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14화 둥근 마음과 모난 마음-
김철이
분노와 억울함으로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오곡백과와 사계절 금수강산, 이 나라에서 나는 갖은 채소들이 제각기 한 마디씩 내뱉는 하소연들을 듣고 있는 동글이는 마치 자신이 그런 처지에 놓인 듯 무척이나 마음이 슬프고 아팠어요. 오곡백과와 갖은 채소들은 앞다투어 적지 않은 세월 동안 가슴에 묻어놓았던 상처들을 누에가 꽁무니로 실을 뽑아내듯 갖가지 색깔과 표정으로 줄줄이 뿜어냈어요.
호두: “다른 나라의 갖가지 곡식과 과일과 채소들이 물밀 듯 들어오기 전엔”
부추: “이 나라 백성들의 먹거리로 매 끼니 밥상에 오르며 온갖 사랑 다 받았지.”
파: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키 크고 코 큰 사람들이 농장에서”
고추: “돈벌이를 하려고 아무런 애정 없이 길러낸 갖가지 곡식과 채소 과일들이”
벼: “비행기와 배를 타고 떼를 지어 들어와서는”
보리: “오랜 세월 우리가 몸 붙여 살았던 터전을 통째 빼앗으려고”
조: “갖은 수단과 방법을 죄다 동원하여”
수수: “이 나라에서 태어난 우리를 쫓아내려고 큰 몸통으로 밀어내 길래”
콩: “우리는 우리가 태어나 이 나라 이 땅에서 밀려나지 않고 지키기 위해”
녹두: “이렇게 우리 마음을 모으는 중이야.”
들깨: “이게 다 물러터진 이 나라 백성들 책임이지”
토란: “머지않아 자기들 발등에 떨어질 번갯불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이지 뭐”
동글이: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참깨: “그건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 탓이야.”
땅콩: “이 나라에서 태어난 우리는 토종이라 하여 맛과 영양가가 높지만”
들깨: “서양에서 태어난 식물들보다 몸집도 작고 한꺼번에 많이 태어나지 못하니”
고추: “돈벌이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이 서양 사람들처럼 우리를 한꺼번에 많이 나게 하려고”
벼: “지혜로운 사람들 머리로 긴 시간 연구 끝에 갖은 식물들을 대량으로 많이 나게 하여”
밀: “수출이란 이름을 붙여 다른 나라에다 팔기도 하고”
녹두: “우리가 어떡하면 건강하게 잘 자라는가 하는 방법을 가르쳐 줘서”
콩: “우리를 키 크고 코 큰 서양 사람들에게 보내는 통에 우린 가족들과 생이별을 해야 했지!”
벼: “우리를 잘 자라게 하려고 동글이 너희 형제들인 물꼬를 놓고 숱한 다툼도 있었고 말이야.”
토란: “그뿐이면 말도 안 해”
보리: “보릿고개라 하여 이 나라 사람들이 보리죽 한 그릇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지”
참깨: “그땐 콩 한 조각도 나눠 먹는 시늉을 하며 우리를 애지중지했었고 말이야.”
고추: “그런데도 그 가난했던 시절은 까맣게 잊고 우리를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거야”
동글이: “너희 말을 다 듣고 나니 너희 처지가 참 딱하게 됐구나.”
조: “그러니 이젠 우리는 어떡하면 좋겠니? 우리들의 둥지마저 잃게 생겼으니 말이야.”
