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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기도/잠시,뒤돌아 보며 1 월간 한비문학

松竹/김철이 2014. 10. 14. 13:23

어머니의 기도

세상 뭇 여인들은 아기를 잉태하는 그날부터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그날부터 여인은 수다쟁이가 된다. 뱃속에 잉태된 태아와 시도 때도 없이 대화를 나누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머니 뱃속에 잉태되는 그 순간, 인성(人性)을 지니게 되고 오감(五感)을 지니게 되므로 아기를 잉태한 어머니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대화를 나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자라는 동안 언제 누가 했던 말인지 확실하게 기억은 나질 않지만, 은연중(隱然中)에 간혹 누군가 귓속말로 속삭이는 것처럼 문득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는데 이러한 말들이 아기를 잉태한 세상 어머니들이 뱃속의 아기에게 행한 태교(胎敎)의 부산물(副産物)이다. 세상에 태어나 이미 반평생을 살아 퇴색 된 내 영혼의 귓전에 간혹 생각지도 않았던 단어들이 떠오르곤 한다. 글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잠시 눈을 감고 명상(冥想)을 하노라면 여태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어머니 젊은 시절 앳되고 청아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머니께서 나를 잉태한 이후 태아를 사랑했던 마음이 얼마나 컸고 태아가 무사히 태어나기를 원하는 기도를 얼마나 많이 하셨으면 살아생전 들어보지 못했던 어머니 태산 같은 영혼의 기도가 내 영혼 속 깊이 새겨져 있음을 이 순간도 실감한다. 매년 오월이 되면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 드릴 어머니 계시지 않아 일 년 열두 달 중 오월이 가장 서럽지만, 올해 오월은 내 영혼 속에 깊이 새겨진 어머니 영혼의 기도 위안 삼아 보내려 한다.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 효사상(孝思想)이 실종된 이 시대에 세상 모든 부모가 슬하의 자식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한 단면을 표본으로 보여주고자 내 어머니 영혼의 기도 몇 구절을 여기에 적는다.


네 영혼의 쉼터에 내 영혼을 조아린다. 세상에 둘도 아닌 하나뿐인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야! 어쩌면 이다지도 사랑스러울 수가 있니? 내 작은 분신아! 너도 사람이기에 세상 수많은 사람과 닮은꼴이지만, 나는 반드시 믿겠네. 내, 너를 바라볼 수 없는 장님이라도 너의 목소리만 듣는다 하여도 수천, 수만의 사람 가운데 너를 찾겠네. 안달복달 귀 기울임 없이도 내 젖꼭지를 빠는 앵두보다 더 고운 너의 입술을 느낄 수 있겠네. 천지개벽을 해도 하늘 아래 너는 나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존재니까. 나는 한마디 말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여도 네 심정 능히 이해하고, 목소리 높이지 않아도 너는 깊은 잠에서 내 영혼 깨우리…


* 어느 시인은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었다."라고 시문(詩文)을 지어 노래했듯 내가 오늘날 언어의 마술사 작가의 길을 걸기까지 어머니 내게 주신 인성적 영향과 영혼적 기도가 내 영혼의 강을 흐르는데 내 영혼의 입이 무거워 잠든 어머니 영혼을 깨우지 못하니 빨간 카네이션 대신 어머니 영전(靈前)에 엎드려 깊이 사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