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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제 3시집 인생노름 중에서

松竹/김철이 2021. 12. 25. 01:00

 하루

 

                               松竹 김철이 

 

 

눈썹달이 두 팔 벌려 기지개 절로 켜는 아침

세상 뭇 생명

초를 다투어 삶의 전쟁터

칼의 날을 세우고

행여 녹슬세라 마음의 총에 기름칠 여념 없다.

 

소쩍새 울음이야 새벽을 불러오지만

인간사 울음이야 갖은 욕심 다 불러오니

미물조차 비웃더라

하루살이 날개마저 탐내는

인욕(忍辱)의 미련함을

 

하루가 있어 오늘이 있고

하루가 있어 내일이 있거늘

이틀을 앞세워 채찍질하는 사람들 무서워

눈 뜨고 잠 깨기 싫어서

잠자는 공주가 되리니

 

소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청설모

쌓인 낙엽 위에 새로운 둥지를 틀지만

세상 벼랑 끝에 쉬는 인생들

보장되지 않은 하루의 허상 잎에

물주고 가꾸며

갖은 정성 목을 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