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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부작 장편동화 다섯 마리 치어의 대모험 제1화 봄은 왔는데…

松竹/김철이 2019. 10. 17. 13:54

20부작 장편동화 다섯 마리 치어의 대모험

   제1봄은 왔는데…


                                                                     김철이                            


 

 겨우내 동장군의 칼바람이 무서워 벌벌 떨며 친구들끼리 서로 손을 마주 잡은 체 꼼짝도 하지 못하고 한곳에 얼어붙어 있던 물방울들이 따뜻한 마파람이 불어올 때쯤 앞다투어 자유를 찾아 아래로 흘러가기 시작했어요. 마찬가지로 꽁꽁 언 물밑에서 한겨울을 지낸 세 마리의 어린 치어가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버들개와 왜매치, 돌고기라는 이름을 지닌 민물고기들이었어요. 강 길이는 514㎞로 한국에서 압록강·두만강·낙동강 다음의 네 번째이고, 유역 면적은 2만 6,219㎢로 압록강·두만강 다음인데 강원도 금강산 부근에서 발원한 북한강은 남쪽으로 흐르면서 금강천·수입천·화천천과 합류하고, 춘천에서 소양강과 합류하는 한강에서 태어난 이들 세 마리의 치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여러모로 호기심도 많았지만, 너무 어렸던 탓에 그들에겐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어요. 그러니만큼 그들의 엄마 아빠들의 마음속엔 걱정거리가 떠날 날이 없었어요. 더욱이 세 마리의 치어는 온 동네에서 소문난 개구쟁이였던 터라 부모들이 지키고 보살피기에 무척이나 버거웠지요. 생각다 못한 세 마리 치어들의 엄마 아빠들은 세 가정의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치어들을 돌보기로 마음을 모았지요. 그러나 그 일도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였어요. 열 명의 사람이 한 명의 도둑을 지키지 못한다는 사람 세상의 속담처럼 모든 가족이 교대로 지킨다고 해도 세 마리 치어가 워낙 엉뚱한 개구쟁이였던 지라 물속 돌 틈 사이와 수초 사이로 요리조리 헤엄치며 놀기를 좋아해서 이들을 보살피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어요.


가족들의 힘겨운 처지는 아랑곳없어 바늘구멍 같은 틈만 보여도 가족들의 품에서 벗어나 갖은 말썽을 다 부리는 통에 사계절 내내 물 맑은 강은 소란이 끊이질 않았어요. 입은 툭 튀어나온 턱의 밑으로 나 있고 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입술이 남달리 두꺼워 주둥이라는 별명을 가진 왜매치는 손톱만 한 틈만 보이면 두툼한 입술을 앞세워 물속 해초라는 해초는 죄다 맛보고 다녔기 때문에 자칫 독초를 먹을까 봐 아빠 엄마의 걱정이 여간 아니었어요. 


“얘 돌고기야! 너 제발 집안에 붙어있으렴”

“그래 엄마의 말씀대로 집에서 차분히 공부 좀 하렴”

너만 할 때의 기초 공부는 시기를 놓치면 또래의 친구들을 따라갈 수가 없단다.”

“아이, 참! 아빠 엄마는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생활하는 물속 공부라야 헤엄 잘 치는 것밖에 없을 텐데”

그 거라면 아무런 걱정을 마세요.”

우리 동네 제 또래 아이 중에 제가 헤엄은 가장 잘 치니까요.”

“엄마 아빠 걱정은 그것뿐만 아니라”

물이 마냥 자유로이 흐르기만 한다 하여 아무런 위험이 없는 건 아니란다.”

물속에는 네가 가려내기 어려운 독초들도 있고”

아무렇게나 무분별하게 버려져 깨진 유리병이나”

고깃배들이 사용하다 버린 폐그물들이 곳곳에 늘여있으니”

너처럼 조심성 없는 아이들은 자칫 걸려 다치기 십상이고”

또, 너처럼 먹을 것 밝히는 아이들은 위험한 독초를 먹거리 해초들로 착각하여 먹을 수도 있고 말이야.” 


