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12화 누가 이 땅 위에 물똥을 퍼질러 쌌어!

松竹/김철이 2017. 11. 14. 16:56

         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 제12누가 이 땅 위에 물똥을 퍼질러 쌌어! -



                                                                              김철이

 

 동글이의 말이 입에서 나와 채 땅에도 떨어지기 전 야생화와 야생초들의 불만과 불평들이 앞다투어 터져 나오는 것이었어요. 깊은 산 속과 외딴 들길에 숨어 피고 지는 꽃과 풀들의 하소연은 시간이 가도 끈일 줄 몰랐고 기찻길처럼 길고 긴 얘기를 듣고 있는 동글이의 아픈 마음은 시간이 흐를수록 소금을 뿌린 듯 쓰러 왔지요.

 


돌단풍: “말도 마.”

금낭화: “시달림을 받았다 뿐이겠니?”
인동초: “우리는 대자연 슬하에서 꽃을 피우고 자라야 제대로 자랄 수 있고”
꽈리꽃: “아무리 아름답고 화려해도 사람들이 꾸며준 정원에선”
개망초: “제 몫을 제대로 다 할 수도 없다는 것을 모르나 봐.”
골무꽃: “툭하면 우리를 통째 꺾어다 자기네 안방 화병에다 꽂아 놓칠 않나”
기린초: “산길이나 들길을 지나가면 곱게나 지나가지. 우리가 뭐 심심풀이 땅콩인가?”
법부채: “잠시도 생각해 보지 않고 꽃잎을 함부로 꺾어 입에 물고 다니거나”
불로화: “자기들 눈에 곱고 아름답게 보이면 다른 이들 눈에도 같이 보이건만”
조맹이: “비 오는 날 미친 사람도 아닐 텐데 꽃잎을 꺾어 머리에 꽂거나”
접시꽃: “윗도리 호주머니에 꽂고는 세상 제일의 신사처럼 으스대니 말이야.”

돌단풍: “사람들 나쁜 행실이 어디 그뿐이겠어”

개망초: “우리 꽃들과 풀들이 뿌리를 내려 피고 지게 해 주고”

골무꽃: “우리에게 고마운 은인 역할을 해 주는 흙과 돌멩이마저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불로화: “자연 흙이라 갖은 꽃 기르기에 좋다며 처음엔 작은 꽃 쌈으로 조금씩 가져가더니”

기린초: “나중엔 흙뿐만 아니라 자기들 집 주변을 예쁘게 단장한다는 핑계로”

파리꽃: “곱게 생긴 돌멩이 몇 개씩 주워 가더니만,”

법부채: “그것도 부족했던지”

인동초: “이번엔 거대한 굴착기를 동원하여 아주 큰 바윗돌마저 파가더군”

금낭화: “이래서야 어떻게 우리가 한시라도 마음 편히 살 수 있겠느냔 말이야.”


하늘과 땅을 터전으로 생활하는 생명체라면 어떤 욕심이든 마음속에 새겨 자라게 할 수 있고 그 갖은 욕심이 지나치면 그 욕심이 무서운 흉기가 되어 다른 생명체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을 깨달은 동글이는 욕심도 다툼도 없는 물의 나라 수나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지만, 동글이마저 상처 입은 생명체들을 돌보지 않고 돌아선다면 몸과 마음속에 갖은 상처를 입어 아파하는 생명체들에겐 상처를 씻을 기회가 쉽게 오지 않을 거라 여겨 야생화들의 가슴 아픈 하소연을 하나도 빠뜨림 없이 다 듣고 수나라 임금이신 아빠께 전해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쫑긋거리는 꽃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바싹 귀를 기울였어요.




