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 수필 2부작 부부백서(
김철이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로 시작되는 대중가요 가사처럼 애당초 남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만나 부부로 같은 이부자리 속에서 살을 부대끼며 사는 삶이란 참 쉽고도 어려운 사이인 것 같다. 부부 사이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인 건 분명하나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대하고 생각과 말과 행위를 함부로 하라는 것도 분명,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부부란 마주 보며 누워있을 때는 님이지만, 등 돌려 돌아 누우면 남이라는 속설도 전혀 무시할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을 증명해 주듯 이혼율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이 시대 부부들은 인륜지대사라는 결혼뿐만 아니라 부부의 연은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 분명한데 그 천륜마저도 너무 쉽고 하찮게 여기며 날이 시퍼런 칼로 무 한 조각 베듯 한다는 것이다. 연애 시절 좋아 죽고 못 산다며 경우에 따라선 부모 형제마저도 등지고 선택한 사람과 순간적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조금의 생각 차이와 성격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여 님이라는 글자 위에 남이라는 글자를 덧쓰고 만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님과 남 사이에 갈등하는 부부가 있다면 아래로 펼쳐질 부부백서를 통해 부부생활 문제점 해결의 해법을 얻어 세상 모든 부부가 백년해로의 삶을 누렸으면 좋겠다.
부부 싸움은 이렇게 하라. 어느 경상도 출신의 한 부부가 사소한 일로 부부싸움을 하다 몹시 화가 난 남편이 아내에게 고함을 질렀다. "시방 당장 나가 뿌라! " 아내도 화가 나서 방바닥을 차며 벌떡 일어섰다, "흥, 내보고 나가라꼬요? 그카머 내가 못 나갈 줄 아는교!" 택도 없심데이!" 거리를 서성이며 화를 삭인 아내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화가 덜 풀린 남편은 "니, 와 다시 들어왔노!" 하고 소리를 지르자 아내는 "내한데 제일 소중한 걸 두고 갔심더!" "그기 뭐꼬?" "그 거는 바로 당신아잉교!" 남편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날 이후 남편은 부부싸움의 조짐이 보일 양이면 "우리가 부부 싸움을 하머 뭐하노 그카다 잘못 하머 둘 다 소중한 사람만 이자뿌이낀데!"라며 여유로운 너털웃음을 웃고 만다는 것이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사는 삶 세상 모든 부부가 기왕에 소중한 부부의 연으로 만났다면 세상 더없이 소중하게 생각하며 서로를 선택하게 된 인연을 무시하지 말고 그 옛날 신앙의 순교자들이 자신의 목숨을 순간마다 조금씩 죽여 가듯 나의 감정을 조금씩 죽여 가며 상대에게 맞춰가는 슬기로운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부부로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 현재 남편과 아내의 매력이 없어 보여도 처음 만났을 때의 매력을 매 순간 훈련처럼 상기하면서 늘 지난날의 아름다웠던 생활들만 기억하며 지금 현재의 성품과 생김새에 연결하는 조화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내 사람이 아니었을 때와 내 사람이 되었을 때의 차이점은 변함없는데 순간 감정 문제임을 자각하며 처음 감정을 잘 지켜 보존하며 다복한 가정을 일궈 갔으면 좋겠다. 가정이라는 꽃밭에 부부 사랑의 씨앗을 심어 움트게 하고 그 씨앗이 자라 부부를 닮은 자식이란 더없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진정 아름다운 가정은 부부로 끝맺음 맺는 것이 아니라 자녀라는 매듭으로 또 다른 매듭으로 이어진다는 책임감으로 원만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순간마다 배가시켜 나아갔으면 좋겠다.
