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작은 바보가 되자!

松竹/김철이 2016. 3. 7. 15:27

작은 바보가 되자!



어느 문학인이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한사람이 하루를 사노라면 천 리를 걷고 천인을 만난다고 말이다.

이 말은 하루를 사는 한 사람이 직접 사람들을 만날 수도 있지만,
TV나 신문 잡지 등을 통해 많은 사람도 만나고 많은 걸음을 걷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많은 만남에서 결코 좋은 인연만은 접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과 말과 행위로 수많은 상처를 주고받을 것이다.

특히 우리 복지회 가족들과 같은 처지에 놓여있는 장애인들은
상처를 받는 데에 있어 거의 무방비 상태일 것이다.


우리 장애인 중에는 이 세상에 올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이도 있고
세상을 살다 중도에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이도 있을 것이나,
언어의 폭력으로 인하여 마음의 상처를 입어 아파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이 말들의 폭력 중에서 가장 친숙해져 있는 것은 "바보"라는 단 두 글자일 것이다.


"바보"라는 이 두 글자는 굳이 우리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예사로 오고 가지만,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예사로 흘려버릴 단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신앙인의 시야에서 본 "바보"라는 두 단어는 결코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가톨릭 신앙을 가진 이들은 누구의 권유나 인도로 예수님의 제자가 된 이도 있지만,
대게 자가 스스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나누어지겠다며 가톨릭 신자가 된 이들인 만큼
아무 죄도 없이 십자가상에 돌아가신 예수님을 생각한다면, "바보"라는 두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아주 큰 은혜로 다가옴이 아닌가 싶다.


아무런 죄도 없이 그 숱한 모욕과 매질을 감수 인내하시며
우리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단 네 마디, 목마르다."라는 말씀만 남긴 채
십자가상에 돌아가신 우리의 구원자 큰 바보 예수님,
그 큰 바보의 제자가 될 것을 스스로 세 번씩이나 맹세한 우리 작은 바보들,
매년 그러하겠지만, 이번 사순 기간만큼이라도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상에 돌아가신
예수님의 생애를 좀 더 깊이 있게 묵상하며 먼 훗날 주님 어전에서 감히
[주님! 저도 이만하면 쓸 만합니까...?]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이번 사순만큼은
철저한 "작은 바보"의 삶을 살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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