다 버린 폐유를 다시 건져다 먹는다는 거잖아?”

“따져보면 그런 셈이지”

“그건 그렇고 이젠 발강이 넌 어떻게 되는 거니?”

“나도 몰라. 그것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절로 쳐져”

“큰일 났네! 몸에 묻은 폐유에서 벗어날 방법은 전혀 없는 거니?”

“그런 게 있으면 내가 어제부터 여기서 이렇게 꼼짝 못 하고 버려진 기름띠에 묶여있겠어?”

“정말 미안해. 폐유 띠에 묶여 꼼짝하지 못하는 널 도와줄 수도 없고 이런 곤경에 처한 널 그냥 두고 가야만 하니 안타까워서 그래”

“넌 어딜 가던 길이었니?”

“으응~ 난 지금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중이야.”

“여행? 너 혼자?”

“응! 드넓은 물의 세계를 혼자 두루 구경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랬었구나. 왕눈아! 난 괜찮으니까 너 가던 길 가보렴”

“그래도 곤경에 처한 널 혼자 버려두고 나 혼자 여행하겠다고 떠날 수 있단 말이니?” “그렇다고 해서 네가 떠나지 않고 네가 내 곁에 있다고 달라질 건 없잖아. 오히려 여기에 머물다 점점 짙어지는 저 폐유 띠에 너마저 꼼짝 못 하게 묶여 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렇지만 내가 보지 않았다면 몰라도 곤경에 처한 널 이렇게 본 이상 어떻게 나 혼자 떠나란 말이니?”

“넌 물속으로 시커멓게 밀려드는 폐유 띠가 보이지도 않아 이곳에 더는 머물다간 왕눈이 너마저 저 기름띠에 묶길 지도 모르니 어서 떠나라”

 

 그랬어요. 사람들이 사용하다 몰래 내다 버린 폐유 띠가 몸에 엉겨 붙어 꼼짝하질 못하는 발강이를 만난 왕눈이는 곤경에 처한 발강이를 혼자 버려둔 채 돌아서 여행을 할 수가 없었어요. 온몸에 끈적끈적하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폐유 띠에 묶여 물밑 자갈밭에 혼자 누워있던 발강이를 구해낼 갖은 방법을 찾아봤으나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왕눈이는 발강이의 불같은 성화에 아픈 마음을 안고 무거운 물질로 가던 여행길을 다시금 떠났어요.

 

 곤경에 처한 발강이를 홀로 버려두고 혼자 여행을 즐기려는 것 같아 무거운 마음으로 강을 거슬러 내려가던 왕눈이는 헤엄치던 물질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빠졌어요. 성급하게 혼자 떠나올 여행이 아니라 차분히 기다렸다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과 더불어 외롭지 않게 여행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말이에요.

 

 

 

4장 넌 왜 그물에 들어가 있니?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이에요. 한참을 헤엄쳐 가다 잠시 쉬어 갈 겸 어디로 갈 것인지 생각을 해보려고 턱을 고인 채 생각에 빠진 왕눈이의 귀에 누군가 “끙끙” 앓는 신음이 개미 울음소리만 하게 들려왔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버려진 기름띠에 갇혀 곤란한 처지에 빠져있던 발강이의 사고를 보고 오던 길이라 왕눈이는 갑자기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한 느낌이 들어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다보았어요.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다본 왕눈이는 순간적으로 화들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사용하다 버려둔 낡고 허름한 그물들이 어수선하게 널려있는 물밑 자갈밭에 몸의 오른쪽 왼쪽의 균형을 잡아주는 오른쪽 가슴지느러미와 거센 물살에 몸을 지지하고 전진 운동을 돕는 등지느러미가 절반 이상이 어떤 물체에 스쳐 떨어져 나간 왕눈이 또래의 물고기 한 마리가 그물에 몸이 얼기설기 엉킨 채 무척이나 아파하며 어디론지 가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어요.

 

“얘! 넌 어쩌다 그렇게 됐어?”

“누군지 몰라도 지금 내게 말 시키지 마. 난 빨리 엄마 아빠께로 가야 해.”

“그렇게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가려고 그러니?”

“그러니까 말 시키지 말라는 거야. 날 잡으려던 사람들이 다시금 올지 모르니 오기 전에 엄마 아빠께로 가야 한단 말이야. 아~ 참. 너도 여기서 서성이지 말고 속히 네 갈 길 가야 할 거야. 이곳은 아주 위험한 곳이라서 말이야.”

“여기가 어딘지 몰라도 왜 그렇게나 위험한 곳이니?”

