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발표작

햇살 좋은 날 | 저서_향수 중에서

松竹/김철이 2025. 2. 23. 13:16

햇살 좋은 날

 

                          松竹 김철이

 

 

어머니 널어놓은

앞마당 빨랫줄 위에

촘촘히 눌러앉은 빨래들

그새 참새들 널려 앉아 잡담을 건다.

 

아버지 저고리 어깨 위에

개구쟁이 본색을 드러내듯

내 속옷 한쪽 팔이 은근슬쩍 얹어져 있고

형 목티에 내 양말 한 짝이

짓궂게 얹혀 논다.

 

오뉴월 풀밭인 양

어머니 속치마 밑자락

누이동생 속저고리 소매 끝에 내 묻힌

새파란 잉크 자국이 선명하다.

 

저녁나절 빨랫줄 위에서

쫑알대던 새들도 날아가고

뽀송뽀송 말라가던

빨래들이 바스락바스락

내려오고 군기 잡혀 제자리를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