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원 편지 1434

1년 내내 같은 옷

1년 내내 같은 옷 2학년이 된 그는 캠퍼스에서 친숙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계절과 상관없이 그의 옷차림은 언제나 똑같은 검은색 브로드클로스 양복, 하얀 셔츠, 스트링 타이였다. 재킷 소매가 짧아서 손목이 불쑥 튀어나와 있고, 바지 자락도 어색하게 겉돌았다. 마치 다른 사람의 제복을 빌려다 입은 것 같은 몰골이었다. - 존 윌리암스의《스토너》중에서 - * 저도 옛날 생각이 납니다. 대학 시절 같은 옷을 계절도 없이 1년 내내 입고 다녔는데, 지금의 제 아내는 그게 컨셉인 줄 알았다고 했습니다. 단벌 신사도 당당하게 굴면 더러는 '멋'으로 여기는 연인도 만나게 됩니다. 옷차림보다 중요한 것이 기운입니다. 옷 때문에 몰골이 상하면 안 됩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4.22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왔다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왔다 나는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 돌아왔다. 단지 나 자신이 되기 위하여. 그것을 위해 나는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야만 하거나 누군가의 이해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내가 할 일은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하고 내 모습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내가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며, 이 세상 모든 이들과 진정으로 만나는 순간이 될 것이었다. - 김송연의《BTS 오디세이》중에서 - * 여행은 집을 떠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여행이 아닌 유랑입니다. 정처 없이 표류하는 인생입니다. 떠났다 돌아왔는데 전혀 달라진 것 없이 옛날 그대로의 모습이라면 여행의 의미가 퇴색됩니다. 내 안에 숨겨있던 진정한 나, 놓쳤던 나, 상처받은 나를 돌아보며..

고도원 편지 2021.04.21

'용서의 언덕'을 오르며

'용서의 언덕'을 오르며 용서에 대한 상념의 실타래는 끝이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용서했는가. 아니 그보다 먼저, 나는 내 잘못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는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기 십자가는 누가 대신 짊어질 수 없다. 자기 자신이 묵묵히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용서의 언덕을 향해 한발 한발 내디디면서 마음속으로 주기도문을 외웠다. - 김인식의《자유로운 영혼으로 혼자서 걸었습니다》중에서 - * 산티아고 순례길에 '용서의 언덕'이 있습니다. 옹달샘에도 '용서의 길'이 있습니다. 이 길을 걸으며 많은 사람들이 '용서'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얻는 결론은 용서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나의 십자가를 지는 것입니다. 나는 고통스..

고도원 편지 2021.04.20

위대한 장군

위대한 장군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총을 쏘기 전에 목표물을 신중히 조준하는 것은 어떤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당연히 취해야 하는 행위다. 그러나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 모든 상황을 예방하는 것이다. 손무는 고전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 진정으로 위대한 장군은 싸우지 않고 이긴다고 했다. 탁월한 전투 능력을 갖춘 자보다 한 수 위인 것이다. - 클라이브 윌스의《의도하지 않은 결과》중에서 - * 위대한 장군은 총을 잘 쏘는 사람이 아닙니다. 총을 쏠 일이 없도록 만드는 사람, 다시 말해 싸울 일이 없도록 하는 사람입니다. 그것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진정한 영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든 위기 상황에 총을 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정확한 조준 훈련! 평소에 훈련을 해두어야 전..

고도원 편지 2021.04.19

'액티브 시니어' 김형석 교수의 충고

'액티브 시니어' 김형석 교수의 충고 만 101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 교수는 '액티브 시니어'의 대명사이다. 그는 80대 중반이 되면 대개 혼자가 되는데 홀로 남은 이에게 재혼을 권한다고 말했다. 재혼이 어려우면 연애라도 하라고 했다. 그는 80대 중반까지는 남성성을 유지한다고 털어놓았다. 90세가 되면 그마저 잃게 된다고 덧붙였다. 100세 시대, 곱게 나이 들어가는 건 누구에게나 만만치 않은 과제다. 무엇보다 노인 빈곤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노욕과 노추를 피해야 한다. - 이필재의《진보적 노인》중에서 - * 장수 시대입니다. 그 대표적인 상징 인물이 김형석 교수입니다. 그로부터 배울 점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입니다. 육체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정신의 건강은 더 중요합니다. 홀로..

