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해지는 일
김송순 작가의 동화 《반반 고로케》의 주인공 민우 는 엄마의 재혼이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다정하게 한글을 가르쳐주던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신 지 3년 째. 아직 아빠의 빈자리가 큰 민우에게, 엄마와 결혼 한 이사드 아저씨는 낯설기만 합니다. 아빠와 닮은 데 가 많아서 마음이 끌렸다는 엄마의 말이 민우는 이해 가 되지 않습니다. 아저씨는 엄마보다 더 먼 나라에서 와서 엄마보다 우리말이 서툴고, 아빠에겐 없던 콧수 염도 있고, 무엇보다 아저씨는 민우에게 고로케를 먹 지 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사드 아저씨는 무슬림 이어서 햄이 들어간 음식을 먹지 않는데, 민우도 그러 길 바랐던 것이죠. 아빠와 추억이 서려 있어 민우에게 는 소울푸드와도 같은 고로케를 먹지 말라니, 민우는 아저씨가 한층 더 미워집니다. 엄마는 아직 서로를 잘 몰라서 그런 거라며 위로하지만 이미 마음의 문이 닫 힌 민우에게는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 민우에게 이사드 아저씨는 조금씩 천천히 다 가갑니다. 늦도록 집에 오지 않는 민우가 걱정되어 찾 아다니고, 민우가 좋아하는 망고주스를 내밀고, 달리 기를 좋아하는 민우에게 제대로 호흡하는 방법을 알 려줍니다. 처음에 아저씨를 밀어내기만 하던 민우도 아저씨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 리는 것을 느낍니다. 민우가 학교 축제에 달리기 선수 로 출전한다는 얘기를 들은 아저씨가 “민우! 대단해! 아빠 닮았구나.”(136쪽)라고 말했을 때는 심지어 웃음 이 날 뻔도 했습니다. 주먹을 불끈 치켜세우고 “민우! 화이팅!”(137쪽)이라 외치는 아저씨에게, 드디어 민우 도 활짝 웃어줍니다. 그동안 아저씨는 민우가 아빠를 사랑하는 마음, 고로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잘 이해하 게 되었고, 그 노력이 민우에게도 무사히 전달되었던 것이죠.
사람과 사람이 친해지는 일에는 인내심이 필요합 니다. 처음부터 너무나 잘 맞아 신기해하며 빠르게 친 해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건 매우 드문 일이죠. 대부분은 처음에 서로를 잘 몰라서 실수도 하고 오해 가 쌓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 나의 감정을 앞세워 상 대를 비난하기만 하면 관계는 거기에서 끝나게 됩니 다. 내가 실수했을 때 용기 있게 실수를 인정하고 사 과하며, 오해가 생겼을 때 대화를 통해 진심을 나눌 수 있다면, 두 사람의 거리는 이전보다 한층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 라는 것도 관계의 어려움입니다. 한 사람이 손을 내밀 었을 때 상대방이 기꺼이 그 손을 잡아주어야 하는 것 이죠. 이사드 아저씨의 노력을 민우가 받아주었던 것 처럼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는 이렇게 지난한 여정을 거쳐 왔습니다. 얼마나 귀한 인연인가 요. 기쁜 시간도 힘든 시간도 함께 거쳐 온 소중한 사 람들에게 사랑한다는 인사 한마디 건네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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