“답답해서 원. 넌 이 모양이 되어 간신히 숨만 쉬는 날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니?” “그런 게 아니라 얼마나 위험한 곳이길래 네가 이렇게 많이 다쳤나 싶어서 말이야.” “넌 어디서 왔길래 그렇게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지 몰라도 이곳은 금강인데 이곳 금강은 물 맑기로 소문이 났다는 것도 모르니?”

“응 난 몰라. 그런데 물이 맑은 곳이라면 우리 물고기들이 살아가기 좋을 텐데 왜 위험한 곳이라는 거니? 그리고 넌 왜 또 이곳에서 다쳤고?”

“어유! 이런 맹추가 어디 있담 물이 맑으면 우리 물고기들만 모여드는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도 숱하게 몰려든다는 걸 몰라?”

“그래. 그게 다친 너랑 무슨 상관인지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자세히 얘기 좀 해줘. 답답하긴 나도 마찬가지이니 말이야.”

“그 전에 네가 어디서 온 누군지부터 알아야겠어.”

“으응~ 난 왕눈이야. 한탄강에서 온 연어사리”

“연어사리? 그럼 그렇지!”

“뭐가 말이니?”

“우리 엄마 아빠가 말씀하셨는데 여니 민물고기들은 민물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줄곧 생활하는 반면에 연어는 민물에서 태어나서 여섯 달 정도 살다가 곧장 바다로 내려가 생활하다 죽을 무렵에야 고향인 민물로 돌아오는 생활 습성 때문에 민물 사정에 어둡다고 하더니 왕눈이 널 보니 우리 엄마 아빠가 하셨던 말씀이 새록새록 떠오르네.”

“그랬었구나. 이제야 말이지만 나 역시 지금 바다 여행 중이야.”

“너 혼자 말이니?”

“아냐 나랑 함께 태어난 형제자매들과 모두 다 함께 어울려 바다 여행을 해야 하는데 나 혼자 여행하고 싶었던 호기심에 형제자매들을 떼놓고 먼저 여행길에 오른 거야.” “왕눈이 너의 호기심은 호기심이 아니라 훌륭한 용기라는 거야. 난 용기가 아니라 그놈의 호기심 때문에 이 모양이 됐지 뭐니”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아니 그것보다 네 이름부터 좀 알려줘”

“아~ 내 이름은 뱀장어 어치 실뱀장어야”

“실뱀장어?”

“그래 난 소양호에서 태어난 실뱀장어야. 그리고 나도 너처럼 민물과 바닷물을 가리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기수어야.”

“아! 그래? 정말 반갑네. 그럼 실뱀장어 너 역시도 이곳 금강이 고향이 아닌 게로구나. 그런데 무슨 일로 이곳까지 오게 된 거니? 혹시 너도 바다 여행 중인 거니?”

“좀 전에 말했지만, 왕눈이 넌 어린 나이답지 않은 크나큰 용기로 드넓은 바다 여행을 떠났지만 난 순간적인 호기심 탓에 엄마 아빠 몰래 물이 드맑다고 소문난 이곳 금강의 경치를 구경하러 왔다 그만 이 모양이 된 거야. 그리고 나 역시 드넓고 아름답다는 바다 여행을 하고픈 마음이야 꿀떡 같으나 난 너처럼 바닷물에서 생활할 수가 없어”

“그럼 실뱀장어 넌 어쩌다 이곳 금강에서 그렇게 많이 다쳤니? 게다가 그 몸으로 어떻게 너희 엄마 아빠께로 가야 한다니?”

“왕눈이 너 참 고약한 버릇 지니고 있네.”

“내가 어떤 버릇을 지녔단 말이니?”

“다른 어치들은 뭘 물어볼 양이면 한 가지씩 물어보는데 넌 한꺼번에 몇 가지씩 물어보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미안. 내가 성미가 급해서 말이야. 그러기에 형제자매들과 함께 바다 여행을 다니면 외롭지 않고 좋았을 텐데 말이야.”

“나 역시 그놈의 급한 성미 탓에 이 모양이 됐지만, 왕눈이 넌 성미 급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강준치 아저씨 같구나.”

“급한 성미 때문에 실뱀장어 네가 다치게 됐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이니? 강준치 아저씨란 누구고?”

“얘 좀 보라지. 왕눈이 넌 어쩔 수 없나 보다.”

“타고 난 태생인데 어쩌겠니. 그건 내버려 두고 내가 물어본 거 대답해 주라 응?” “졌다. 졌어. 성미 급한 널 누가 말리겠니. 강준치 아저씨는 민물 세상에선 조폭이라는 별명을 지닐 만큼 난폭하고 아주 무서운 아저씨야”

“조폭?”

“그래. 민물에서 생활하는 우리 민물고기들이라면 강준치 아저씨 이름만 들어도 다들 벌벌 떠는데 너희 연어들은 민물에서 태어나긴 하지만 바다에서 생활하는 날들이 더 많으니 강준치 아저씰 모를 수도 있겠네.”

