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샘 21

성가정-말씀에 순명하는 삶 | 배인호 베드로 신부님(함창 본당 주임)

성가정-말씀에 순명하는 삶 배인호 베드로 신부님(함창 본당 주임) 30년 전 아버지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으시고 1년여의 투병 생활 끝에 하느님 곁으로 떠나셨습니다. 그 사이 아버지의 병수발은 온전히 어머니 몫이었고, 당시 신 학생이었던 저는 어머니를 위로할 뿐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이웃들에게는 그저 사람 좋은 분으로 인 정받으셨으나 집안에서는 조금은 무책임하고 무능한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더욱 큰 책임감으로 집안 살림을 도맡으셨고 우리들을 키우기 위해 억 척같이 사셔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가 조금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시길 바랐는데, 아버지의 부재는 오히려 어머니를 더 힘들고 외롭게 하였습니다. 곁에 있으며 함께 함이 서로에게는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사제의 공간 2023.12.30

회개란, 하느님을 향한 방향설정입니다. | 신동철 토마스아퀴나스 신부님(정상동 본당 주임)

회개란, 하느님을 향한 방향설정입니다. 신동철 토마스아퀴나스 신부님(정상동 본당 주임) 대림환에 두 번째 촛불이 밝혀졌습니다. 교회는 1년 을 주기로 예수님의 전 생애를 기억하고 기념합니다. ‘대림’은 한자로, 기다릴 ‘待’, 임할 ‘臨’입니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주님 오심’을 준비하는 것은 어느 특별한 시기만의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살이 전체가 ‘주님 오심을 준비하는 시간’인 것입니다. 우리 각자의 일생이 바로 ‘대림’인 것입니다. 따라서 대림 시기를 해마다 반 복되는, 성탄 전에 오는 연례행사로만 생각하지 말 아야 합니다. 그런 생각과 태도는 신앙생활의 ‘권태기’ 로 이어지는 지름길입니다. 오늘 복음에는 사람들을 깨어 준비시키는 선구자가 등장합니다. 바로 ‘세례자 요한’입니다. ‘세례자 요한’..

사제의 공간 2023.12.08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 | 김재형 베드로 신부님(영양 본당 주임)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 김재형 베드로 신부님(영양 본당 주임) 얼추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듯합니다. 매일 새벽 5시면 성당 담 너머로 분주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목소리가 들려 옵니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대화들이 오고 가지만, 대화의 내용은 지레짐작이 됩니다. ‘시간 다 됐어! 빨리 나가자!’ ‘알았어’ 준비 다 끝나가, 일단 먼저 나가...’ 지레짐작으로 추측하는 이 대화는 바로 매일 새벽 5시면 어김없이 일터로 향하는 이주노동자 형제자매들의 대화입니다. 고요한 새벽 시간 그들의 소리에 잠을 깨며 처음에는 신경도 쓰였지만, 타국에서의 삶 그 자체로 그들이 겪고 있을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알기에, 그들의 목소리와 발걸음 소리를 듣게 되면 무사히 하루를 잘 보내길 바라며 화살기도..

사제의 공간 2023.09.25

“성체성혈 대축일” | 차광철 베다 신부님(점촌 본당 주임)

“성체성혈 대축일” 차광철 베다 신부님(점촌 본당 주임) 살면서 간혹 “하느님은 현존하시는가?”에 대한 질문을 열심한 신자든지 열심하지 않던지 삶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한두 번쯤은 의심해본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매일 포도주와 빵이 하느님의 피와 살로 변화되는 기적이 있는 미사를 곁에 두고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시큰둥하니 의심조차도 귀찮아하는 우리의 삶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사제는 자신의 귀함이 사제 직분으로서의 귀함으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이 큰 기적을 직접적으로 생성하는 귀함을 잊을 때도 있는 듯합니다. 예수 부활 소식을 듣고도 예수님의 상처에 자신의 손을 넣어보아야 믿을 수 있겠다는 의심을 하던 토마스처럼 간절함 조차도 잊은 채 예수님의 거룩한 피와 거룩한 몸의 현존이 일상의 일로 치부되고 있..

사제의 공간 2023.06.11

“셋이 하나고, 하나가 셋이다” | 차광철 베다 신부님(점촌 본당 주임)

“셋이 하나고, 하나가 셋이다” 차광철 베다 신부님(점촌 본당 주임) 오늘은 삼위일체 대축일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 삼위께서 사랑 안에 온전히 일치된 한분 하느님이시다. 우리는 세분 하느님이 아니라 유일하신 한분 하느님을 믿는다.” 이것이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삼위일체 교리입니다. 하지만 이 삼위일체 교리는 부족한 우리 머리로써 완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셋이 하나고, 하나가 셋이다.’ 그것을 머리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신비’라고 표현합니다.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 속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머리가 아니라 가슴이, 이해가 아니라 신앙이 요구되는 부분인 것입니다. 하느님에 대해 우리 인간의 머리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너무나도 제한..

사제의 공간 2023.06.04

“다른 보호자와 함께”_ 이희복 미카엘 신부님(어학 연수)

“다른 보호자와 함께” 이희복 미카엘 신부님(어학 연수) 신앙생활은 쉬운 듯이 보이긴 하지만 말씀과 계명대로 제대로 살려면 참 어려운 것이 신앙생활입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오늘 우리에게 "다른 보호자"를 보내주시겠다고 하십니다. 다른 보호자의 도움으로 우리가 살아갈 삶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특히 어렵고 소외된 이들을 버려지신 예수님이라 생각하고 돌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하여 끊임없이 기도하는 삶, 그렇게 깨어서 행동하는 삶이 바로 신앙생활입니다. 이러한 길은 어렵기는 하지만 갈 수 없는 길은 아닙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길이고, 많은 성인 성녀들이 삶으로 보여주신 길이기에 어렵지만 불가능한 길은 아닙니다. 이 길에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성령의 도우심입니다...

사제의 공간 2023.0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