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102

추억 앓이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추억 앓이 松竹 김철이 인생사 모두가 착각이라지만 몇십 년 전 입맛의 담장을 손 안 대고 넘으려니 제맛이 날 턱이 있나. 어머니 손을 떠나, 동짓달 칼바람 맞으며 하룻밤 살강 위에 홀로 지샌 탓에 살얼음 뼈가 자란 그 맛을 보려 했는데 아내의 손을 떠난 동지죽 베란다 칼바람에 하룻밤을 지새우고도 살얼음 뼈가 자라지 않았으니 분명 덜 자란 애동지 로고 남의 아내 손을 떡 주무르듯 주물렀으면 콩알만 한 염치라도 있어야지 눈곱만한 은혜도 모르니 그 이름 자명한 아기 동지여라

작품 발표작 2024.01.14

관계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관계 松竹 김철이 세상 모든 인연 하늘이 맺어준다 했는데 때로는 필연이 되고 때로는 우연이 되는 건 왜일까. 사랑이란 두 글자로 만나 평생 해로하자 했건만 원수란 두 글자로 등 돌리는 건 정녕 필연일까 우연일까. 간혹 우정이란 두 글자로 간혹 애정이란 두 글자로 맺은 인연 좋아 죽고 못 살았지 등에 칼 꽂을 악연 될지도 모르면서 백 년 인생 사는 동안 한길 걷다 스친 인연 관계란 두 글자 위에 오롯이 올려놓고 평생 벗 삼아 인생 외길 고이 걸어가야지

작품 발표작 2024.01.07

효자 도시복 생가(효 공원)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효자 도시복 생가(효 공원) 松竹 김철이 숯 팔고 나무 팔아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홀어머니 지극정성 모시니 감정 없는 날짐승 들짐승도 시중들더라 드높은 효심에 말 못 하는 날짐승도 감복하여 도 효자 효심을 대신하여 나무꾼 지친 걸음 앞서 효성을 바치네 마음조차 얼어붙는 동지섣달 강추위에 병드신 어머니 홍시 찾으시니 범의 마음을 열게 하고 타인의 마음 열어 동반 효심을 바쳤지 효심이 실종된 시대 하늘이 내린 효심을 찾아 효 공원 문전성시 이루고 사립문 문전 사시사철 효 꽃불이 일겠네

작품 발표작 2023.12.31

석송령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석송령 松竹 김철이 만인의 우산으로 해치려는 이 해를 입는 이 차별하지 않는 고목의 그 그늘 은혜로운 어버이 마음이어라 드높은 가슴 펼치시고 동서남북 줄기 두루 펼치시고 부귀와 장수의 당신(堂神)이 되시니 천향리 자손들 정월 대보름 동신제로 보답하네 일제 침략의 무리 백의민족 한반도 정기 말살하려 들 적에 동신목 되어 일제의 꿍꿍이수작 물리쳐 주시니 석평마을 백성들 칭송이 끊일 날 없구나 크신 술배 음주 가무를 즐기시듯 정월 대보름 마신 열 말 막걸리 흥에 겨워 사계절 내내 너울너울 푸른 솔가지의 춤사위와 평생 더불어 살리니

작품 발표작 2023.12.24

선몽대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선몽대 松竹 김철이 그 절경 아름다워 하늘의 신선들 사바세계 내려앉아 드맑은 숲 시제 삼아 주거니 받거니 시구를 읊어 내린다. 첫사랑 같은 참사랑을 나누고 싶어 내성천은 말한다. 짝사랑일지라도 굵고 짧은 애정보다 가늘지만 긴 연정을 택하겠노라. 하루가 천년이 되듯 천년을 하루 같이 늘 푸른 노송으로 묵묵히 지켜온 절경 기암절벽 굽이치는 내성천 물이 되리니 세상 생명 죄다 품으려는 듯 어머니 젖가슴인 양 온유하게 동서로 흐르는 물돌이 허기진 나그네새도 품어 안는다

작품 발표작 2023.12.17

회룡포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회룡포 松竹 김철이 천년 수행 감내하고 승천한 용이 오묘한 물굽이 풍광을 잊지 못해 사바세계 일천을 되사려 흐른다. 비룡산 너머 장안사 종소리 숱한 고뇌 부를 적에 철철이 고운 옷 갈아입고 매혹적인 자태로 유혹하더라 물돌이 따라 돌고 도는 세상인고 허물 벗는 뱀처럼 훨훨 벗어던진 채 사계절 파고들어 쉬어 가리 부용대 아래 하회마을 덩더꿍 덩덩 세마치장단이 흐르니 숨기고 싶은 인생사 탈속에 감춰놓고 광대춤 신명 나게 어절씨구 놀아봄세

작품 발표작 2023.12.10

시간과 공간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시간과 공간 松竹 김철이 아침 동산에 해 뜨니 잠자리 뒤척이는 게으름뱅이 똥구멍 찔러 문전 밖으로 쫓아내더군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 했는데 노예 생활 찌든 두 입술 매 순간 입씨름만 붙이네 오지랖이 드넓어 세상 뭇 인생살이 무언으로 간섭하고 참견하다, 탈 생기면 침묵만 지킨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천지를 보살피느라 허리가 휘는지 가끔은 고장 난 시계로 쉬더라

작품 발표작 2023.12.03

다짐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다짐 松竹 김철이 바람 불고 소나기 계절을 때려 내려도 다시는 널 떠나보내지 않으리 이 축복의 달을 八月 달려들 모기떼 극성이 싫고 十月 쓸쓸히 돌아설 그 표정이 싫어 九月 그댈 내 안의 임으로 섬기려 하네 맺지 못할 정이라도 내 마음 변치 않으면 나 그대 안에 영영 머물고 그대 내 안에 영영 머물 것을 모질고 매몰찬 세월 날 속여도 연년이 찾아줄 그대 있으니 밤하늘 초승달로 사모하리

