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
1장 왕눈이 드넓은 세상을 꿈꾼다.
김철이
한탄강 줄기 복하천 드맑고 깊은 물을 고향 삼아 태어난 왕눈이란 이름을 지닌 암컷 연어 사리가 태어났어요. "왕눈이"이란, 이름을 짓게 된 사연은 치어의 눈이 다른 연어 사리 형제자매들보다 유난히 컸기 때문이었어요. 왕눈이가 태어난 계절은 단풍이 한창 화려하게 물들어갈 시기인 시월이었어요. 가을걷이로 한창 분주하고 바쁠 때지만 연어 사리가 태어날 복하천 물속마을은 연어 사리 엄마의 산통으로 시끌벅적했어요. "왕눈이" 엄마는 왕눈이를 비롯한 다른 연어 사리 형제자매들을 낳은 후 자리를 뜨지 않고 갓 태어난 새끼들이 먹이를 찾을 줄 몰랐던 탓에 자신의 살을 왕눈이 형제자매들이 쪼아 먹으며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다 결국 뼈만 앙상하게 남긴 채 세상을 떠났고 아빠는 왕눈이 형제자매들을 훔치려고 떼를 지어 마구 달려드는 누치 떼와 치열하게 싸우다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요. 연어 사리 형제자매들은 자기가 태어난 고향 민물에서 여섯 달 정도 자라다 드넓은 바다로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데 그 시기가 새들은 새봄의 소식을 전하려고 다양한 목소리들로 목청을 높여가고 갖가지 계절 꽃들은 제각기 향기와 겨우내 곱게 다듬은 모양새를 뽐내기에 열성을 다 할때 에요.
마침내 겨울이 가고 새봄이 움트기 시작하더니 복하천 물속마을에서도 새봄맞이로 몹시 분주했어요. 지난겨울 몸서리치게 추웠던 추위 탓에 물속 생명체는 죄다 얼음 지붕 아래서 햇살도 쪼이지 못한 채 몇 달 며칠을 떨며 지내야만 했어요. 그사이 기세등등하던 동장군도 물러갔고 꽃샘바람 치마폭에 쌓여 새봄이 찾아오자 복하천 물속마을에서도 봄 단장을 하느라 시끌벅적했어요. 이때 연어 마을에선 길고 먼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느라 어른들은 쉴 새가 없었지만 태어난 지 몇 달 되지 않아 할일이 없었던 왕눈이는 심심해 몸살이 날 지경이었어요.
2장 왕눈이 세상 첫걸음을 내딛다.
한참 호기심 많을 또래인 왕눈이는 세상 모든 모습이 하나같이 신기하기만 했어요. 혼자 물속 이곳저곳을 헤엄쳐 다니며 구경하던 왕눈이는 드넓은 바다 이야기를 어른들께 귀동냥으로 전해 들은 후부터 깊은 고민에 빠졌어요. 며칠을 고민에 빠져있던 왕눈이는 마침내 크나큰 결심을 하기에 이르렀어요. 왕눈이는 형제자매들과 함께 떠날 여행을 앞둔 어느 날 동틀 무렵 형제자매들 몰래 조용히 집을 빠져나와 드넓은 바다를 향해 복하천 물속마을을 뒤로 남긴 채 헤엄치기 시작했어요. 며칠 동안 혼자 고민해 왔던 혼자만의 자유로운 여행을 즐기는 한편 드넓은 바다 구경을 실천에 옮기기 위함이었어요. 왕눈이는 혹시라도 형제자매들의 눈에 띌까 봐 뱃속의 공기주머니에 산소를 가득 채운 다음 안간힘을 다해 헤엄쳤어요. 얼마를 헤엄쳐 갔을까요? 급히 헤엄치느라 등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가 한꺼번에 너무 쑤시고 아파 잠시 쉬어 가려고 수초 물솜방망이 줄기에 기대어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어요.
“얘! 넌 어디서 온 누군데 여기서 어슬렁거리니? 너 여긴 왜 왔어?”
