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해 오라기

松竹/김철이 2016. 1. 12. 15:24

해 오라기

 

                   - 松竹/김철이 -


밤을 뜬눈으로 새다 온 역사인가

잉크빛 연한 줄기로 피는

나팔꽃 여린 잎사귀에

갓난아기 걸음으로 내린다

 

동산을 홀로 넘어올 때

마음은 정녕 외로웠으나

따르는 그림자 여럿이었기에

빈 들녘 하루의 역사를 펼친다

 

홀로 섰는 허수아비

기워 입은 옷자락이 애처로워

따스한 해 실을 풀어

한 뜸 한 뜸 여미어 입힌다

 

온 종일 환하게 웃었더니

열린 입조차 다물 수 없어서

구수한 된장국 냄새

저녁나절 서산마루 걸터앉아 쉼 없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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