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수필

참새와 개미 2부작 2부

松竹/김철이 2021. 3. 24. 01:30

참새와 개미 2부작 2부                                                                                           

  

                                                                         김철이

                                                                                                     

 

 사람이 평생을 살다 보면 별의 별사람 다 만나는데 게 중에는 성미가 급해 불 칼 같아 때로는 적지 않은 손해를 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성미가 느려 오뉴월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통에 시급한 일을 처리할 때나 시간을 다투는 사건 사고가 터졌을 땐 늑장 대처하는 모습에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복장을 치게 하는데 이 두 가지 성미를 놓고 어떤 쪽이 좋고 나쁘다를 가린다는 것은 오만이요, 교만이 아닌가 싶다.

 

 사람의 성미도 그러하지만, 사람 못지않게 짐승들 또한 성미에 따라 덕()과 해()를 입는 것 같다. 미물에 불과한 짐승들의 세계에서도 분명히 생존해 나아가는 데 있어 세상에 태어날 때 각자가 지니고 났던 성미들 탓에 때로는 불이익을,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곤욕을 치르곤하는데 인간사와 달리 자력으로 생산하지 않고 대자연이 부여해 주는 생존의 터 위에서 오직 그들의 수고와 노력으로만 생존해 가야 하는 생활사에서 드러나는 그들만의 세계를 들여다보며 참새와 개미에 얽힌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하고 그 가운데 삶의 교훈이 될 점을 배워보기로 한다.

 

 나의 유년 시절은 남달리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어린 나이에 당돌하게도 혼자 지내는 시간을 지루하게 여기지 않고 삶의 여유로움으로 활용했던 것 같다. 나이 어린 생각에 대부분의 짐승들이 홀로 날거나 기는 모습을 보며 '쟤들도 나처럼 혼자구나' 하는 착각에 뭇 야생동물들과 쉽게 동화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동물의 세계에 관해 남달리 관심이 많았다

 

 유난히 동물을 좋아하는 평소 나의 그런 모습을 애인케 여기신 부모님께선 강아지를 비롯해 갖가지 애환용 가축들을 많이 기르셨다.

 

 그중에는 성미가 급해 불같은 동물들도 많았다. 성미가 불같은 동물 중에 대표적인 다람쥐가 있었는데 성미가 얼마나 급했던지 먹이를 주느라 제 새끼 낳아 놓은 모습을 잠시 들여다봤다고 제 새끼 여섯 마리를 하룻밤 사이에 죄다 잡아먹어버리는가 하면 부부애가 세상 제일이라고 칭송이 자자한 잉꼬는 물통에 물을 조금 늦게 갈아준다는 이유로 정성을 다해 보살펴준 제 주인은 물론 동고동락하던 제 짝을 헌신짝 버리듯 한 채 물을 갈아주는 사이 수컷은 새장을 박차고 나와 날아가 버렸고 졸지에 짝을 잃은 암컷은 새장에 홀로 남아 상대 없는 애정을 난발했었다. 이 모습을 가련하게 여긴 아버지께서 새장 문을 열어 날려 보내셨다. 한때는 토끼를 기른 적이 있었는데 성미가 급하긴 토끼도 마찬가지였다.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는데 먹이를 조금 늦게 줬더니 소리 소문 없이 제 새끼를 죄다 물어 죽였다는 것이다.

 

 이렇듯 성미 급한 동물 중에 참새가 으뜸인데, 참새는 어느 조류들보다 성미가 급하다더니, 하루는 아버지께서 낚시 가실 채비를 하고 계시는 모습을 아무런 생각 없이 지켜보고 있을 무렵, "! 하고 안방 유리창에 무엇인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아버지와 함께 유리창이 있는 쪽으로 가보니 "이게 웬일, 참새 한 마리가 창공을 날다 무엇엔가 쫓겼던지 급한 김에 우리 집 안방으로 날아든다는 것이 유리가 있는 줄도 모르고 방안만 보고 날아들다 맨땅도 아니고 유리에 그만 헤딩을 하고 만 것이었다. 참새는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혼수상태였다

 

 아버지께서 기절해 유리창 밑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듯 떨어져 있던 참새를 전에 기르던 잉꼬 새장에 넣어두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금한 성미 탓에 좌충우돌(左衝右突) 새장 속 사방 벽을마구 들이받으며 요동을 치는 통에 곧 죽을 것만 같았다. 넓은 대자연에서만 자유로이 날며 생활을 하다가 좁디좁은 새장 속에 갇혀 있으려니 못 살 것 갔다며 아버지께서 곧바로 날려 보내셨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쉽게 웃을 수 없는 참새에 얽힌 한 가지 우화가 있다. 형님이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일이다. 평소 아버지께선 엽총에 무척 큰 관심을 보였던 형님이 걱정되어 엽총을 함부로 만져 보지도 못하게 하셨을 뿐 아니라 당신께서 출근이나 외출하실 때면 비교적 높은 곳의 벽장 속 깊이 엽총을 감추어 놓으시곤 하셨는데 호기심이 충만할 나이 때라 아버지처럼 

