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개미 2부작 1부
김철이
세상은 날이 갈수록 과학 문명의 혜택을 등에 업고 윤택한 걸음을 재촉하는데 사람들의 인심은 날이 갈수록 야박해지고 각박해지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예전엔 낯선 길을 가다 길을 몰라 어느 누구를 잡고 물어보아도 본인의 갈 길이 아무리 바빠도 마치 자신들의 부모, 형제들에게 길을 가르쳐 주듯 길을 묻는 이의 손목을 잡고 친절하게 목적지를 일러주는가 하면 본인이 모르는 길이라면 다른 행인들에게 물어서라도 길을 찾는 이의 목적지를 일러주곤 했었다. 한데 요즈음 인심은 어떤가?
예전처럼 그렇게 친절히 길을 가르쳐 주는 이도 없겠지만 간혹 그런 사람이 있다손 치더라도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주는 이의 마음도 모르고 마치 치안이나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하는 것이 태반이다. 심한 경우엔 길을 몰라 쩔쩔 매고 있는 것이 안쓰러워서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 줄 양이면 오히려 정신질환자나 길을 가르쳐 준다는 구실로 자신을 납치하려는 범죄자로 취급해 버리는 일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음을 지상이나 지면 보도를 통해 접할 때마다 입맛을 쓰게 한다.
가끔 길을 가다 목격하는 모습인데 타지방에서 온 사람이거나 연세가 많으신 노인네들이 길을 물어볼 시면 대다 수의 사람들이 길을 묻는 이의 행색이나 옷차림부터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행색이나 옷차림이 조금 남루하거나 못 사는 서민층이라고 느껴지면 알면서도 본인도 모른다고 잡아떼고는 자기 갈 길을 휑하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 사람은 양반에 속한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은 한겨울도 아닌데 무슨 손이 시리다고 양손을 호주머니 속에 쑤셔 넣은 채 불순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입을 앞으로 쭉 내밀어 방향을 가르쳐 주는 시늉을 하거나 발로 여기저기를 가르치며 길을 일러주는 시늉을 하다 길을 묻는 이가 말귀를 잘못 알아들을 시면 벽창호를 보듯 오히려 본인이 짜증을 내며 휑하니 가버리기 일쑤다.
동방예의지국이라 널리 알려진 우리나라 국민이 언제부터 본인만이 생각하는 개인주의 이기주의로 변해 버렸는지 국제화 시대가 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인들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그들이 이런 모습들을 목격했을 때 뭐라 흉을 볼 것인가 사뭇 걱정스럽다.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이에 반해 땅을 기어 다니는 개미를 자세히 관찰해보면 온 길가를 먹이를 찾아 기어 다니다 어느 한 마리가 먹이를 발견하게 되면 잽싸게 동료들이 생활하는 땅굴로 기어가 어느 지점에 어떤 먹이가 있으니 모두 힘을 모아 그 먹이를 굴로 옮겨 가자고 자기들만의 대화법으로 알려주고는 그 먹이가 개미 굴로 다 옮겨질 때까지 먹이를 발견했던 개미는 동료들이 행여 길이라도 잃을세라 줄곧 안내자 역을 맡는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도 없고 생각도 없을 듯싶은 참새를 유심히 살펴보면 개미의 습성과 흡사한 생활습성을 발견하곤 하는데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기로는 참새는 본디 욕심 많고 이기심 많은 텃새로 알지만, 참새들의 평상시 행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동료들이 먹이를 쪼다 정신이 팔려 둥지로 돌아가는 것을 잊고 있을 때면 날아가던 날개를 되돌려 짹짹거리며 동료들에게 함께 둥지로 돌아갈 것을 일러주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아침에 먼저 눈을 뜨는 새가 한 알의 먹이라도 더 쪼아 먹을 수 있다고 했던 말도 있듯이 날아다니다 먹이를 먼저 발견하는 새가 있으면 동료들에게 어디에 가니 먹이가 많이 있더라며 일러주고 데려와서 함께 먹이를 먹고 가는 모습도 능히 볼 수가 있다.
