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간 소통

말씀의 이삭 |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松竹/김철이 2025. 4. 8. 12:11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

 

 

미사를 드리고 성경을 읽다 보면, 하느님의 현존을 머리 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 안에 살아 계신 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세상의 이런저런 어려움으로 어 둠 속에 갇혀, 나 혼자 있는 듯 불안해하며 걱정 속에서 허 우적거릴 때가 있습니다.

 

세례를 받고 1년이 조금 지났을 무렵, 본당 원장 수녀님 의 권유로 여성 구역 회계를 맡아 봉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 다. 세례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여성 구역이라는 공동 체가 본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지도 못했지만, 저 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수녀님의 요청에 망설이지 않고 봉사 하겠노라 선뜻 대답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 각해 보면 제 맘 깊은 곳에 어떤 믿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본격적인 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저는 이제 껏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규모와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습니 다. 본당의 크고 작은 행사를 치러야 했고, 환자 봉성체와 장례식장 방문 때 신부님, 수녀님을 모시고 함께해야 했을 뿐 아니라, 여성 구역이 공동체로서 구역과 신자들을 위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총구역장님 과 수녀님, 다른 봉사자들과 더불어 일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봉사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기도 했고, 봉사와 내 일의 균형을 맞추지 못해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고, 성당 일에 매진하는 아내와 엄마 때문에 힘들어하는 남편과 아 들들의 원성도 들어야 했습니다. 과연 내가 누구를 위해 일 을 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봉사가 해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일이 생각처럼 잘되지 않 을 때는 자책하거나 남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저는 주님의 은총과 사랑을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해 주셨기에 모든 봉사가 가능했고, 결과에 대한 걱정과 염려, 잘되길 바라는 기대 는 정말 중요하지 않으며, 결국은 주님을 위한 봉사이기 에 제가 그 안에서 기쁘고 감사한 마음을 느끼는 것이 의 미 있다는 것을요.

 

처음 수녀님의 말씀에 망설이지 않고 응답할 수 있게 해 주신 저의 믿음의 원천도 주님이셨고, 제가 여러 현실 적인 생각으로 힘들어할 때, 항상 곁에서 함께하실 것이 라는 말씀으로 무거운 제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게 해 주 신 분도 주님이셨습니다. 그렇게 주님께서는 수시로 저를 일깨워주십니다.

 

봉사로 더욱 단단해지는 믿음의 선물에 감사드리며 오 늘도 기쁘게 미소 지으며 마음과 몸과 힘을 다해 꾸준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하느님 기준이 아닌 제 생각과 판단으로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주님을 향한 사 랑과 기도로 주님의 자녀로서 튼튼하게 잘 자랄 수 있다 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을 입은 그리스도인으로 주님께서 항상 저와 함께 계시니 저는 매일 행복한 하느님의 자녀 로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