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마음에 피는 꽃

松竹/김철이 2019. 9. 3. 09:43

마음에 피는 꽃

 

                                                   김철이

 

 세상에 태어나서 여태 살아버린 세상사 죄다 돌아보면 참 행복의 조건은 곳곳에 아주 산재해 있다. 입에 풀칠하며 먹고 사는 일상적인 일에 영혼과 육신이 매달려 온정신을 지배당하며 지내느라고 자신의 참된 모습을 까맣게 잊어버릴 수 있다. 우리 스스로 이 기름지고 대 풍진 이 세상을 왜 무엇 때문에 사는지, 어찌 살아야 내 몫의 삶을 사는 것인지 망각한 채 하루하루를 덧없이 흐르는 물처럼 흘려보낼 때도 있었다. 내가 행복해지고 싶다면 논과 밭의 가을걷이 판처럼 갖가지 고루 챙기면서 거두어들이는 일을 우선 멈추어야 할 것이다. 현재 차지하고 있는 것과 지닌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허한 마음을 채우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마음 밖에서 절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 안에서 춘삼월 꽃처럼 피어나므로 내가 행복해지려면 먼저 내 이웃을 행복하게 해 줘야 하고 내 이웃의 마음의 곡간을 채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웃과 나는 한 생명의 뿌리에서 나누어진 가지이고 열매이기 때문에 이웃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토록 소망했던 죽마고우에게 낙엽 지는 가을날 한 통의 편지로 해묵은 마음을 전한다든지 전화상 정다운 목소리로 안부를 묻고 전하는 일은 결코 돈 드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돈에 결부시켜 돈으로만 따지려는 각박한 세태이기 때문에, 금전보다 더 귀하고 소중하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 행복해지는 일의 지름길일 것이다. 늘 생각하기에 구름은 희고 산은 푸르며 시냇물은 흐르고 바위는 서 있듯, 친구 또한 그곳에 그렇게 있지 않은가. 꽃피고 새 우는 춘삼월 밤이면 별빛은 더욱 영롱하고 빛이 난다. 도심지에서는 별 볼일 드물 테니 안방으로 별빛을 초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춘삼월 밤낮을 두루 지새우며 떠오른다.

 

  세상 뭇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사물을 생각하는 마음이 다르니 아무나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주거공간에서 혼자만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여건만 된다면, 세상사 소음 통 텔레비전 스위치를 잠시 끄고 피곤함에 지친 전등불도 좀 쉬게 하고 혼자만이 바라볼 수 있는 적당한 장소에 촛불이나 등잔불을 켜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무런 생각도 사심 없이 한때나마 촛불이나 등잔을 무아지경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주 천천히 고요하고 그윽해질 것이다. 따라서 일상생활 밤하늘에서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마음의 별을 눈을 감고도 볼 수 있을 것이고 오감을 지닌 채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하여도 그 향기조차 느끼지 못했던 마음의 꽃이 내 마음 한 켠에서 절로 피어 그 자태를 뽐낼 것이다.


  전 세계를 두루 살핀다면 산, , 바다 등 대자연이 빚어낸 절경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또한 , , 열매 갖은 식물들도 제각기 제자리에서 지니고 태어난 갖가지 모습과 소리로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만물지영장(萬物 之 靈長)이라 일컫는 인간들마저 타고난 모습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해서라도 조금이라도 더 들어내고 표현하고 싶어 안달이 난 듯 겉모습을 치장하는데 드는 금전과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나날이 새롭게 탄생하는 대자연을 능가하고 싶은 욕망과 세상 사람 그 누구 하나 실제 그대로 모방할 수 없는 대자연을 닮고 싶은 욕망 탓에 여러 나라에선 미인대회(美人 大會)가 열리며 이 행사에 참여하려는 세계 뭇 젊은 여성들은 아리따운 여성미와 여성 고유의 다리맵시를 자랑하려고 긴 여정의 시간을 아낌없이 내동댕이친다는 것이다. 이 여성들은 이 행사에 참여해 보는 것을 자기 인생 최대의 목표와 소망으로 여기는 이도 있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을 두고 철저한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여 행사 당일 하루를 위하여 있는 맵시 없는 맵시 다 내려고 수많은 젊음과 시간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이에 뒤질세라 미에 남다른 관심이 있는 젊은 남성들이 패기와 근육질을 과시하려고 미스터 유니버스를 비롯한 이와 흡사한 행사를 거쳐 세계 뭇 남성들이 남성 특유의 미를 자랑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미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물이든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자태가 곱고 타고난 여성미가 세계 뭇 남성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미스 유니버스 월계관을 쓴 여성이라 하여도 제아무리 젊음의 상징인 근육질의 몸매와 패기와 남성미가 강물처럼 흐르고 넘쳐 세계 뭇 여성들의 예리한 시선을 한곳에 모을 남성이라 하여도 따르지 못할 것이 있다. 타고난 생김새가 남달리 못생겨 자타가 인정하는 추녀 추남이라 하여도 영혼이 맑고 영혼의 토양이 양질이라 마음속에 피는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누가 뭐래도 그는 세계 제일의 미인이자 미남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이다.