 

 멋지게 참새 한 번 잡아보는 게 소원이라던 형님이 그날따라 호기심이 발동했던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절친과 함께 점심밥을 먹으러 학교에서 집으로 잠시 왔다가 점심밥을 먹은 후 친구에게 아버지 엽총을 자랑하고픈 철없던 생각에 책상 의자를 벽장 밑에다 놓고 친구더러 의자 위에 엎드리게 한 다음 친구의 등을 딛고 올라서서 벽장 속 엽총을 꺼내어 창문 밖 맞은편 이웃집 지붕 위에 줄지어 지저귀던 참새들을 향해 잔뜩 멋을 부리며 폼도 거창하게 엽총을 겨누어 방아쇠를 당겼는데 순간 "!,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곁에서 구경을 하던 형님 친구가 앞으로 고개를 숙이며 쓰러지듯 했었고 "아뿔싸! 큰일이다" 하는 순간적인 생각은 형님이나 옆에서 참새의 숫자를 헤아리고 있던 나 역시 같았으리. 앞으로 꼬꾸라지듯 스러졌던 형님 친구를 살펴보니 다행히 오발된 총탄이 허벅지를 스쳐 간 모양이었다. 총탄이 스쳐 간 허벅지에선 약간의 피가 흘렀고 혼비백산했던 형님은 빨간 약을 친구의 허벅지에 발라주었던 정말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그 후, 그 일을 아셨던 것인지 모르셨던 것인지 몰라도 아버지께선 엽총을 처분해버리셨다. 그 일은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세 사람 외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이 몇 가지 추억을 일깨워줄 일들이 요 며칠 전부터 우리 집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곤 한다

 

 문학 작가로서 본격적 작업을 시작한 이후 하루 중 첫 시작은 새벽이나 이른 아침이 아니라 늦은 오전이 기상 시간이 된 지 꽤 되었는데 늘 단잠을 이루지 못한 채 무거운 눈꺼풀로 하루를 맞이하는 나에게 첫 목소리를 들려주는 생명체는 잔소리꾼 참새다.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 거실 창문 좁디좁은 틈 사이로 떼를 지어 지저귀는 참새들 정겨운 소리가 마치 먼 옛날 

 

 헤어졌다 다시 만난 친구의 목소리인 듯 눈이 번쩍 뜨인다.

 

 가끔 아내와 글 스케치를 겸해서 산책을 하다 보면 요사이 보기 드문 참새 떼가 무더기로 자동차가 질주하는 대로를 통째 차지하고 사람들이야 지나다니든지 말든지 관심조차 없는 듯 앙증맞은 부리로 먹이 사냥에 온 신경을 쏟는 모습을 만날 때도 있고 인파들 걸음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세월이 마냥 흘렀어도 늘 같은 모습 같은 표정으로 무엇이 그리도 바쁜 건지 

 

 한순간 쉴 틈도 없이 먹이를 나르는 개미 떼를 접할 때가 있는데 만약 저들이 인간들처럼 계산할 줄 안다면 대자연 기업을 상대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파업부터 하려 들 테지.라고 혼자 실없이 웃어보지만, 그 웃음 끝자락엔 씁쓸함이 묻어났다. 환경 맑고 공기 맑던 시절엔 저들도 풍년 든 나락 논에서 벼 이삭 지키는 허수아비 어깨동무로 부지런함과 게으름의 교본이 되어 천진난만한 동심들의 영혼 속에 꿈의 씨앗을 심고 희망의 물을 줄 때도 있었는데 이 시대의 사람들은 왜 이다지도 삭막하고 정 없는 세상을 살아야 할까!

 

 얼마 전부터 가난한 우리 집 큰방 베란다 바닥을 줄지어 기어 다니는 개미들을 보게 된 아내가 이상하다는 듯 물었다

 "왜 요즈음 개미들이 우리 집 주변을 저렇게 꼬이냐?” 

 "개미가 많이 모여들면 그 집은 머지않아 부자가 된다더라.” 

 무심히 대답은 했지만, 이 세상 하늘과 땅을 날고 기는 미물(微物) 중 가장 체구가 작은 참새와 개미가 나의 문학 인생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나의 문학 인생이 얼마나 더 이어질는지 모르는 일이지만, 참새와 개미는 내 글의 세계 영원한 참 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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