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동글이의 세상 여행기
제15화 약속을 지킨 동글이
김철이
수나라 어전회의는 계속 이어졌고 어떻게 하면 수나라 물의 병사들이 세상 네모난 생명체들의 곁으로 쉽게 접근하여 짧은 시간 안에 모난 마음들을 둥글게 만들어 놓을까 하는 안건을 놓고 많은 생각이 둥글이 임금님과 수나라 대신들 사이에 오고 갔어요. 동글이 역시 어전회의가 열리고 있는 어전 주위를 맴돌며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털어놓을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요.
“외무대신의 생각엔 어떤 방법으로 우리 수나라 병사들을 네모난 생명체들의 마음속으로 숨어들게 하는 게 좋겠소?”
“예! 임금님! 소인의 생각으론 우리 병사들 모두를 하늘로 올려 보내 비를 내리게 함이 좋을 줄 아뢰오.”
“그렇게 해봐야 수박 겉핥기가 아니겠소. 비를 내리면 모난 마음속 깊이까지 스며들 수 없지 않겠소.”
“다음은 내무대신 말씀해 보시오. 생각이 어떠하신지”
“예! 소인의 생각엔 아주 큰 웅덩이에 네모진 생명체들의 몸을 담가 씻게 하면 어떨까요?”
“그 또한 마찬가지 아니겠소. 몸을 물에 담가 씻긴다 하여 모난 마음이 둥글게 씻어지기야 하겠소.”
“그럼 이번엔 총리대신의 의견을 말씀해 보시오.”
“예!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저라고 특별한 생각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어떤 생각이 있을 것 아니오.”
“있긴 하지만, 이 일에 도움이 될는지”
“어떤 생각이든 말씀해 보시오. 시간이 별로 없으니”
“세상 뭇 생명체는 숨을 내시고 마셔야 살 수 있질 않습니까?”
“해서 그게 어쨌단 말씀이오.”
“거센 바람 속에 우리 수나라 병사들을 숨어들게 하여”
“가만가만 이제야 좋은 방법이 나올 듯싶구려. 기쁜 마음에 말을 끊어 미안하오.”
“미안하다니요.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씀입니다.”
“총리대신! 계속 말씀해 보시오.”
“예! 그리하여 생명체들이 숨을 들어 마실 때 콧속으로 들어가 모난 마음들을 둥글게 하는 것입니다.”
“아바마마! 그렇게 하면 많은 소동이 일 것이 불을 보듯 뻔 한일입니다.”
“그럼, 동글이 네겐 더 좋은 방법이 있단 말이냐?”
“세상 모든 생명체라면 누구나 물을 먹고 마셔야 하지 않아요.”
“그야 그렇지. 그래 서?”
“그래서 세상 모든 생명체가 시시때때로 마시고 먹는 모든 우물과 옹달샘 속에”
“으음~ 좋은 생각이 나올 듯싶구나.”
“우리 수나라 병사들이 숨어들어 세상 생명체들이 물을 마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그렇게 하면 병사들이 쉽게 생명체들의 몸속 어디든 숨어들 수가 있겠구나! 그래서?”
“예! 그렇게 되면 생명체의 모난 마음을 둥글게 할 무기를 든 병사들이 몸속을 두루 다니며”
“몸속 구석구석 숨어있는 나쁜 생각과 모난 마음들을 죄다 찾아내 없애잔 말이지?”
“예! 아바마마!”
“네 생각이 정말 기특하구나! 이제야 걱정을 덜 듯싶구나. 당장 그렇게 하라고 명을 내려야겠구나.”
“아바마마 그 병사들 대열에 저도 함께 끼워주세요. 부탁이에요.”
“동글이 넌 좀 전에 긴 여행에서 돌아왔는데 또다시 그렇게 큰일을 해낼 수 있겠느냐?”
“제가 세상 구경할 때 만난 생명체 중 상처 입은 생명체들을 제 손으로 그 상처를 씻어주고 싶어요.”
