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17세기 스페인 세비야의 거장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1617-1682)는 바로크 미술의 화려함과 극적 인 표현보다는 인간적인 따뜻함과 섬세한 감정 표현 으로 유명한 화가이다. 그는 귀족 초상화뿐 아니라 종 교화, 풍속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였 으며, 특히 세비야 빈민들의 삶과 신앙을 진솔하게 담 아낸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에는 신앙심 과 함께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자비가 깃들어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돌아온 탕자(The Return of the Prodigal Son)>는 이러한 그의 예술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주보 표지 작품
<돌아온 탕자>는 루카 복음서 15장의 ‘되찾은 아들 의 비유’를 화폭에 옮긴 작품이다. 탕자가 아버지의 재 산을 탕진하고 거지꼴이 되어 돌아오는 장면을, 무리 요는 극적인 연출 없이 차분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늙고 초라해진 탕자는 아버지의 품에 안겨 깊은 회개 의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는 기쁨과 감격으로 그를 껴 안는다. 무리요는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에 집중 하여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어두운 배경과 대조되 는 아버지와 탕자의 밝은 색채는 그들의 만남이 지닌 희망과 구원의 의미를 더욱 강조한다.
보통 ‘되찾은 아들의 비유’를 화폭에 담은 그림으로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를 떠올린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가 탕자의 내면 고뇌와 아버지의 깊은 슬픔과 연민을 어둡고 극적인 빛과 그림자로 표현했다 면, 무리요의 작품은 따뜻하고 밝은 색채와 섬세한 감 정 표현으로 하느님의 무조건적인 용서와 인간 구원 의 가능성을 강조한다. 무리요의 <돌아온 탕자>는 탕 자의 죄보다 더 큰 아버지의 용서, 단순한 후회가 아닌 하느님께 돌아가는 결단의 표현을 통해 가톨릭 신앙의 핵심 교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관객에게 자 신의 죄를 돌아보고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삶을 살아야 함을 일깨워준다.
무리요의 <돌아온 탕자>는 단순한 그림이 아닌, 하 느님의 무한한 자비와 인간 구원의 희망을 보여주는 영적인 묵상의 대상이다. 아버지의 용서와 탕자의 회 개는 우리에게 깊은 감동과 영적 위로를 선사하며, 회 개와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제시한다. 이 작품을 통해 우 리는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하느님의 무한한 사 랑을 체험하며, 진정한 회개와 구원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무리요의 <돌아온 탕자> 는 단순한 미술 작품을 넘어, 신앙의 깊이를 더하고 영 적 성찰을 이끄는 강력한 메시지를 지닌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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