동글이: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곧 고향으로 돌아갈 텐데 그때 우리 아빠께 말씀드려 볼게”
땅콩: “참! 동글이 너희 아빠가 물의 나라 수나라의 임금님이시랬지”
동글이: “그래 우리 아빠께 말씀드리면 욕심 많고 네모진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죄다 둥글게 할 수 있을 거야”
세상구경을 나온 후로 줄곧 그랬듯이 동글이는 오곡백과와 갖은 채소들의 마음을 오롯이 한데 묶어 고향에 계신 아빠께로 가져가려고 둥근 마음속에 꼭꼭 챙겨 넣었어요. 세상구경을 하고 싶은 성급한 마음에 엄마 아빠 허락도 없이 고향 수나라를 몰래 나온 동글이는 세상을 두루 다니며 구경도 많이 했고 많은 생명체도 많나 그들의 적지 않은 고충이나 아픔들을 마음에 새겨 넣다 보니 문득 부모님과 형제들이 보고 싶어졌어요. 해서 동글이는 못다 한 세상구경은 이다음 기회가 생길 때 형제들과 함께하기로 미루어 둔 채 고향 수나라로 돌아가려고 물 걸음을 재촉하여 수나라를 향해 아래로 흘러갔어요.
“동글이 너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게로구나?”
“네! 해님 그동안 추운 겨울일 땐 따뜻한 햇볕을 비춰줘서 고마웠습니다.”
“잘 가거라. 이다음에 또 보자”
“네! 달님도 잘 계시고요 어두운 밤 외롭지 않게 밝혀주셔서 감사드려요”
“우리 또 언제 만나지 그동안 네 등을 밀어주느라 심심하지 않아 좋았는데 말이야.”
“그러게요. 저도 바람님이 늘 함께 동무해 주셔서 지루한 생각 없이 여행했었는데 말이에요”
“아무튼 잘 가고 다음에 또 만나”
“네! 해님! 달님! 바람님! 안녕!~”
동글이는 세상구경을 하는 동안 늘 함께 해 주었던 해님과 달님 바람님과 작별의 인사를 나눈 후 고향 수나라를 향해 줄달음쳤어요. 엄마 아빠 형제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들뜬 기분도 있었지만, 동글이는 세상구경을 다니는 동안 만났던 생명체들이 전해준 마음 아픈 사연들 탓에 무거운 짐을 지워놓은 듯 마음이 무척 무거웠어요. 그 상처 입은 생명체들을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아빠께 세상 사정을 전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동글이는 둥근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어요.
마침내 수나라에 당도한 동글이는 가족들과 재회의 기쁨을 한껏 나눈 다음 세상구경을 두루 다니는 동안 세상 사람들의 갖은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어 몹시 힘들어하는 생명체들의 숨은 사연들을 물의 나라인 수나라 임금님이신 아빠께 하나 빠뜨리지 않고 다 말씀드렸어요. 동글이의 얘기를 전해 들으신 동글이 아빠는 노발대발 화를 내며 수나라 대신들을 다 불러들여 어전 회의를 열었어요.
“대신들은 들으시오”
“예!~ 하명하십시오. 임금님”
“본디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지구가 둥근 것은 세상 모든 생명체가 다툼 없이 둥글게 살라는 뜻이 아니오.”
“예! 그건 저희도 다 알고 있질 않습니까?”
“또한 짐이 우리 수나라 밖으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내는 뜻도 잘 아시리라 믿소.”
“잘 알고말고요. 세상 모든 생명체가 욕심 없는 둥근 마음으로 살라는 뜻으로 생각되옵니다.”
“그런데도 지금 세상 일부에선 지혜를 지녔고 힘을 지닌 인간이란 생명체들이 물꼬를 이용하여 자기들이 편리하고 이익이 되는 쪽으로 이용하여 장난을 치고 있다고 하니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소?”
“임금님!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수나라 병사들을 보내 네모난 사람들의 마음을 둥글게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옳거니! 그런 방법이 있었지”
이구동성 대신들이 아뢰는 말에 둥글이 임금님은 무릎을 탁! 치시며 대신들이 내놓은 방법으로 물의 나라 병사들을 풀어 세상 뭇 생명체들이 생활하는 세상으로 흘려보내 모난 세상 모든 생명체가 수나라 병사들의 둥근 마음을 닮을 수 있도록 하라는 지엄하신 어명을 내렸어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세상구경을 하며 만나고 헤어졌던 생명체들을 다시 보고 싶어진 동글이는 수나라 병사들과 함께 뭇 생명체들이 사는 세상으로 보내달라는 간청을 아빠께 드리고 마음먹었어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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