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도피(現實逃避)
松竹 김철이
빈주먹 쥐고 왔다
두 손 털고 가는 것이 인생이라
옷 한 벌 걸쳐 입고
한 끼니 때웠으니
더 바랄 게 뭐 있겠나
마음심(心) 한 글자 간수 못 해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듯
순항하는 인생 뱃길
술 취한 취객 마냥 어지럽게 살지 말고
대청에 배 깔고 하늘을 바라보는 천심을 닮아
내어주는 법이나 배워감세
현실을 내어주어야 미래가 찾아오는 법이니
가꾸지 않아도 돌보지 않아도
절로 피는 들꽃을 보라
탐욕스러운 시절 탐내지 아니하며
제자리 제 본분 다 지켜
짓밟는 자 코끝에도 진한 향기로 남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