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동화

(7.)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11장. 왕눈이 바다로 가다._12장. 간자미의 아픔

松竹/김철이 2022. 3. 29. 01:00

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

 

11. 왕눈이 바다로 가다

 

                                                                                        김철이

 

 

 누치 어치인 대갈장군과 아름다운 작별을 한 왕눈이는 점점 멀어지는 낙동강을 뒤로하고 형제자매들과 가기로 약속했던 북태평양 드넓은 바다를 향해 수천만 리 멀고 먼 물길을 헤엄쳐 갔어요. 난생처음 바닷물로 들어간 왕눈이는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이 휘둥그레져 왕 방울만큼이나 커졌어요. 물도 민물과 달리 짭짤하고 끈적거렸고 갖가지 종류의 물고기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게다가 쉴 사이 없이 울어대는 물새의 울음소리와 수시로 들락거리는 뱃고동 소리 탓에 마치 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았어요.

 

어휴! 시끄러워. 너무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네. 물은 또 왜 이렇게 짜담

 

 혼잣말로 중얼대며 불평을 늘어놓고 있을 때였어요. 왕눈이의 눈앞에 무척이나 귀엽게 생긴 물고기 한 마리가 헤엄쳐 오고 있었어요. 그 물고기의 행동은 얼핏 보아도 앙증맞고 곱살스러워 예쁘고 정겹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가까이 다가올수록 왠지 기운이 없어 보였어요.

 

! 너 어디 아픈 거야?”

깜짝이야!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 어디서 나는 소릴까

여기야! 여기

 

 왕눈이는 코앞의 물고기가 몸집이 작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자 가슴지느러미로 그 물고기의 꼬리를 ! !” 건드리며 말했어요.

 

몸집이 너무 작아 보여야 말이지 넌 누구니?”

난 연어사리 왕눈이야.”

왕눈이? 넌 여태 못 보던 물고긴데?”

못 본 게 당연하지. 난 민물인 한탄강에서 왔으니까 말이야.”

얘가 큰일 낼 물고기네. 어쩌려고 민물고기가 바다엘 온 거야

너무 놀라지 마. 난 민물과 바닷물에서 두루 생활할 수 있는 기수어야

네가 바로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내려와 살다가 알을 낳으려고 민물로 되올라간다던 그 연어구나.”

맞아 내가 바로 그 연어야. 그런데 넌 이름이 뭐니?”

난 말이야. 돌고래 어치 간사리야

간사리? ! 그건 그렇고 좀 전에 너의 행동을 보니 어디가 불편한 듯싶던데 어디 아픈 거야?”

그놈의 카드뮴 때문이지 뭐

카드뮴? 그게 뭔데?”

청백색의 고체 금속 물질인데 이걸 살아있는 물고기가 코나 입으로 빨아들이게 되면 몸속에 쌓여 뼈마디마다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쑤시고 온몸이 아프다 못해 끝내 죽고 만데

간사리 넌 어쩌다 그 몹쓸 카드뮴을 몸속에 쌓아두게 됐니?”

난들 아무런 덕도 없는 물질을 몸속에 쌓아두고 싶어 쌓아 놓았겠니. 카드뮴은 전지를 만들 때 재료로 쓰이는데 사람들이 전지를 만드는 공장에서 전지를 만들고 남은 폐카드뮴을 바다에다 버렸고 그 탓에 바닷물에서 먹고 숨 쉬고 헤엄치며 생활해야 하는 우리 물고기들은 자연스레 입과 코로 폐카드뮴을 빨아들이게 되고 몸속에 쌓이게 되는 거지.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공해병이라고 부른데

그럼 그 공해병을 낫게 할 방법은 없는 거야?”

방법이 있다면 사람들이 힘들게 앓다 죽겠니? 사람들이 그런데 우리 물고기들이야 오직 하겠니.”

그럼 간사리 넌 어떻게 되는데?”

난들 별수 있겠어. 이렇게 고롱고롱 앓다 죽는 거지 뭐

쯧쯧 가엾어라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돌고래 중엔 어치 떼 사람들에게 잡혀가 길들어져서 구경거리가 되거나 간혹 별식 거리가 되기도 했는데 난 아직 아무런 탈 없이 이렇게 물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고 있질 않니

어휴! 무서워라 민물보다 바닷물에서 생활하는 게 한층 더 위험하고 무서울 거라고 예상은 하고 왔지만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네.”

이건 약과야 왕눈이 너도 앞으로 바닷물에서 생활하면서 보고 깨닫겠지만 사람의 손길이 민물보다 자주 닿는 탓에 갖가지 위험한 일들이 곳곳에 숱하게 널려있을 거야. 그만큼 너도 늘 긴장을 풀지 않아야 할 거야.”

간사리야! 고마워 이렇게 바다에 관해 설명해줘서

고맙긴 우리 물고기는 누구라도 언제 어떤 위험에 처할지 모르니 서로 도우며 생활해야 하는 거야

물의 세상 모든 물고기가 죄다 너와 같은 생각을 지녔다면 얼마나 좋을까.”

왕눈아! 넌 이제 어디로 갈 거니?”

으응! 먼저 바닷물로 내려왔을 우리 형제자매들을 찾아서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 나갈 건지 의논해 봐야지.”

너희 형제자매들과 별달리 약속한 건 없어?”

내가 형제자매들 몰래 몇 걸음 앞서 여행을 나섰던 통에 별다른 약속이 없었어.” “그랬구나. 그럼 우리도 여기서 헤어져야겠네. 왕눈이 너도 형제자매들을 찾아야 하고 나도 엄마를 찾아야 하니 말이야.”

