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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11화 언제나 따뜻한 봄은 오려 나

松竹/김철이 2017. 6. 16. 14:12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 제11화 언제나 따뜻한 봄은 오려 나 -


                                                            김철이

 

 동글이는 날 곤충들이 물 곤충들한테 여태 어떻게 대하여 왔을 거라 대충 짐작하고 세상 어떤 생명체라도 남들보다 잘 되어 있을 때 나보다 못한 처지에 놓인 이웃을 못 본 채 외면했던 날 곤충들은 물 곤충들에게 냉대를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동글이는 세상구경을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웠지만, 곤충들 세계를 접하면서 세상 어떤 생명체든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놓인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도와줘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배웠어요. 물을 나눠 사용하지 않으려고 아옹다옹 다투는 물 곤충과 날곤충들한테 옛날 사람들에겐 콩 한 쪽도 나눠 먹는 미덕이 있었다는 걸 일러주고 사람은 아니지만, 물 곤충과 날 곤충들도 그 미덕을 발휘하여 물을 나눠 마시고 사용하는 게 비를 내려주신 물의 나라 임금님의 깊으신 뜻에 어긋나지 않은 행동이란 것을 타일러 주었어요.

 

동글이: “애들아! 너희한테 물을 주신 우리 아빠는 너희가 한 방울의 물이라도 나눠 마시고 사용하라는 생각이셨을 거야.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미 지난 과거는 다 잊고 냇가 물을 나눠주는 게 좋지 않을까?”
물 좀: “그래 맞아 이 냇가 냇물이 우리 것만도 아니고 과거는 이미 흘러간 것이라”
물장군: “우리도 물을 나눠주고 싶지만 먹을 수나 있겠니?”
게아재비: “오염된 지 너무 오래돼서 말이야.”
물맴이: “보다시피 우리도 마실 수 없어 그냥 물장구나 치며 놀고 있는 거야.”
동글이: “아무런 걱정들 하지 마. 하늘에서 나랑 함께 내려온 형제들과 너희가 사는 이 냇물을 깨끗이 씻어줄게. 아마 그러고 나면 냇물을 마실 수도 있고 상처 입은 몸과 마음도 말끔하게 치유할 수 있을 거야.”
강도래: “그것도 일시적 아니겠니. 너희가 떠나고 나면”
물 좀: “세상 뭇 사람들은 또다시 물을 갖은 방법으로 오염시키려 들 테고”
물장군: “그러면 우린 또다시 오염된 물에서 살며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겠지.”

 

 동글이가 세상구경을 나와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오염되고 부패한 물로 갖은 고생을 다 하며 생명의 위험까지 느껴야 하는 생명체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아파 흐르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참고 기다리다 보면 꼭 좋은 날이 올 거라는 위로의 말만 남긴 채 물 걸음을 돌리곤 했는데 곤충들 나라에 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동글이가 지금 당장 물 곤충 날곤충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위로의 말뿐 그들을 위한 뾰족한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동글이는 곤충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고 물의 나라로 돌아가면 아빠를 설득하다 안 되면 조르고 떼를 쓰더라도 옥수같이 맑디맑은 물방울 형제들과 세상 밖으로 다시 나와 썩고 오염된 물 때문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채 하소연조차 할 수 없는 생명체들을 반드시 구해주리라 굳게 결심했어요.

 

귀뚜라미: “사람들은 왜 그럴까?”
무당벌레: “곤충과 짐승들 그리고 길섶에 절로 피는 꽃들이 생존할 수 없으면”
개미: “사람들도 살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건지 원,”
동글이 : “너희의 간절한 마음이 하늘에 닿을 날이 꼭 있을 거라서 너희 같은 힘없고 작은 생명체들도 평화로이 살 수 있을 거고 말이야.”
벼룩: “벼룩인 나도 염치가 있고 얼굴이 있는데”
배짱이: “누가 옥토같이 기름진 이 땅 위에 구린내 진동하는 물똥을 싸놓았는지 몰라도”
메뚜기: “그런 날이 하루빨리 올 수 있게 동글이 너와 같은 물방울들이”
잠자리: “하나의 마음이 되어 때 묻은 세상을 깨끗하게 씻어줘.”
동글이: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물의 나라로 돌아갈 때 너희 마음 하나하나 내 마음속에 꼭꼭 간직해 가서 물의 나라 임금님께 아뢰고 세상 모든 물을 옥수처럼 맑고 깨끗하게 씻어 달라 부탁해 볼게”
여치: “그래 꼭 부탁해. 그래서 세상 모든 생명체가 어떤 물이든 먹고 마시며”
꽃무지: “평화로이 살아갈 수 있게 말이야.”
무당벌레: “세상 사람들은 죄다 어리석고 바보인가 봐”
개미: “갑자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뚱딴지처럼”
무당벌레: “그렇잖아 사람들이야 자기들 정으로 태어나지만, 대자연 슬하의 자녀인 우리는 대자연에서 절로 생겨나고 절로 없어지지 않으냐 말이야. 그러니 우리가 온전히 살 수 없으면 사람들도 온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니 말이야.”
동글이: “그렇지만, 이젠 걱정하지 마. 조금만 기다려 주면 내가 우리 물 형제들과 찾아와서 갖은 욕심으로 가득 찬 세상 사람들 마음까지도 깨끗하고 말끔하게 씻어줄 테니 말이야.”