형제자매들이 이곳까지 쫓아왔나 싶어 화들짝 놀라 돌아다보니 몸은 유선형이고, 몸의 색깔은 황갈색이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두 눈을 부라리며 왕눈이 또래의 치어 한 마리가 왕눈이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너 누구니? 너 나 알아?”
“참나! 모르니까 물어봤지. 그리고 내가 먼저 물어봤는데 물어본 말엔 대답도 하지 않고 되묻기는”
“미안. 난 한탄강에서 온 연어 사리 왕눈이라고 해.”
“그런데 여긴 왜 왔어?”
“너도 참 내 이름을 알려줬으면 네 이름도 알려줘야지. 그리고 너 아까부터 날 노려보고 있는데 난 널 오늘 처음 만났고 네게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못마땅한 듯이 꼬나보고 있는 거니?”
“미안. 기분 상했다면 내가 사과할게. 왕눈이라고 했지? 난 이곳 홍천강에서 태어난 열목어 어치. 팽팽이야”
“팽팽이? 너도 참 예쁜 이름을 지녔구나.”
“이름만 예쁘면 뭐 해”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이름이 예쁘면 부르기도 좋고 듣기도 좋잖니”
“이름만 예쁘게 지어놓고 죄다들 못 잡아먹어 안달인 걸 뭐”
“누가 우리처럼 어린 물고기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란 말이니?”
“너도 참 세상 물정 모르는 벽창호로구나.”
“알에서 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치어가 세상 물정을 알면 얼마나 알겠어. 그건 그렇고 좀 전에 누가 널 못 잡아먹어 안달이라고 했는데 그게 누구니?”
“누구긴 누구겠니. 덩치 큰 물고기들이고 내게 팽팽이란 이름을 지어준 사람들이지” “큰 물고기? 사람? 근데 왜 널 잡아먹으려 들지?”
“어휴! 답답한 맹꽁이 잘 들어. 내가 한 가지만 가르쳐줄게”
“그래. 고마워.”
“저 앞에 메기 할아버지가 두리번거리는 모습 보이니?”
“으응~ 보여”
“저 메기 할아버지가 왜 두리번거리며 사방을 두루 살피는지 알아?”
“모르겠는데”
“저 할아버진 지금 길 잃은 치어가 없나 하고 어슬렁거리고 있는 거야”
“우리처럼 어린 치어들은 왜?”
“왜긴 왜냐! 배가 고프니까 잡아먹으려고 엄마나 아빠와 따로 다니는 어린 치어들을 찾는 거지”
“같은 물고기끼리 잡아먹고 잡아먹히는 거야?”
“그게 바로 약한 물고기가 강한 물고기에게 잡아먹히거나 지배된다는 약육강식의 세상 원리인 거야”
“약육강식?”
“그뿐 아니라 우리 물고기들에겐 세상 사람들의 최고의 천적이야.”
“사람들이 왜? 예쁜 네 이름까지 지어줬다면서”
“예쁜 이름만 지어주면 뭘 하니 우리 열목어가 사람들 몸에 보양식으로 으뜸이라는 뜬소문을 굳게 믿었던 나머지 먼 옛날부터 낚싯대로 우리를 몇 마리씩 낚아가더니 그도 마음에 차지 않았던지 그다음엔 그물로 훑듯 죄다 잡아갔고 얼마 전부턴 전기 건전지에다 전선을 이어 우리를 기절시켜 강째 잡아가더니 그도 부족해 강이나 하천에 독물을 풀어 씨를 말리려 들더니 그나마 눈곱만한 양심이라도 남아 있었던지 우릴 천연기념물 73호, 74호로 만들어 보호하려 들더군.”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네! 너희를 귀한 몸으로 만들어 놓은 사람들도 생겼으니 말이야.”
“그렇게 해놓으면 뭐가 달라지나 뭐”
“그건 또 무슨 뜻이니?”
“그렇잖아. 지키는 이 열이라도 하나 도둑 막지 못한다는 말처럼 지키는 사람 따로 있고 훔치듯 몰래 우리를 잡아가는 사람 따로 있으니 우리 열목어 형제들의 숫자가 어떻게 늘겠어.”