 

  우리 현대인들이 사는 지금 이 시대는 분명히 풍요의 시대이고 즐기기 위한 시대일 것이나 풍요 속에 궁핍이라는 말에 걸맞게 우리가 사는 지구 저편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기아(飢餓), 천재지변(天災地變), 인재(人災)인 갖가지 욕심과 모습의 전쟁으로 말로는 표현할 길 없을 아픔과 신음을 속으로 삼키며 죽어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까마득히 잊고 살 때가 적지 않다는 현실이 못내 슬프게 한다. 기아와 질병, 전쟁과 파괴는 모든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공동의 적이나 누구 하나 앞장서 물리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실체이다. 강대국들이야 자기네 배가 부르니 뒷짐 진 채 강 건너 불구경이고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이야 내 코가 석 자이니 남 돌볼 겨를이 있을 리 만무할 터, 그러나 전 세계 인류조차 손대지 못한 가난과 천재지변과 전쟁과 가난에 맞서 맨손으로 도전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이름 석 자조차 밝히기를 못내 꺼려 섰다. 그렇지만, 한 송이 마음의 꽃으로 아프리카 전 지역을 감동과 슬픔과 용기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었던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이태석 신부다. '울지마 톤즈'로 널리 알려진 그는 대장암으로 이미 하늘의 부르심을 받아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저세상 사람이 되었지만, 아프리카 전 주민의 영혼 속에 그는 아직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미소와 마음의 꽃으로 피어난다는 것이다.

 이태석 신부님의 큰 선행과 봉사에 비할 수는 없지만, 그 나름대로 선행을 하며 한 송이 마음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내적 욕심 다 죽여 가며 헌신적인 봉사를 하다 십 년 전 고인이 된 이가 있어 그를 이 장에 소개하고 춘삼월 호시절을 맞아 산마다 들길마다 절로 꽃피우는 대자연을 본받아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꽃 중의 꽃, 마음의 꽃을 피웠으면 하는 바람 가져본다. 그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남들보다 덜 지니고 태어난 몸이었다. 그는 선천적으로 척추가 굽어 있었다. 그는 다섯 살이 되던 해부터 또래의 아이들로부터 척수 장애인(꼽추)이라고 심한 놀림과 모멸감을 받았다. 그는 열두 살 때 가출하여 무작정 상경하였고 서울역에서 자칭 자릿값을 요구하는 불량배들의 숱한 매를 맞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십칠 년 동안 구두 닦기를 하여 한 품 두 품 모은 돈으로 달동네 판잣집을 사서 어려운 처지에 놓여 오갈 때 없는 몇몇 청소년들을 모아 숙식을 제공하여 심적 안정을 취하게 한 후 야학과 검정고시를 거쳐 당당한 사회인으로 배출시켰고 그 후 수많은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큰 선행을 베 풀다 십 년 전 불의에 교통사고로 한 많은 생애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 올 때 강풍에 호롱불 같은 의식이 있었는데 갖은 의사소통을 통해 자신의 몸에서 사용 재생할 수 있는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하였고 자신의 모든 재산은 불우 청소년들을 위해 써달라는 유언을 남긴 바 있다. 이태석 신부님이나 이름 없는 척추 장애인(꼽추)으로 살다 간 그의 마음엔 시절도 계절도 넘보지 못하고 햇살도 바람도 비나 눈도 필요 없는 영원의 꽃이 피어지지 않을 게다. 뭐니 뭐니 하여도 꽃 중의 꽃은 꽃잎도 줄기도 향기도 없는 마음의 꽃이라 춘삼월 한 해의 봄이 움트는 이즈음 우리 영혼에도 영원히 피어지지 않을 마음의 꽃 한 송이 피워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