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 솔밭길
松竹 김철이
다 낡은
검정 고무신 한 켤레 신겨 보내도 좋으련만
중죄를 지은 죄인 마냥
알몸으로 보내셨으니
그 서러움 어디다 비하리
입만 열어도 거짓이요
숨만 내쉬어도 죄를 지으니
입이 있어 무슨 변명 내놓을까
시오리 솔밭길
기왕에 홀로 나왔으니
가시 같은 솔꽃이 피어 만개할 때까지
마음의 낫으로 마음의 잡초를 베고
영혼의 호미로 영혼의 꽃씨를 심어
주어진 생의 밭을 가꾸려네
입고 돌아갈
옷 한 벌 마련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