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松竹 김철이
나그네 걷는 길
구름도 바람도 벗이 돼주지 않는 외로운 길
삶의 고단함이 속속들이 묻어나는 긴 여정
한순간
중얼거리는 언어의 말벗이 된다.
갈지자 취객의 시야에 들어선
그 모습
요지부동 꼿꼿한 고목의 표정인 양
어엿함에 흥얼거리다
마을 어귀 통째 흔들거린다.
산새도 들새도 날다 지치면
썩은 나무
둥지 어깨에 내려앉아
순간을 쉬어가려 하니
왕방울 눈을 부릅뜨고
호령이 미물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천하 대장군 지하 여장군
국란(國亂)이 일어난다 한들 두려움 하나 없는 듯
창칼 들지 않았어도
험상궂은 인상 한번 쓰고 나면
두만강 건너오던 오랑캐도
현해탄 건너오던 왜군도
신발조차 못 신고 천리만리 달아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