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신앙시

계시

松竹/김철이 2023. 7. 1. 12:01

계시

 

                           김철이 비안네

 

 

기나긴 겨울

내내

알몸으로 동장군 칼바람 몸소 맞으며

꿋꿋이 섰던

나뭇가지 메마름에

연초록빛 작디작은 새싹들이

몰래몰래 고개를 내민다.

 

한자리

가만히 멈추어 있는 듯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듯

앙증맞고

곰살맞은 가녀린 초목들

 

하룻밤을 살고

또 하룻낮을 살고 지고 살고 지고

 

갓난쟁이 옹알이 자라듯

조붓조붓 새 생명을 피운다.

 

조심성 많고

참을성 많은 명의 힘을

조심조심 몸소 보여준다.

 

세상이여 보라

봄마다

새롭게 되살

그 임의 드높은 계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