고도원 편지 2021.04.16

장애로 인한 외로움

장애로 인한 외로움 장애인으로 사는 일이 힘든 건 장애 그 자체보다도, 장애로 인한 외로움에서 비롯한다. 시각장애인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봐도 시선을 알아차릴 수 없다. 청각장애인은 사람들이 바로 옆에서 자기 얘길 해도 말을 들을 수 없다. 따라서 그토록 고독하다. 또 하나의 아픔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가 있으면 못 할 것이라고, 안 될 것이라고 미리 단정한다. 장애 하나로 모든 것이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 아지오의《꿈꾸는 구둣방》중에서 - * 장애인이 겪는 고통과 외로움을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결코 실감하지 못합니다. 편견과 선입관도 무섭습니다. 모든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무조건 단정하는 것도 장애인에게 안겨주는 아픔입니다. 그러나 장애가 있기 때문에 열리게 된 감성적 ..

고도원 편지 2021.04.15

'천년손이'라는 이름

'천년손이'라는 이름 "반갑습니다, 지우님. 저는 천년손이입니다. 이곳 소장이죠." 천년손이라니, 처음 듣는 독특한 이름이었다. 천년손이는 모습만 아이였지 전혀 아이 같지 않아서 이름만 부르기가 왠지 껄끄러웠다. 지우는 천년손이처럼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불렀다. "안녕...하세요. 천년손이님." - 김성효의《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중에서 - * '천년손이'. 아마도 세상에 하나뿐일 참 귀한 이름입니다. 이 이름을 보는 순간 옹달샘의 '천채방'이 생각났습니다. '하늘의 기운으로 채워진 방', '천년의 꿈', '천년의 향'이 담긴 뜻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까운 사람에게 지어준 이름들, 곧 향지(香地, 향기로운 땅), 새나, 황금비, 해니, 다니, 루니 등이 떠올랐습니다. 저마다 각자의 이름이 갖는 의미가..

고도원 편지 2021.04.14

뭔가 다르게 사는 것

뭔가 다르게 사는 것 인생의 목적은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의미 있게 사는 것, 명예롭게 사는 것, 연민하며 사는 것, 그리고 자신이 살아온 것과 뭔가 다르게 사는 것이다. (랠프 왈도 에머슨) - 제이크 듀시의《오늘부터 다르게 살기로 했다》 중에서 - * 사람마다 사는 목적이 있습니다. 다 다르지만 저마다 의미가 있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도 좋은 목적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에 이르는 길, 곧 그 방법과 과정이 무엇이냐도 중요합니다. 의미, 명예, 연민을 마음에 품고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뭔가 다르게 사는 것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4.13

텅 빈 안부 편지

텅 빈 안부 편지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1822년에 레이크 지방에서 산책을 하다가 경험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던 어느 날에 나는 작은 시골집을 지나가고 있었다. 배달부가 이 집 여자에게 우편요금으로 1실링을 요구했지만 여자는 지불할 의사가 없어보였다. 그리고 결국에는 편지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요금을 지불하고, 배달부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여자는 내게 아들이 안부를 전해주기 위해 보낸 편지이며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나는 봉투를 열어보았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 클라이브 윌스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중에서 - * 일자리를 찾아 멀리 집을 떠난 아들이 어머니에게 보낸 '텅 빈 안부편지'가 많은 것을 말해 줍니다. 당시 영국의 비싼 우편 배달비(1실링은 현재의 40..

고도원 편지 2021.04.12

남의 말을 잘 듣는 법

남의 말을 잘 듣는 법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상대방이 나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가?' 이렇게 살펴보면 상대방의 동기가 보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면 바르게 응할 수 있습니다. 말의 형태에서 핵심을 놓치지 마세요. 그러면 남의 말을 잘 듣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 용수 스님의《사자》중에서 - *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 그 마음을 그대로 읽기 전 내 생각으로 판단하고 분석해서 읽고 있는 자신을 돌이켜봅니다.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은 결국 마음과 마음의 소통과 공감이라는 것을 배웁니다. 바쁠수록 생각의 먼지를 털어내고 미소를 지으며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야겠습니다.

