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
선물하실 때, 받을 사람에게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 지 물어보시는 편인가요? 아니면 직접 고민해서 선물 을 선택하시는 편인가요? 저는 받고 싶은 선물이 무엇 인지 물어보기보다 직접 고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선물을 준비하는 동안 상대방을 생각하면서 어떤 것 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이 필요한지 상대방에게 관심 을 가지고 고민하고 찾아보는 시간이 저에게는 큰 즐 거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이죠. 그래서 선물을 받을 때 도 제게 필요한 선물보다는 상대방이 저를 생각해서 고른 선물을 더 좋아합니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께 수많은 선물을 받았 지만, 그중 가장 큰 선물은 청소년 친구들입니다. 주 일학교에는 정말 다양한 청소년 친구들이 있습니다. 매주 꾸준히 성당을 나오면서 어떤 일에도 솔선수범 하여 큰 의지가 되는 친구도 있고, 활발하고 리더십이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 늘 분위기를 주도하는 친구, 노 래를 정말 잘 불러서 성가를 부를 때 빛이 나는 친구 도 있습니다. 힘들게 준비한 교리 시간에 제 이야기를 경청해 주고 대답도 잘하는 친구들이 교사 생활중 가 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저의 관심을 더 필요로 하는 친구 들도 많습니다. 성당에 오면 늘 혼자 있기를 선호하 여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으려고 하거나, 장난기 가 너무 많고 집중력이 부족해서 저를 지치게 하는 친 구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대답을 잘 하지 않거나 단
답형으로만 대답해서 대화를 계속 이어가기 힘든 친 구들, 날카로운 언행으로 때론 상처를 주는 친구들…. 저도 동료 선생님들도 이런 청소년 친구들에게 상처 를 받아 교사 생활의 어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득 저에게 맡겨진 청소년 친구들도 우리 가 선물을 고르듯 하느님께서 정성껏 마련하신 선물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를 괴롭히고 힘들 게만 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했었지만 하느님께서 이 들을 저에게 맡겨주신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 죠. 하느님께서는 저를 통해 이 친구들이 가정이나 학 교, 친구들 사이에서 받지 못한 관심과 사랑을 주일학 교 안에서 느끼게 하여, 이들이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 녀라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길 원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이 친구들을 통해서 ‘다름’을 이해하고 인내 하는 법을 배우면서 더 큰 하느님 사랑을 실천할 기회 를 주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를 더 성숙한 신앙인으 로 성장시키고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서랍 속 구석에 자리하던 원치 않았던 선물 이 생각지도 못한 때에 쓰임이 될 때가 있습니다. 선 물을 받을 때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선물이 그 제야 ‘아! 이 사람이 나한테 이래서 이 선물을 주었구 나!’ 하면서 더 큰 기쁨과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하 느님께서도 제가 원하는 선물만 주신 것은 아니었지 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늘 좋은 것만 주셨다는 것을 청소년 친구들을 통해서 깨닫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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