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2 14/ 선거로 드러나는 나의 모습: 바리사이의 선택, 신앙인의 선택/ 연중 제6주간 월요일/ 전삼용 요셉 신부님
(클릭):https://www.youtube.com/watch?v=HGF2wrEut9Y
저도 모르게 또 월요일 묵상을 했네요. 대신 댓글 나눔 한 주 쉬고, 월요일 묵상은 다음 주부턴 꼭 쉴게요 ^^
2022년 다해 연중 제6주간 월요일 – 선거로 드러나는 나의 모습: 바리사이의 선택, 신앙인의 선택!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리사이들과 ‘하늘에서 오는 표징을 요구하는’ 그 세대를 두고 탄식하십니다.
왜 하느님을 믿기 위해 표징을 요구하는 것이 잘못일까요? 그 이유는 이미 표징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앞에서 4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당신이 아버지이시고 창조자이심을 보여주는데 이것만큼 큰 표징은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아빠, 우리 아빠 맞아? 맞으면 한 번 날아봐!”라고 한다면 황당할 것입니다. 이 말은 아빠가 아빠이기를 믿기 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되는가를 시험하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아빠는 필요없고 슈퍼맨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자신 안에 이 세상에서 아빠의 덕을 보며 능력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로보트 기요사키’는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로 유명한 사업가입니다. 그는 물론 가난한 아빠도 사랑하겠지만 그보다는 부자 친구의 아빠가 더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가서 어렸을 때부터 돈 버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키워준 아빠보다 부자 아빠를 따른 것을 더 잘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그의 마음 안에는 아빠의 따듯한 애정도 좋지만, 이 세상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마음이 드러났습니다. 물론 자신을 키워준 아빠도 사랑하겠지만, 책 내용만 보면 그는 아빠를 ‘능력’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그를 키워준 가난한 공무원이었던 아빠의 마음은 어떨까요?
어쩌면 우리도 하느님에게 능력을 보여주면 믿겠다고 청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남편의 승진을 위해, 아이의 성공을 위해, 집값의 상승을 위해 기도하고 그 기도가 성취되면 하느님을 믿겠다고 한다면 하느님은 마음이 아프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아버지’가 되시기를 원하는데, 우리는 이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챙겨줄 ‘슈퍼맨’을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아버지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능력이 없는 것을 볼 때는 가차 없이 버립니다. 그러니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능력 있는 표징을 보여달라고 하며 자신들이 부려먹을 힘 있는 황소와 같은 하느님을 바라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살과 피가 섞인 ‘양식’만큼 하느님을 아버지로 믿을 표징은 없는데도 말입니다.
우리가 타락한 세대인지 아닌지는 ‘선거’ 때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자들은 각자 자신에게 어떠한 능력이 있는지 어필합니다. 이는 벌써 아버지와 같은 후보가 아닌 슈퍼맨과 같은 능력자를 원하고 있기에 우리 자체가 바리사이처럼 돈을 좋아하는 나라가 되었음을 드러나게 합니다.
지도자의 자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바로 ‘비전 – 통솔력 – 청렴함’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입니다. 지도자는 마치 배의 선장과 같은데 길을 볼 줄 모르면 큰 사고가 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결단력 없는 선장 때문에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 있는지 우리는 세월호 사고 때 깊이 체험했습니다. 비전 없는 지도자를 따라가는 것은 지옥입니다.
옛날에 한 청년이 커다란 성의 주인인 성주를 찾아가 성공비결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성주는 자신이 마시던 컵에다 포도주를 가득 따르고는 청년에게 건네주면서 별안간 큰소리로 군인을 하나 불렀습니다.
“이 젊은 청년이 저 포도주잔을 들고 시내를 한 바퀴 도는 동안 넌 칼을 빼 들고 그를 따라라. 만약 저 청년이 포도주를 엎지를 때는 그의 목을 내리쳐라!”
청년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잔을 들고 엎지르지 않고 시내를 한 바퀴 돌아왔습니다. 임금님은 청년이 시내를 도는 동안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물었습니다. 청년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듣지도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성주는 큰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넌 거리에 있는 거지도 장사꾼들도 못 보고 술집에서 노래하는 것도 못 들었단 말이냐?”
청년은 다시 “네, 저는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성주가 말했습니다.
“그렇다. 이것이 네 인생 교훈이다. 네가 거리를 한 바퀴 돌면서도 그 잔만 바라보고 정신을 집중시킨 것처럼, 너의 인생에 하늘이 원하는 뜻을 찾고 찾았으면 그 마음으로 나아가면 된다.”
자신의 인기를 위해서 어떤 때는 이렇게 하고, 어떤 때는 저렇게 하며 이랬다저랬다 하는 비전과 결단력이 없는 지도자는 뽑지 말아야 합니다.