“팽팽이 네 말을 듣고 보니 우리 물고기 세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
“얘! 왕눈아. 여태 내 얘기만 했으니 이젠 네 얘기도 좀 들려주렴. 나의 얘기만 하느라 바빠 잠시 잊고 넘겼던 건데 네 얘길 듣다 보니 넌 우리 치어들이 알에서 깨나 엄마 아빠께 받을 기초 상식도 모르고 있던데 그에 얽힌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거니?” “아~ 그건 말이야.”
무심코 꺼낸 왕눈이 엄마 아빠의 말에 왕눈이는 금세 풀이 죽어 머리를 푹 숙였어요. 아울러 왕눈이의 표정에 금세 먹구름이 드리워지자 팽팽이는 미안해하며 말끝을 얼버무렸어요.
“왕눈아! 미안해. 말하지 못할 사연이라도 있나 본데 얘기하기 힘들면 안 해줘도 괜찮아”
“그게 아니라 갑자기 돌아가신 엄마 아빠 얘길 하려고 하니 가슴이 먹먹해서 그래”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괜한 걸 물어봤구나! 물어보지 말걸. 난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지 몰라”
“팽팽아!. 그러지 마. 네가 그러니 오히려 내가 미안하잖아. 우리 엄마 아빠에 관한 사연에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는 건 아니고 우리 엄마 아빠가 나 때문에 돌아가신 것 같아서 그래”
“너희 부모님 죽음에 무슨 슬픈 사연이 있는 게로구나.”
“우리 연어 곤이 형제자매들을 위해 희생하신 거지 뭐”
“희생? 부모님들은 죄다 슬하의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신 것 아냐?”
“흔히 얘기하는 그런 희생이 아니라 우리 다른 물고기들로부터 형제자매들을 지키기 위해 몸소 싸우다 잘못됐거든.”
“싸워? 누구랑?”
“으응~ 우리 엄마가 우리 형제자매 알들을 물밑 자갈밭 구멍에다 낳았고 우리 아빠가 우리 형제자매들 알에다 정자를 뿌려 수정을 시키는 틈을 타서 호시탐탐 누치 떼가 눈치라도 챌까 싶어 엄마 아빠는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누치 떼가 형제 알들을 훔쳐 가지 못하게 미리 예방하려고 꼬리로 주변 자갈을 모아 알들을 낳고 수정하여 숨겨놓은 자갈 구멍을 덮어 주는 일을 하다 너무 지친 나머지 엄마 아빤 거의 같은 시간에 세상을 떠나신 거야.”
“가여우셔라 훌쩍!~ 하여튼 누치들은 어딜 가나 앞다투어 말썽을 부리니 정말 문제란 말이야.”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지만, 우리 형제자매들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엄마 아빠가 돌아가시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가끔은 들기도 해.”
“무슨 소릴 그런 생각은 너희 엄마 아빠의 희생적이고 더없이 소중한 사랑을 아무런 쓸모없는 헐값으로 깎아내리는 거야”
“그런 거지? 아무 쓸모 없는 생각 맞지?”
“그럼~ 맞고말고 아마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돌아가신 엄마 아빠께 미안한 마음이 컸던 탓일 거야. 그리고 세상에 둘도 없을 소중한 엄마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태어났으면 그 은혜에 보답하는 뜻에서 네가 나중에 자라 아기를 낳아 그 아기에게 엄마 아빠께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주고 그 사랑이 무럭무럭 자라게 해야지.”
“와! 정말 멋진 생각이다. 넌 어쩜 그렇게 멋있는 말도 다 할 줄 알아?”
“뭘 보통이지”
“그런데 너 좀 전에 나더러 아기를 낳을 거라고 했는데 내가 암컷 치언 줄은 어떻게 알았어?”
“그걸 굳이 말을 해야만 아는 거야. 말씨와 행동만 듣고 보아도 능히 알 수 있는 거지”
“팽팽이 너 정말 대단한 애로구나”
“뭘 자꾸 그러니 쑥스럽게”
“팽팽이 네 말대로 먼 훗날 내가 자라서 새끼를 낳게 되면 내가 우리 엄마 아빠께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 주도록 노력할게.”
“암!~ 그래야지.”
그때였어요.
