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松竹/김철이 2020. 11. 16. 08:44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MTxvIPs2bpM

 

 

예리코에 가까운 길에 한 사람이 길 한편에 앉아 소리를 지릅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구걸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앞을 보지 못하기에 목소리로 그의 처지를 알려야 하고 도움도 청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잃어버린 시선이 아니라 그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에 대한 소리가 들렸을 때 그는 큰 소리로 사방을 향해 외칩니다. 

 

 

"예수님,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긴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그 상황에서는 소리가 모든 것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전하는 것도 또 알게 되는 원리도 모두 소리를 통해서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누군가가 들려준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온전히 믿었고 그래서 그분을 향해 외칩니다. 어디에 계신지도 모르는 분이기에 사방에 들리도록 목소리를 높입니다. 그가 기다리는 것은 주님이 그의 목소리를 들으셨길 바라는 것이고, 자신을 불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가 처음 들은 예수님의 말씀은 이와 같았습니다.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이  상황을 바라보는 이에게 그에게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릅니다. 눈을 떠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정작 그 순간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소리'였습니다. 그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물어줄 소리가 필요했고, 그는 그제야 자신의 입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목소리와 그의 바람에 주님은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라고 화답해주십니다. 누구나 기대하는 "다시 보아라"는 말씀이지만 그에게 이 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적의 출발과는 많이 달랐을 겁니다. 볼 수 없는 이에게 예수님은 그 목소리였을테니 말입니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을 능력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들은 잊어버리기 쉬운,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들어있는 것은 예수님의 세심한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