“강준치 아저씨가 그렇게나 무서운 분이셔?”

“그럼 무섭다마다 특히 민물 어치들은 주변에서 강준치 아저씨의 그림자만 보여도 천리만리 달아나기 일쑤지. 그리고 성미가 얼마나 급했으면 물 밖으로 한 걸음만 나가도 금방 죽고 만다는 소문도 숱하게 떠돌더라.”

“난 실뱀장어 네 말만 들어도 오금이 저리는데 실제로 만나면 얼마나 무서울까.”

“다른 어치들은 강준치 아저씨 이름만 들어도 달아나기 바쁘지만 난 조금은 달라” “뭐가 다르다는 거니?”

“으응~ 전에 한번 사람들이 강준치 아저씨를 잡으려고 아저씨가 좋아하시는 민물고동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 잠 오는 약을 섞은 다음 낚싯바늘에 보이지 않게 끼워서 물밑 자갈밭에다 늘어뜨려 놓은 걸 모르고 성미 급한 강준치 아저씨가 입으로 덥석 물려고 하시는 걸 때마침 엄마 아빠와 함께 금강 나들이를 나왔던 내가 발견하고 아저씨가 낚시에 낀 가짜 민물고동을 드시지 말라고 말렸더니 그 후로 아저씨가 소양호로 간혹 놀러 올 양이면 날 보고 자기 생명을 구해주었다며 언제든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기만 하면 쏜살같이 달려와 도와주겠다고 하셨지!”

“그렇다면 강준치 아저씨께 도와달라고 하면 되겠네.”

“그렇게 하면 되는데 몇 차례 목이 터지도록 강준치 아저씨를 불러보다 대답이 없어 다급했던 김에 나 혼자의 힘으로 갇힌 그물에서 빠져나가려다 오히려 그물에 더 엉키게 되었고 이렇게 다치게 됐지 뭐니”

“그런데 실뱀장어 넌 어쩌다 버려진 그물에 갇히게 된 거야?”

“아~ 그건 엄마 아빠 몰래 혼자 금강 소풍을 나와 신나게 구경하던 중 사람들이 사용하다 낡고 망가진 그물을 남몰래 이곳에다 한꺼번에 내다 버리는 통에 내가 지나가다 몽땅 뒤집어썼던 거지 뭐”

“그랬었구나.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니?”

“내게 무슨 방법이 있겠니. 강준치 아저씨가 주변을 지나가시길 바라다 도와달라고 해봐야지 뭐”

“너 참 속 편한 소리 하고 있네. 강준치 아저씨가 언제 지나가실 줄 알고 마냥 기다린단 말이니?”

“그럼 어떻게? 내게 그물을 빠져나갈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으면 알려줘.”

“실뱀장어야! 우리 이렇게 해보자”

“어떻게?”

“좀 전에 네가 강준치 아저씨를 목이 터지도록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더라고 했지?” “그랬지”

“그땐 다급해지니 네 목소리가 쉽게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고 네가 어린 탓에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강준치 아저씨가 네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셨을 수도 있잖니” “그래서?”

“그래서 이번엔 너와 내가 한꺼번에 목소리를 모아 불러보자는 거야”

“그것참 좋은 방법이네. 그럼 우리 빨리해보자”

“성미 급하긴 너도 나 못지 않는걸.”

“너도 나와 같은 처지에 놓여봐 그런 말이 나오나. 그물에 스쳐 상처 난 지느러미가 쓰리고 아려서 견디기가 힘들어 죽을 지경인 걸 넌 모르지!”

“미안해 내가 너의 아픔을 잠시 잊은 듯싶네.”

“아냐 사실 조금 전 네가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도와줄 물고기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몰라도 불안과 아픔이 밀물처럼 한꺼번에 몰려들어 무척이나 무섭고 두려웠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왕눈이 네가 와줘서 정말 고마워”

“내가 와서 별다른 도움도 주지 못한 걸 뭐”

“무슨 소릴 그물에 갇혀 죽을지도 모르는 처지에서 누군가 와서 말동무만 해줘도 얼마나 힘이 나고 고마운데”

“얘! 실뱀장어야! 우리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 없잖아”

“맞아 우리가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네.”

“실뱀장어야! 우리 이렇게 하자”

“어떻게?”

“내가 하나둘 셋을 외치면 동시에 너와 내가 큰소리로 강준치 아저씨를 부르는 거야” “그래. 어서 시작해”

 

 더 위험한 처지에 빠질지도 모를 형편에서 왕눈이와 실뱀장어는 말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게 하려고 양쪽 배지느러미로 입 모양을 뾰족하게 모았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