“얘! 팽팽아. 너, 거기서 뭘 하니?”
“네. 엄마! 친구랑 얘기 중이에요.”
“친구? 그리고 보니 얘는 처음 보는 애네”
왕눈이와 팽팽이가 수초를 깔고 앉아 한 참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즘 주변에 팽팽이가 보이지 않자 팽팽이 엄마가 찾아 나선 것이었어요.
“네가 여기 이러고 있는 것도 모르고 엄만 다른 곳에서 한참을 찾았잖니”
“엄마! 미안해요.”
“그래 무슨 이야기꽃을 그렇게나 재미나게 피우느라 엄마가 다가오는 줄도 모르니?” “얘 왕눈이랑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는지 몰랐어요.”
“그리고 보니 얘는 우리 홍천강 마을에서 보지 못하던 어친데?”
“네! 왕눈이는 한탄강에서 왔데요.”
“안녕하세요? 왕눈이에요.”
“그래 반가워. 그런데 어린 어치가 이렇게 먼 곳까지 혼자 왔단 말이니?”
“엄마! 왕눈인 지금 여행 중이래요.”
“혼자?”
“네! 왕눈이네 엄마 아빤 돌아가셨데요.”
“그래? 쯧쯧 가엾어라. 어쩌다 돌아가셨는지 몰라도 물속에서 태어나고 물속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우리 물고기들에겐 언제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니 누구라도 항상 몸조심해야 하는 거야. 그건 그렇고 왕눈이 너희 엄마 아빠 이름이 뭐니?”
“연어예요.”
“그랬었구나! 왕눈이 넌 혼자 여행 다니려면 한눈팔지 말고 더더욱 조심해야겠구나.” “네! 고맙습니다.”
“엄마! 저도 왕눈이랑 함께 여행 가고 싶어요. 허락해 주세요.”
“안 돼! 어린 치어가 혼자 어딜 가겠다고 그러니?”
“왕눈이도 이렇게 혼자 잘 다니잖아요. 그리고 전 혼자가 아니라 그동안 여행 경험이 있는 왕눈이가 곁에 있으니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 거예요. 허락해 주세요. 네?”
“글쎄 안 된데도 왜 이렇게 조를까?”
“안 되는 이유를 말씀해 주셔야죠. 무턱대고 안 된다고만 하시면 어떡해요.”
“고 녀석 끈질기기도 하네. 왕눈인 연어사리니 연어 생활 습성상 민물과 바다를 떠돌며 여행을 이어가야 하지만 우리 열목어의 생활 습성은 그렇지 않단 말이야.”
“어휴! 따분해~ 무슨 생활 습성이 여행 한번 못해보고 좁디좁은 강이나 하천에서 평생을 큰 물고기와 사람들에게 쫓기며 살아야 한담 아이고 내 팔자야.”
“조그만 녀석이 엄마 앞에서 팔자타령은”
“얘! 왕눈아! 난 이 좁아터진 홍천강에서 평생 큰 물고기나 사람들에게 쫓기며 생활해야 할 운명이니 어쩔 수 없지만 넌 병아리 복통만 한 이 홍천강에 갇혀 살 운명이 아니니 어서 떠나라! 자칫 잘못해서 우리 엄마에게 붙잡히지 말고”
“얘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팽팽아! 난 그만 가야겠어. 팽팽아! 정말 고마워.”
“고맙긴 우린 강물이 맺어준 친구잖아. 그런 말 하지 말고 어딜 가든 몸조심이나 해” “팽팽이 너도 몸조심해. 우리 먼 훗날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잖아”
“그래 여행 끝내고 네 고향 돌아갈 때 이곳 홍천강도 홍천강에서 만났던 이 팽팽이도 잊지 말아줘.”
“그래 절대 잊지 않을게”
홍천강에서 만나 따뜻한 마음과 우정을 나눈 연어사리 왕눈이와 열목어의 어치 팽팽이는 앞으로 생활해야 할 생활 습성이 달랐던 탓에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어요. 팽팽이와 팽팽이 엄마의 이별 인사를 뒤로한 왕눈이는 기약 없는 여행 걸음을 재촉하여 아래로만 흘러갔어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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