 타고난 말썽꾸러기 겸 개구쟁이인 돌고기와 둘도 없는 단짝으로 어울려 노는 두 마리 치어 역시 지독한 개구쟁이였어요. 몸의 길이가 무척이나 가늘고 길어서 길쭉이라는 별명을 가진 버들개는 평소 행동거지가 잽싸고 빨라서 아무리 좁고 비좁은 틈바구니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었어요. 먹이에 찌든 먹방이라는 별명을 지닌 돌고기는 남의 입에 들어가는 먹이까지 빼앗아 먹을 만큼 식성이 왕성했어요. 돌고기는 식성만 먹방이 아니라 물속 마을의 어떤 궂은일이든 도맡아 하는 희생정신이 뛰어났어요. 몸은 길고 약간 종편 되었으며, 머리와 배는 편평한 편이고 머리는 작고 약간 납작하며, 주둥이는 짧고 둔하며 입은 초승달 모양으로 주둥이 아래쪽에 있고, 입술은 두꺼우나 피질 소돌기가 없고 한 쌍의 짧은 입 수염이 나 있는 왜매치는 어린 치어인데도 마을 어르신이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었어요. 왜매치의 이 별명은 생김새만 비유해서 지어진 것이 아니라 또래 나이에 비해 평소 행동거지가 무척 어른스러웠기 때문이었어요. 이뿐 아니라 왜매치는 물의 속도가 느리고 모래가 깔린 하천의 바닥 가까이에서 놀기를 좋아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어요. 





 이 세 마리의 꼬마 물고기들은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서로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우정이 아주 뛰어났어요. 하지만, 이 세 마리의 치어들이 생활하는 하천은 이들이 지닌 호기심을 만족하게 해줄 만큼 크지가 못했어요. 그래서 세 마리의 꼬마 물고기들은 한자리에 모여 앉기만 하면 자기들이 태어났던 강이나 하천을 떠나 넓고 푸른 세계 여러 바다를 두루 여행하는 꿈을 모아 키워갔어요. 세 마리의 꼬마 물고기들은 이 공통적인 꿈의 씨앗을 부모님은 물론 물속 마을의 모든 가족 몰래 마음속 깊이 꼭꼭 숨겨놓기로 했어요. 언젠가 때가 오면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과 가족의 품을 떠나 넓고 태평양이나 대서양과 같은 큰물에서 마음껏 헤엄치는 모습을 상상하며 말이에요.  


 세 마리의 치어가 마음속에 그들만의 소중한 꿈의 씨앗을 키워갈 즈음 새봄은 더욱 무르익어 곳곳에서 향기 짙은 봄 향기가 마파람을 타고 풍겨왔어요. 어디 이뿐이었겠어요? 추운 겨우내 서릿발 같은 동장군의 극성스런 위세에 눌려 오금도 떼지 못한 채 서로 꼭꼭 부둥켜안고 벌벌 떨고만 있던 개골창이나 시냇가 강의 물방울들이 남쪽 나라에서 조심스럽게 불어오는 마파람 꼬임에 억눌렸던 자유를 얻은 듯이 어깨동무했던 어깨를 서로 풀고 마냥 아래로만 흘러갔고요. 고추보다 더 매운 고추바람의 눈치를 살피느라 기도 못 펴고 거칠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나무 둥지 속이나 꽁꽁 얼어붙은 땅속에서 해 묶은 시집살이를 하던 갖가지 꽃들의 새싹과 새순들의 기지개 켜는 소리가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앞다투어 들려왔어요. 이러는 사이 더 넓은 세상을 두루 구경하고 싶은 세 마리 치어의 야무진 꿈의 싹들도 한껏 부풀어 더는 참고 기다릴 수가 없었어요. 


돌고기 : “애들아! 그동안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우리의 꿈을 생시로 옮겨놓을 때가 되지 않았을까?”
버들치 : “그래 맞아 시간을 너무 끌면 우리만의 비밀이 새나갈지도 몰라”
왜매치 : “새나가긴 어떻게 새나간단 말이야. 우리 셋만의 비밀이 우리 셋 중 변질자가 생긴다면 몰라도”
돌고기 : “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옛 속담도 모르니?”
버들치 : “돌고기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네! 우리 중 무심결에 엄마 아빠들께 얘기할 수도 있고 말이야.”
왜매치 : “어떻게 세운 우리 꿈의 기둥인데 한순간 모래성이 되면 안 되니 지금 당장 떠나는 것이 어때?”
돌고기 : “그래 그게 좋겠다. 다들 후회 없겠지? 나중에 엄마 아빠 보고 싶다고 울기 없기다.”

버들치 : “그런 걱정일랑 붙들어 매셔 후회할 일 없을 테니 말이야.”


 이렇게 해서 아직은 엄마 아빠의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 세 마리의 치어는 더 넓고 길며 깊은 물 속 세상을 직접 체험하고 두루 익혀 물속 생명체들이 더욱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하는 연구의 목적으로 엄마 아빠는 물론 주위의 누구에게도 작별의 인사도 하지 않고 모험의 대장정에 올랐어요. 때로는 무섭고 두려운 위험도 따를 테고 때로는 엄마 아빠 보고 싶어 울 때도 있겠지만 갖은 폐유와 쓰레기들로 몸살을 앓는 한강에서만 생활할 수 없다는 야무진 결심으로…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