“꼭 그렇게 하고 싶으면 네 뜻대로 하려 마”
“아바마마! 고맙습니다.”
“총리대신은 들으시오. 지금 곧 병사들을 풀어 네모난 세상 모든 생명체 마음을 둥글게 하시오.”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물의 나라 둥글이 임금님의 어명이 떨어지자 수나라 병사들은 제각기 손에다 네모난 사람들 마음을 둥글게 바꿔놓을 수 있는 갖가지 무기를 든 채 수나라 밖 세상을 향해 흘러갔어요. 개중에는 물의 나라 수나라 둥글이 임금님의 막내아들 동글이도 함께 끼어 있었지요. 동글이와 수나라 병사들의 마음속엔 네모진 세상 사람들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마음을 맑고 깨끗이 물로 씻어 죄다 둥글게 해 놓겠다는 사명감이 숨 쉬고 있었어요. 해서 물은 언제나 겸손하게 아래로만 흐르는 것이래요.
세상구경 중 만나 숱한 사연을 만들었던 그 생명체들을 다시 만나러 간다는 들뜬 생각으로 동글이의 둥근 마음은 마냥 설레고 벅차올랐어요. 임금님의 어명을 받은 수나라 물의 병사들은 질서 정열 하게 아래로 흘러갔어요. 수나라 병사 중에는 난생처음으로 세상구경을 하는 병사도 끼어있어 색다른 세상 풍경에 신비스러워하며 졸졸졸 환호를 질렀고 제각기 기쁜 마음을 표현했어요. 동글이와 수나라 병사들은 동글이가 세상구경 때 만났던 순서대로 생명체들을 만나 아픈 상처들을 어루만져 주는 한편 세상 뭇 생명체 중 모난 마음들을 원으로 만들 작업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으고 아래로 내려가던 중전에 동글이와 만났던 생명체들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그런데 작은 실개천을 흘러내려 가던 중 우연히 오염된 물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으며 몹시 힘들어하던 몇 마리 민물고기를 만났어요.
동글이: “얘들아! 그동안 잘 지냈니?”
버들치: “이게 누구야! 동글이 아니냐!”
동글이: “맞아 동글이야. 너희와 약속을 지키려고 이렇게 다시 찾아왔단다.”
동사리: “정말이네! 동글이 네가 약속했던 대로 옥수처럼 맑은 물들과 함께 와줬구나.”
동글이: “그래 그사이 별다른 일은 없었니?”
가물치: “우린 동글이 네가 네 물의 형제들과 하루빨리 돌아와 오염된 물을 정화해 주길 기도했었지!”
동글이: “그랬었구나! 너희 그 기도 덕분에 내가 더 짧은 시간 안에 너흴 찾아올 수 있었나 본데”
돌고기: “아무튼 너무 고마워. 이제부터는 세상 어느 물에서든 기름 냄새, 농약 냄새가 나질 않고”
산천어: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물만 흐를 수 있게 우리도 한층 더 노력할게”
동글이: “그래 고마워. 이젠 너희와 이별을 해야겠어. 다른 친구들이 애타게 기다릴 테니 말이야.”
미꾸리: “그래 잘 가! 네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 그리고 이다음 또다시 만날 수 있게 기도할게.”
동글이와 수나라 병사 일행은 첫 과제로 몸집이 작은 탓에 체구가 크고 힘이 센 사람들에 의해 몸과 마음에 아픈 상처를 입은 채 냉가슴 앓듯 살아온 민물고기들의 맑고 깨끗한 새 둥지를 되찾아주고 기쁜 물속을 온통 헤엄치는 민물고기들과 작별 인사를 주고받으며 그들 일행을 애타게 기다릴 또 다른 생명체를 찾아 아래로, 아래로 흘러갔어요. 처음 민물고기들과 만났을 때와 달리 상처 입은 생명체들의 아픔을 씻어주고 돌아서는 동글이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어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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