그다음은 ‘통솔력’인데,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일치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분열의 원인이 되는 지도자는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좁은 땅덩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동서남북, 남녀노소, 혈연지연 등으로 갈라져 일치가 어렵습니다. 이렇게 된 큰 영향이 정치인들입니다. 나라를 분열시키며 자신의 표를 얻겠다고 하는 사람이 어떻게 지도자가 되어 통솔력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잘 알듯이 칭기즈 칸은 아들이 다섯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룩한 엄청난 업적이 자녀들이 분열되면 곧 무너질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죽음 직전에 아들 다섯을 불렀습니다. 각자에게 화살 하나씩 주고 분질러보라고 하였습니다. 장성한 아들들은 쉽게 문질렀습니다. 이번엔 화살 다섯 개를 주고 한 번에 분질러보라고 했습니다. 누구도 다섯 개를 한 번에 분지를 수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아들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분열시키는 지도자도 지옥을 만드는 지도자입니다.
마지막으론 ‘청렴결백’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많은 대통령이 감옥에 갔다가 왔습니다. 그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웠다는 데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지만, 어느 면에서는 잘한 것도 많습니다.
월남전 당시 미국 무기 수출업체인 맥도날드 더글라스 회사의 중역이었던 데이빗 심슨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100만 달러와 박정희 대통령과 관련된 이야기를 썼습니다.
“나는 비서관을 따라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지만, 그의 행색은 한 국가의 대통령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을 보는 순간, 지금까지의 그의 허름한 모습이 순식간에 뇌리에서 사라진 것을 느꼈다.
‘각하, 맥도날드사에서 오신 데이빗 심슨 씨입니다.’
비서가 나를 소개하자 대통령은 ‘손님이 오셨는데 잠깐이라도 에어컨을 켜는 게 어떻겠나’라고 말을 꺼냈다. (박 대통령은 평소에도 집무실과 거실에 부채와 파리채를 두고 에어컨은 끄고 지냈다.)
‘각하, 이번에 한국이 저희 회사의 M16 소총 수입을 결정해 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한국의 국방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희 회사가 드리는 작은 성의입니다.’
인사말과 함께 준비해온 수표가 든 봉투를 대통령 앞에 내밀었다.
‘흠, 100만 달러라. 내 봉급으로는 3대를 일해도 못 만져볼 큰돈이구려.’
대통령의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순간 나는 그 역시 내가 무기 구매 사례비 전달로 만나본 다른 여러 나라의 국가 지도자들과 다를 것이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다시 한 번 말했다.
‘각하, 이 돈은 저희 회사에서 보이는 관례적인 성의입니다. 그러니 부디 부담 갖지 마시고….’
그때 잠시 눈을 감고 있던 대통령이 나에게 말했다.
‘여보시오. 한 가지 물읍시다. 이 돈 정말 나한테 주는 거요? 그러면 조건이 있소’하고는 받았던 봉투를 다시 내 쪽으로 내밀며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이 돈 100만 달러는 내 돈이요. 내 돈이니까 내 돈으로 당신 회사와 거래를 하고 싶소. 당장 이 돈만큼 총을 더 가져오시오. 이 돈은 지금 내 형제 내 자식들이 천리타향 독일 광산에서 그리고 멀리 월남 땅에서 피 흘리고 땀 흘려 바꾼 돈이요. 내 배 채우는 데 쓸 수 없소.’
‘알겠습니다. 각하, 반드시 100만 달러어치의 소총을 더 보내드리겠습니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닌 아버지(國父)의 모습을 보았다.”
[출처: 『어떻게 살 것인가』, ‘청렴은 공직자의 근본이 되는 의무’, 이충호, 하늘아래]
결국, 비전이나 통솔력이나 청렴결백은 ‘아버지’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제삼자의 관점에서 박정희 대통령을 아버지로 볼 수 있었다면 그런 마음이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또한, 아버지라면 무력으로 아버지가 될 수 없고 또 혼자만 끝까지 통솔하려고 하다가 불운을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가족에 대한 비전이 있습니다. 가족을 살리고 교육해서 자녀들이 다 나은 세상으로 가게 놓아주어야 합니다. 나의 것으로 만들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이런 아버지의 마음을 잃으면 통솔력을 잃고 분열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솔직하지 못하게 됩니다.
좋은 아버지는 비전이 없을 수 없고, 가족의 일치를 도모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한 가족을 위해 청렴결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아버지처럼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비전’은 무엇일까요?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녀를 많이 낳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아담에게 주어진 첫 계명이 자녀를 많이 낳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녀를 낳지 않으면 아무리 잘 살려고 해봐야 일본을 답습할 뿐입니다. 차를 살 사람도 없어지고, 옷을 입을 사람도, 놀이공원에 놀러 갈 사람도 사라집니다. 노인들도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산아제한을 하며 수많은 아이를 낙태하게 하였습니다. 이것은 아버지로서 태어나려는 아이들에게 할 행동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 우리가 원하는 후보들은 ‘지금’ 우리가 돈을 많이 벌게 해 줄 표징을 찾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에 맞춰 그들도 공약을 내놓습니다. 오로지 지금 투표할 사람들에게만 관심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 태어날 아기들은 투표권이 없기에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곧 나 자신이 바리사이인지, 신앙인인지 드러나게 할 것입니다. 좋은 아버지와 같은 대통령이 나오기를 기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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