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뜨락 깍두기 휴대폰을 떨어뜨려서 액정이 나가는 바람에 전자 대리점에 들렀다. 저장해 둔 사진과 문서를 옮기는 작업을 하는 동안, 장날이기에 돌아보고 오겠다고 했다. 이상고온 현상으로 겨울옷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던 뉴스가 나온 게 어제 같은데 웬걸, 한파가 닥쳐서 시장은 조용했다. 코로나로 힘들고, 한파로 힘든 겨울이다 싶어 빈손으로 둘러보기 죄스러운 지경이었는데 무 몇 개를 앞에 두고 발을 동동거리던 할머니가 보였다. “이거 몽땅 5천 원에 가져가요. 오늘 나오는 게 아닌데, 추워서 들어가려고…” 우리식구들은 김치 없이는 한 끼도 먹지 못하는 토종입맛을 가졌지만 배추김치파와 무김치파로 나뉜다. 나는 무김치파, 특히 깍두기를 좋아한다. 방금 담아도 아삭거리는 그 맛이 좋아서 익기도 전에 먹어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