동글이: “너희도 사람들에게 쌓인 게 많구나.”
노루귀: “어디 많다 뿐이겠니?”
파리풀: “세상엔 정말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너무 많아”
동글이: “왜? 또 어떤 사람을 보았길래 그러니?”
잔대꽃: “돈벌이나 취미로 분재한다는 갖은 핑계로 크고 작은 나무들을”
땅채송화: “뿌리째 뽑아가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송화: “돌들이 자기네 들어 업고 있자 했는지 아니면 안고 있자 했는지 몰라도”
개불알꽃: “조금만 이상하고 곱게 생긴 돌이라면 크고 작은 것을 가리지 않고”
총꽃: “죄다 자기 들 것으로 만들어 통째 파가고 옮겨가니 나중엔 무엇이 남을는지”
해당화: “세상 사람들의 모난 생각을 동글이 너의 마음으로 씻어”
범꼬리: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을 둥글게 만들 순 없을까?”
복수초: “이대로 가다간 언젠가는 사람들이 대자연의 복수를 받고 말 거야.”
동글이: “너희처럼 곱고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닌 꽃들이 그렇게 나쁜 생각을 하면 어떡해,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줘. 얼마 후면 내가 물의 나라로 돌아가게 될 텐데 그때 물의 나라 임금님께 말씀드려 세상 모든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생명체의 마음을 물로 깨끗이 씻어 둥글게 만들고 크고 작은 생명체들이 하나가 되어 둥근 세상 터전에서 아무런 욕심 없이 둥글게 둥글게 살아갈 수 있게 할 거야.”
산부추: “야호! 동글이 네 말만 들어도 그런 세상이 온 듯 신이 절로 나는데”
할미꽃: “우리는 동글이 너만 믿을게”
동글이: “너희 아름다운 꽃잎의 기도가 있으니 너희 소망도 금세 이뤄질 거야.”
바람꽃: “네모진 세상은 바람에 실려 가고 둥근 세상아! 어서어서 오너라.~”

 

 숨어 사는 야생화들이 사람들에게 안고 있자고 안달을 부렸던 것도 아니고 업고 있자고 억지를 부렸던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찾아다니며 못살게 구는 것인지 한송이 꽃도 한 포기 풀도 사람들이 심어주지 않았고 아무리 심한 가뭄이 들어 목이 바싹 말라 타들어 가는 지경이 되어도 심한 홍수가 나서 물에 떠내려갈 지경에 이르러도 자기들 한순간 목마름과 배고픔만 챙길 줄 알았지 물 한 바가지 떠다 갈증을 씻어주지 않았고 흙 한 꽃삽 떠다가 뿌리가 다 드러난 상처 한번 감싸주지 않았던 사람들이 이렇게 찾는지 제주도 좋게 찾아와서는 보고 좋고 사람들 몸에 좋다는 핑계를 대며 꽃가지를 꺾어가다 못해 뿌리째 파가는 사람도 있고 어떤 마음으로 사는 사람인지 몰라도 심한 경우엔 산과 들의 잘 생기고 조금만 색다르게 생긴 돌멩이와 영양분이 높아 화초를 기르기 좋은 자연 흙까지 양심에 아무 가책도 느끼지 못한 채 돌부리를 파가곤 한다는 야생화 야생풀들의 말을 들은 동글이는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음아픈 얘기를 듣자니 무척이나 슬펐어요.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주절주절 풀어놓는 야생화 야생풀들의 숱한 하소연을 뒤로 한 채 돌아서야 했던 동글이의 발걸음은 무거워 쇳덩이를 단듯했지만, 동글이의 도움을 기다리는 또 다른 생명체를 찾아 아래로 흘러 걷는 동글이는 걸음을 재촉했어요. 세상구경을 나온 지 몇 달이 지났는지 동글이가 수나라 고향을 떠나올 시절은 막 초봄의 씨앗이 움틀 무렵이었는데 쉴 틈 없이 아래로만 흘러가다 보니 어느덧 가을 풍경이 동글이의 눈앞에 풍요롭게 펼쳐졌어요. 눈으로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른 가을 들녘을 감상하며 흐르던 동글이의 눈속에 색다른 모습이 들어왔어요. 동글이가 여태 만난 생명체 무리는 죄다 서로 닮은꼴 모습이었는데 이번에 만난 생명체들은 한 무리를 이루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생김새를 한 무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엇인가를 골똘히 의논 중이었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