 

 사람들의 갖은 욕심 때문에 아무리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도 마음 놓고 먹고 마실 수 없는 물을 눈앞에 놓고 마음 아파하는 갖은 곤충들과 헤어진 동글이는 또다시 하늘의 부르심을 받아 하늘로 올라 심한 가뭄으로 목이 타서 갖은 생명체가 다들 아우성으로 난리가 난 대지에 단비가 되어 주르륵주르륵 줄기차게 내렸어요. 여러 곳의 땅에도 마찬가지로 몇 달째 제대로 비가 내리질 않아 대지의 흙 알갱이가 바싹 말라 있었다. 온갖 꽃들의 꽃잎엔 물기 하나 없이 타들어 가고 있었고 꽃들의 갖은 향기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어요. 나무와 작은 풀잎에도 물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어요. 그러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비가 내리니 산과 들의 온갖 식물들은 하나같이 제각기 나름대로 기쁨을 표현했어요.

 

 바람결을 타고 말없이 전해지는 풍문에 동글이가 한 줄기 단비가 내렸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손길이 쉽게 닿지 않는 깊고 깊은 산 속이나 들길 길섶 깊숙이 숨어 사는 야생화 무리가 동글이 곁으로 몰려들어 곱고 예쁜 입들을 쫑긋거리며 그동안 세상 뭇사람들의 손길에 수많은 시달림을 받아 몸과 마음속 상처가 산더미처럼 쌓이는데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하소연을 갑작스레 쏟아져 내리는 오뉴월 소나기처럼 마구 쏟아냈어요.

 

천일홍: “어서 와 동글아! 네가 온다고 해서 손꼽아 기다렸단다.”
동글이: “어!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내가 올 거라는 건 어찌 알았어?”
동자꽃: “이웃 곤충 마을 날 곤충들이 날아와서 알려줘서”
등꽃: “그래 이렇게 우리 모두 널 만나러 온 거야”
솔나리: “정말 고마워. 그동안 심한 가뭄에 얼마나 목말랐는지 몰라”
동들이: “미안해. 내 마음 같아선 한달음에 달려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이제야 오게 되었단다.”
상사화: “비가 내리지 않으니 물도 물이었지만 더욱더 무서웠던 건 사람들이었어.”
동글이: “너희도 사람들의 적지 않은 시달림을 받았던 게로구나?”

 

 사람들의 손길이 쉽게 미치지 않은 깊고 깊은 산 속과 인적이 드문 외딴 들 섶에 숨어 사는 야생화들마저 사람들의 얕은 계산과 이익으로 이어진 시달림을 받았던 것으로 생각하니 동글이의 마음도 무척이나 무겁고 아팠어요. 어여쁘고 앙증맞은 야생 꽃들의 화사한 입들로 내놓는 몸과 마음의 상처들은 그다지 곱지도 아름답지도 않았어요. 동글이가 세상구경에서 깨달은 것 중에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정과 인연이란 말이 있는데 대자연 슬하에 절로 탄생하는 꽃과 풀 나무와 열매 돌멩이와 흙 새와 물고기 날짐승과 길짐승들은 주어진 환경에 늘 감사하며 사는 반면에 정과 인연으로 태어난 사람들은 좀체 감사할 줄 모르며 틈만 나면 갖은 욕심을 다 부리며 다른 생김새의 생명체에게 해를 끼쳐 몸과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된다는 사실이 가장 마음이 쓰리고 아팠어요.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