그래 잘 가

 

 바닷물 정보에 밝지 못했던 왕눈이에게 바다 정보를 자상하게 설명해 준 간사리와 헤어진 왕눈이는 서툰 바닷물 길을 두리번거릴 때였어요.

 

 

12. 간자미의 아픔

 무엇이 그렇게도 바쁜지 숱한 종류의 물고기들의 민물과 썰물처럼 분주하게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낯선 왕눈이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는데 몸이 넓적하고 납작한 마름모꼴이며 꼬리가 길고 가늘며 눈은 머리 위쪽에 달렸고, 입은 배 쪽에 붙었을 뿐 아니라 몸 전체에 온통 반점이 박혀있었으며 두 눈은 얼마나 큰지 왕눈이의 눈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어치 한 마리가 왕눈이에게 관심을 보이며 헤엄쳐 다가왔어요.

 

! 넌 여태 보지 못하던 어친데 어디서 왔니?”

으응~ 난 한탄강에서 온 연어사리 왕눈이야.”

연어사리? 아하!~ 왕눈이 너 바다 여행 온 게로구나?”

! 맞아 그런데 넌 내가 민물에서 바다 여행을 온 연어사리란 걸 한눈에 알아보는구나.”

으응~ 그건 말이야. 매년 이맘때면 민물에서 태어난 연어사리들이 바다 여행을 오곤 했다는 말을 소문으로 전해 들었어.”

그랬었구나. 그런데 넌 이름이 뭐니?”

난 가오리 어치 간자미야

간자미?”

왕눈이 넌 생김새도 곱상하게 생겼는데 난 네가 보기에도 이상하게 생겼지?”

무슨 소릴. 누구든 생김새에 상관없이 소중한 존재인 거야. 그런데 간자미 너 어디 아픈 거야? 너의 몸놀림이 어눌한 것 같아서 말이야.”

왕눈이 너 눈썰미 참 좋구나. 맞아 난 지금 네가 느낀 대로 많이 아파

어디가 아픈데? 어디서 다친 거야?”

그놈의 몹쓸 메틸수은 때문이지

메틸수은? 그게 누군데?”

하하하 메틸수은은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냐.”

그럼 뭔데? 살아있는 생명체도 아니면서 네 몸을 상하게 해서 아프게 했단 말이니?” “그런 게 아니라 메틸수은은 공해 원인 물질 가운데 하나인데 이 유독물질은 분별할 능력이 부족한 일부 사람들이 자기네 이익만 챙기며 질소공장에서 메틸수은 화합물을 공장폐수에 포함해서 물에다 흘려보냈던 탓에 난 태어날 때부터 태아성 미나마타병을 지니게 됐지!”

그 태아성 미나마타병에 걸리면 어떻게 되는데?”

태아성 미나마타병에 걸린 생명체는 지능 장애, 시력 장애, 청력 장애, 운동 실조, 사지 강직증 따위의 증상을 보이다 알아서 깨닫는 능력을 잃어갈 거고 살아있는 동안 언어장애 보행 곤란을 지니게 댄데.”

어쩌나 가여워서

타고난 내 운명이 그런 걸 어떡하겠니.”

 

간자미의 마음 아픈 사연을 듣고 난 왕눈이도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어요.

 

미안해 내가 아무런 도움이 못 되어줘서

아냐. 오히려 난 왕눈이 네가 정말 고마운걸. 태어날 때부터 미나마타병을 지니고 태어났지만, 그동안 아무도 내가 앓는 병에 관해 아는 척도 하지 않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만난 넌 내 아픔을 마치 네 아픔처럼 안타까워했잖니

그야 우리의 생활이 물에서 하는 거라 너의 처지가 나의 처지가 될 수 있고 또 나의 처지가 너의 처지가 될 수 있잖니? 그래서 우리 물고기는 어떤 처지에서든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거야.”

해수어든 담수어든 물에 사는 물고기들이 죄다 왕눈이 네 생각과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간자미 너 왜 나 같은 기수어는 빼놓는 거야. 바닷물에서 생활하는 해수어와 민물에서 생활하는 담수어만 물고기이고 나처럼 민물과 바닷물을 오가며 생활하는 기수어는 물고기가 아니란 말이니?”

기수어? 기수어란 말은 난생처음 듣는데 왕눈이 민물과 바닷물 가리지 않고 두루 생활하는 물고기를 기수어라는 거야?”

아무렴. 간자미 너 물에 사는 물고기 맞는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이니? 그럼 내가 물고기가 아니면 육고기란 말이야.”

삐치긴.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물을 둥지 삼아 생활하는 물고기라면 물에 대한 기초 상식만은 익혀두라는 거지

좀 전에 땅벌처럼 톡 쏜 거 왕눈이 널 두고 그랬던 게 아니라 늘 공부하라시던 엄마 아빠 말씀 예사로 들어 넘기며 공부에 게을리했던 나 자신이 미워서 그랬던 거니 오해는 마.”

알아 너의 마음이 따뜻한 물고기란 것쯤은 나도 충분히 느꼈으니까 말이야.”

좋게 생각해 주니 고마워

난 이제 따로 바닷물로 내려온 내 형제자매들을 찾으러 가야겠어. 간자미야! 어딜 가든 늘 몸조심해

왕눈이 너도 몸조심해 헤어진 형제자매들도 꼭 찾길 바랄게

고마워

 

간자미와 헤어진 왕눈이는 바닷물로 내려왔을 형제자매들을 찾아 갖가지 해초 숲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낯선 물길을 헤엄쳐 갔어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