부부 사이의 믿음. 한 농부가 부인과 합의 끝에 종자가 더 좋은 말과 바꾸려고 집에서 키우던 말을 끌고 시장으로 나갔다. 가는 도중에 살진 암소에게 마음을 빼앗겨 말과 바꾸었다. 또 길을 가다가 그 암소를 양과 바꾸었고, 조금 더 가다가 양을 거위와 바꾸었으며 그 거위를 붉은 볏을 지닌 수탉과 바꾸었고 끝으로 수탉을 썩은 사과 한 자루와 바꾸었다. 날이 저물어 여관에 들었고 우연히 여관방에서 만난 부자 두 사람이 농부의 사연을 듣고는 “이제 당신은 집에 돌아가면 부인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오.”라고 말했다. 그러자 농부는 “오히려 참 잘했다고 할 것이오”라고 반박했다. 부자가 만약 그렇다면 자기가 가진 금은보화를 몽땅 주겠다고 했다. 이튿날 귀가한 농부는 그간의 있었던 사연을 아내에게 털어놓았고 얘기를 들은 농부의 아내는 “그러잖아도 식초를 만들려고 썩은 사과를 구하려 했는데 참 잘되었군요.”라고 말했다. 결국, 농부는 내기에 이겨 큰 부자가 되었다는 것인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 인간사라지만, 이처럼 어떤 상황이건 남편을 믿어주는 아내가 있다면 용기백배 남편은 하는 일마다 순풍에 돛을 단 배와 같을 것이고 이러한 아내는 서로를 믿어주는 신뢰 속에 세상 어느 아내보다 남편의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
남편이 지켜야 할 양심 십계명. 하나. 결혼 전과 신혼 초에 보였던 관심과 사랑이 계속 변치 않고 지속하도록 한 결 같이 노력하라 둘. 결혼기념일과 아내의 생일은 잊지 않고 챙겨야 한다. 셋. 평소 아내의 옷차림과 외모에 늘 한결같은 관심을 보여야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넷. 남편은 아내의 애심을 가꾸는 정원사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다섯. 아내가 만든 음식에 대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늘 감사를 표해야 하며 결혼생활의 행복이란 부부간의 사랑보다도 평소에 내외가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는가에 달려있으므로 아내와 많은 대화의 꽃을 만개시켜야 한다. 여섯. 아내의 심상에 상처를 주는 지나친 농담이나 행동은 절대 삼가야 한다. 일곱. 아내의 매력이 애상이면 남편의 매력은 관대함이니 가정불화가 생겼을 때 남편은 늘 한 걸음 물러서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 여덟. 가정경제는 아내에게 전적으로 일임하여 보람을 갖게 해야 한다. 아홉. 아내의 개성과 취미를 존중해주고 키워가도록 길잡이를 해주어야 한다. 열. 하루에 두 번 이상 아내의 장점을 찾아내어 즉시 일러줌으로써 아내 마음에 기쁨을 심어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아내가 지켜야 할 양심 십계명. 하나. 자신과 가정을 아름다운 화훼단지로 꾸밀 줄 아는 재치와 지혜를 끊임없이 길러 나아가야 한다. 둘. 식탁은 가정의 화목 도모의 장이자 대화와 친교 나눔의 광장이며 하루의 피로를 풀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희망의 산실이므로 식사준비에 정성을 다 기울이며 남편의 식성을 관심 깊게 살펴야 한다. 셋. 남편의 말문을 자주 막아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아 부부가 충돌하는 경우도 간혹 있으므로 혼자 일방적 대화는 하지 않아야 한다. 넷. 타인들 앞에서 남편의 결점을 늘어놓거나 지나친 자랑을 하지 않아야 한다. 여섯. 남편에게 따져 물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남편의 기분 상태를 참작해야 하며 혼자 정신적 휴식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일곱. 중요한 집안일을 경정할 때는 남편의 뜻을 존중하며 따라야 한다. 여덟. 남편의 수입에 맞춰 절도 있는 살림을 할 수 있게 심층 노력해야 한다. 아홉. 모든 일에 참을성을 길러야 한다. 열. 하루에 두 번 이상 남편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지적해 줌으로써 남편이 기쁨과 긍지를 가져 하는 모든 일에 모름지기 자신감을 가지도록 배려해야 한다.
부부가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양심 십계명. 하나. 서로가 대화를 나눌 때는 상호 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줘라. 둘. 부부 중 한 사람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중간에 새치기하듯 끼어들지 말라. 셋. 말을 할 때는 웃으면서 정이 드는 말투를 골라서 하라. 넷.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말은 영혼까지 다치게 하므로 세 치 혀를 조심하라. 다섯.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이라도 앞에서 면박을 주지 말라. 여섯. 혼자 말하고 끝내는 경우 없이 상대방에게도 말할 기회를 주라. 일곱. 했던 말은 두 번 이상 반복하지 말라. 여덟. 말할 때는 유머를 섞는 재치가 넘치는 화법을 구사하라. 아홉. 말할 때 얼굴을 찌푸리거나 침이 튀지 않게 하라. 열. 거짓말은 애당초 나의 입술에 올리지 말라.
아무리 소중한 님도 점 하나 더하면 남이 되는 장난 같은 부부 사에 더없이 좋은 보약이 될 부부백서를 올려놓으면 천하의 앙숙 같은 부부들도 천하에 둘도 드물 내 남군 내 내자로 백년해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디 그뿐이랴 하늘이 내려준 부부의 연으로 만나놓고도 부모 죽인 원수 대하듯 하며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반평생의 인생을 허송세월한다는 것이고 곁에 두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세상 그 어떤 존재보다 깊은 관심으로 대해야 할 부부 사이가 소가 닭 보듯 한다는 것인데, 만약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찍을 게 아니라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영원히 뺀다면 세상 모든 부부가 이혼이란 단어조차 잊은 채 영원한 백년해로 누릴 듯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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