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松竹/김철이 2021. 3. 2. 08:15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세상에는 선생님들이 참 많습니다. 세상의 지식을 가르치고 그 배움으로 평가받는 세상이기 때문입니다. 가르침도 각양각색입니다. 답이 정확히 나와 있는 공식과 같은 것에서부터 답이 정해지지 않은 가치들을 생각하게 하는 윤리나 도덕에 관한 것까지 아주 많은 지식들은 그 부분에 지식을 가진 이들로부터 전해집니다. 

 

하느님에 관한 지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스라엘 하느님의 백성인 그들도 태어나서 집에서 배우는 것을 넘어 율법과 자신들의 민족을 보호하시는 하느님에 대해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르침의 자리에 있는 이들, 곧 스승의 자리를 차지하고 의인의 자리를 차지하던 이들이 바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그들이 모세의 자리. 율법이 전해진 그 사람의 자리에 있어서 선과 악, 정의의 기준이 되고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으로 사람들은 하느님을 섬겼고 그들이 지키고 가르치는 것을 기준으로 죄인이 되기도 하고 의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이들을 두고 예수님은 사람들과 제자들에게 이야기하십니다.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들을 위선자라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이시지만 그들이 지닌 지식과 지혜는 듣고 지키라고 이야기하십니다.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말라는 이어지는 말씀과 비판들은 모두 그들이 가르치는 대로 살지 않는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예전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다른 이들 앞에서도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사람들로부터 '겸손하다'라는 평을 들었던 선하고 좋은 분들이었습니다. 그나마 괜찮은 분들인데 그분들이 자신들의 부족함을 이유로 다른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모습을 보면서 반대로 지식을 뽐내듯 이야기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며 말씀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잘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태도에 분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은 이 둘 모두 틀렸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위선자들의 모습이야 율법학자와 바리사이들과 다를바가 없는 것이라 논할 이유가 없지만 겸손하게 살아가는 이들 역시 예수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위선자들의 모습에서 고개를 돌릴 이유는 없다고 이야기하십니다. 만약 그들의 지식이 하느님에게서 나온 것이라면 그들의 행실에 대한 비판으로 가르침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자신의 삶이 부족하다 하여 자신이 가르쳐야 하고 살아야 하는 가치를 말 조차 못하는 것은 같은 잘못을 하는 것입니다. 그 말씀이 자신의 입에 있는 것은 또한 그 지식이 자신에게 있는 것은 자신을 평가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모두와 나누어야 하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그들 입에서 나오는 가치들이 실천되어야 함을 강조하십니다. 말만하고 실천하지 않는 이들이 가리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바른 눈으로 그것을 구별하고 올바른 삶을 살기를 바라십니다. 그러기 위해 위선자들의 행동을 하나 하나 밝혀 주십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사람에게 전해진 말씀은 그렇게 그 사명을 지닌 이들로부터 곡해되거나 묻혀버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늘 스승으로 살았고 백성들은 그들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죄인처럼 살아가는 일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 모든 스승들은 참 스승이신 하느님 앞에서 자신을 낮추되 자신에게 우선 주어진 몫이 모든 이들을 위한 것임을 알고 전하고 스스로도 그 말씀을 함께 실천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말씀의 끝에 그가 위선자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을 하나 더 알려주십니다. 곧 그가 참 진리의 사람이라면 그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수록 다른 이를 섬기는 사람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리를 전하는 이의 태도입니다. 모든 이가 하느님 안에서 그 말씀을 지키고 살아가는 것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고 충실했던 신앙의 선조들의 모습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