고도원 편지 2021.04.10

벚꽃이 눈부시다

벚꽃이 눈부시다 수줍게 핀 수선화가 보인다 신작로 길 개나리도 보인다 군락을 이룬 벚꽃이 보인다 손길 닿지 않아도 발길 닿지 않아도 봐주는 이 없어도 본분 다하며 말 없는 몸짓으로 피워내는 그대는 나의 스승입니다 - 이영월의 시집《하늘길 열리면 눈물의 방》에 실린 시〈해미천을 걷다가〉(전문)에서 - * 세상은 힘들어도 봄은 어김없이 다시 오고 형형색색 꽃들도 어김없이 피었습니다. 곳곳에 벚꽃이 만개해 눈이 부십니다. 우리가 물을 준 것도, 다듬어 준 것도 아닌데 아이처럼 스승처럼 다가와 아픈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4.09

어느 날은 해가 나고, 어느 날은 비가 오고

어느 날은 해가 나고, 어느 날은 비가 오고 "냄새날 때가 있는가 하면 목욕할 때도 있는 거지. 삶은 늘 새로운 찰나의 연속이야. 누가 공을 던져주는 때가 있는가 하면 그러지 않는 때도 있어. 어느 날은 해가 나고 어느 날은 비가 와서 다 젖게 되는 게 삶이야. 그렇게 변하는 삶에서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괴로워지게 되어 있어. 그럴 필요가 없는데 말이야." - 디르크 그로서의《우리가 알고 싶은 삶의 모든 답은 한 마리 개 안에 있다》중에서 - * 날씨는 늘 변합니다. 하루하루, 순간순간, 변화무쌍합니다. 그야말로 '늘 새로운 찰나의 연속'입니다. 우리의 삶도 찰나마다 빚어내는 변화의 연속입니다. 그 변화를 고통으로 받아들이면 삶이 힘들어집니다. 반드시 그만한 이유와 뜻이 있기 때문이라 믿..

고도원 편지 2021.04.08

세상에서 가장 인내심이 강한 사람

세상에서 가장 인내심이 강한 사람 만약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인내심이 강한 분이 아니라면 나는 학교 문턱도 밟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에서 모두들 나를 정신과에 한 번 데려가보라고 권했지만 어머니는 그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얼마나 오래 걸리든 내가 세상을 편하게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 무한한 애정으로 감싸며 말이다. - 벤 호로위츠의《하드씽》중에서 - *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하나밖에 없는 존재이고 무한한 애정으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존재입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었다는 기억은 어머니가 안겨준 최고의 유산입니다. 많은 어머니에게 돌려줄 찬사입니다. 어머니의 특별함은 인내심에서, 그 인내심을 가능하게 하는 사랑에서..

고도원 편지 2021.04.07

'진정한 자유'는...

'진정한 자유'는... 진정한 자유는 자신의 전 존재를 두고 헌신할 새로운 가치, 새로운 목적,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새로운 사회적 관계로 나아갈 때 비로소 완성된다. - 길희성의《종교에서 영성으로》중에서 - * '자유'에 대한 놀랍고도 새로운 정의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유는 개인적인 것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것입니다. 한 사람의 인격체가 모든 것을 걸고 헌신할 만한 가치와 목표, 이것이 사회적 관계로 이어질 때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진정한 의미의 성숙된 자유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4.06

'사회의 치유'를 위하여

'사회의 치유'를 위하여 도피성 영성도 아니고 폭력적 행동주의도 아닌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데 양식 있는 사람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마음의 치유뿐 아니라 사회의 치유를 바라는 마음을 함께 품고, 세상의 아픔을 온몸으로 안고서 자기 마음의 평화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도 많다. - 길희성의《종교에서 영성으로》중에서 - * 치유가 필요한 시대입니다. 몸이 힘들수록 마음의 치유가 먼저입니다. 그러나 각 개인의 치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의 치유'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시대의 아픔, 세상의 아픔이 곧 우리가 사는 사회의 아픔이고 나의 아픔입니다. 결코 따로가 아닙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풀어가야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고도원 편지 2021.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