작품 발표작 2023.11.26

九月 너는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九月 너는 松竹 김철이 네가 지구촌 북쪽 꼭짓점에 잠시 머무는 동안 포도는 포도 나뭇가지 매달려 익고 알밤은 알밤 나뭇가지 매달려 익던 九月 너는 과일의 여왕 이름표 걸어놓고 내 냉가슴 계절병으로 영글다, 네가 지구촌 북쪽 꼭짓점 위로 천천히 올라오는 사이 포도는 포도나무 가지를 쓸쓸히 떠나야 하고 九月 너는 맺은 정 매몰차게 뿌리치고 내 가슴앓이 못 본 채 떠나려 하네 목을 매도 소용없고 네 걸음마다 두 팔 펼쳐 막아서도 잰걸음 멈출 길 없더라

작품 발표작 2023.11.19

내 이름 석 자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내 이름 석 자 松竹 김철이 권세도 명예도 지니지 못했으나 대통령 열 부럽지 않은 동갑내기 내 친구 일심동체 울고 웃은 세월이 그 얼마더냐 생애 마지막 날 손 묶고 발 묶여 함께 묻힐 죽마고우 내 동무 언 칠십 년 세월 슬퍼도 함께 울고 기뻐도 함께 웃었건만 내 머리 서리 앉아 백발인데 넌 어찌하여 늙지도 않느냐 고희를 살던 사이 다가설 시련도 돌아설 애환도 맨발로 오갈 적에 어깨동무 사발밥 먹고 잠잤건만 내 얼굴 주름 골이 파이는데 넌 어이 코흘리개 그 표정 그대론가

작품 발표작 2023.11.05

수라화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수라화 松竹 김철이 풍요로운 계절 허수아비 손 놓고 쉴 즈음에 논두렁 모태 삼아 변신을 꿈꾸는 밀 씨 보장되지 않은 미래를 향해 걷는 어눌한 발걸음이 가련다 한겨울 혹한을 피해 땅속에 숨어 더 나은 생을 피우기 위해 숨죽여 기회를 엿보다, 계절의 여왕 오월 노란 꽃으로 피었지 수천수백 송이 밀꽃이 모여 숱한 손길의 드높은 은혜 갚으려고 살신성인 정신으로 뼈도 살도 가루가 되어 널빤지에 올라 홍두깨 회유를 받아들여 갖은양념 벗이 되었네 무더위에 지친 인생들 한 끼니 밥상머리 행복을 위해 몇 번을 죽고 살아 한여름 되 피는 수라화

작품 발표작 2023.10.29

그대가 꽃이라서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그대가 꽃이라서 松竹 김철이 반평생 홀로 터덜터덜 걷던 인생길 우연인지 필연인지 꽃 한 송이 만났네 향기로운 장미도 우아한 목련은 아니었지만 숨어 피는 야생화 값없는 향을 품었었지 황폐한 나의 삶 터전 삼아 나팔꽃 희망을 감아올렸고 달맞이꽃 미래의 종을 받쳐 울렸지 가슴앓이 드높아도 애써 낮추며 하나 남은 소망 들어주시길 청컨대 괴로워도 제비꽃처럼 멍들지 말고 아파도 봉선화처럼 피 흘리지 마시길 밑거름 한 줌 뿌려줄 순 없지만 사시사철 참사랑 웃거름 주리니 영영 시들지 말고 사계절 만개하소서

작품 발표작 2023.10.22

소나기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소나기 松竹 김철이 드높은 하늘에 생떼를 쓰듯 더럭더럭 소리 질러 운다, 금세 그칠 울음이면서 노령견 곤한 낮잠을 깬다 황천 갈 날 멀었다고 하늘땅 번갈아 나무라듯 게도 아니면서 게거품 주둥이 빼물고 위아래 버럭버럭 핀 꽃은 마구 때려 떨구고 땅속에 숨은 새싹 살살 달래 돋우니 그 심사 변덕이 죽 끓듯 하누나 존재 이유야 어디 있든 새 생명이 살고 마른 땅 생기를 찾으니 아래로만 내리는 그 은덕 그 사랑이 드높더라

작품 발표작 2023.10.15

담쟁이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담쟁이 松竹 김철이 동그랗게 말아 올린 꿈 푸르른 마음속으로 접을래 빨간 흙담 속으로 거듭거듭 되감아 넣을래 다져 쟁인 꿈들이 산지사방 흩어져 내려도 팔월의 따사로운 햇살이 있기에 말고 또 쟁이면 되니까 넝쿨손 부르트고 잎사귀 메말라도 내일을 부여받지 못한 현실 속에 오늘을 말아 올리라 화초라 불러도 잡초라 불러도 중추월(仲秋月) 따뜻함이 있기에 서두르지 않고 꿋꿋이 나가리

작품 발표작 2023.10.08

하루 | 저서_삶의 고해 중에서

하루 松竹 김철이 오늘이란 이름표 달고 내일이란 삶의 둥지 속으로 소리 소문도 없이 데려다 놓는 생의 동반자 눈에도 차지 않고 품에도 들지 않는 임이라 부르리까 생의 살점을 뜯어 갈 철천지원수라 부르리까 시간의 공간을 빌려 창살 없는 감옥 속에 인생을 가둬놓고 세월의 채찍질로 저승 몰이 여념 없네 뉘라서 막을 손가 하루의 권세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짜진 틀 안에 죽어간 순교자 될 테지

작품 발표작 2023.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