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일반시

정자(亭子)

松竹/김철이 2009. 1. 30. 01:25


    ♧ 정자(亭子) ♧ ○ 松竹/김철이 ○ 동녘을 붉게 물들인 해맑은 햇살이 몇 점 잔 부서러기로 들락날락하더니 마침내 양반다리로 허세를 부린다. 무심코 산기슭 스쳐가던 계절풍, 낯선 정취에 잡벌레 벗을 삼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웃거린다. 낮에 나온 반달은 창공에 조는데 밖으로 뛰쳐나온 달빛은 옷 벗은 겨울 나뭇가지 위에 홀로 놀다가 호기심에 찬 눈길로 흘러간 역사를 되새긴다. 진종일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뜬구름 목에 둘러 치장을 하고 그리운 임을 찾아가는 아낙처럼 수줍어 고개 숙여 문도 없는 노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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