세상은 인간이건 짐승이건 무리에 의해 지속적해서 생존해 가고 있음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같은 무리에 대한 소중함을 점차 잊어 가는 듯싶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참새와 개미는 내 인생 여정에 있어 많은 이야기와 숨은 우화가 있다. 유년 시절 외톨이 아닌 외톨이로 생활해야 했던 나는 남달리 외로움과 그리움이 많아 아무리 작은 곤충이나 벌레들도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기지 않았다. 어떤 벌레가 땅을 기어가더라도 예사로 보지 않고 그 벌레와 손쉽게 동화되어 벗이 되고 가슴속 대화를 나누곤 했었다. 개미들이 먹이를 찾아 분주하게 오갈 때면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 몰래 내가 먹던 과자나 빵을 잘게 잘라서 개미들이 오가는 길목에 놓아두고 지켜보고 있노라면 처음 먹이를 발견한 개미는 깜짝 놀라 한동안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다가 빵이나 과자 한 조각 베어 먹지 않고 곧바로 동료들이 있는 굴로 향하곤 했다. 개미 여섯 개의 다리는 숏다리가 분명한데도 1~2분의 짧은 시간이 흐른 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동료를 모아 오는지 새까맣게 무리를 지어 기어 오는데 신기하게도 하나 흩어짐 없이 대열을 지어 꼭 군대 병력이 이동하듯 하였다. 어떨 땐 먹이가 너무 커서 개미굴 입구 안으로 물고 들어가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개미들을 건드리지 않고 개미들 몰래 송곳·볼펜 등으로 개미굴 입구를 조금씩 넓혀주면 고맙다는 듯 개미들은 한층 더
신이 나 한참 동안 굴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 빠른 걸음으로 먹이를 물어 나르곤 하였다.
그 당시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알았었다면 개미들을 도와주려다 사람 사는 집 다 망가지겠다며 꾸중을 대로 얻어먹었을 일이지만 말이다. 또 한 시절엔 몇 년간 개미들 때문에 곤혹을 치르며 개미만 눈에 띌 양이면 잡아 없애기, 일쑤였고 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개미가 있을 땐 가족들을 시켜 어떻게 하던 개미를 잡아 없애곤 하였다. 시대가 변하고 모든 생명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하다 보니 개미들도 변종이 되고 영악해진 탓인지 몰라도 그 시절에 접한 개미들은 내가 어릴 적 먹이를 주고 집을 넓혀주며 귀여워 벗이 되던 그런 앙증스럽고 몸집이 작은 개미가 아니라 한눈에 보아도 능히 알 수 있을 만큼 몸집도 훨씬 더 컸고 몸의 색깔조차 시커멓게 무서웠던 존재였는지 모른다. 바닷속 망둑어가 뛰니 어물전 꼴뚜기도 뛴다는 말처럼 새들이 나니, 개미들도 날개를 달고 날고 싶었든지 등창에 날개를 단 개미의 존재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 개미들은 사람들을 잘 깨물어 물린 부위가 퉁퉁 부어오를 정도였으니 어찌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겠는가! 그 개미들의 극성은 여름만 되면 더 심하게 성화를 부려 짧은 옷차림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큰 고초를 주었고 나 같은 경우만 하여도 여름만 되면 날개미들의 기성은 한층 심해졌고 특히 해가 지고 집안에 전깃불만 꺼놓으면 어디서 날아드는지 몰라도 건물 안으로 침투해 괴롭히는 통에 여름밤이 그렇게 두렵고 무서웠던 시절이었다. 그 개미들의 무시무시했던 위력은 여름밤만 되면 극에 다다랐으니 이 모두가 인간들이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손하고 훼손한 죄의 작은 벌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참새와 나의 만남은 악연으로 시작된 듯싶다. 참새와의 처음 만남은 내 나이 일곱 살 때 아주 젊은 시절부터 사냥을 즐겨하셨던 아버지께서 어느 날 어떤 짐승의 고기인지 모를 짐승의 고기를 불에 구워 먹으라고 주셨고 철없던 시절이라 그 고기가 어떤 짐승의 고기인지 여쭤보지도 않은 채 그저 쫄깃한 식감과 맛있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먹기만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참새고기라 하셨고 아무런 죄의식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아버지께서 많이만 사냥해 오시기만 바랬었다. 그 당시만 하여도 자연 훼손이 전혀 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참새가 떼를 지어 날아다니곤 하였다. 거의 주말마다 누이동생을 데리고 동네 주변을 두루 다니면서 엽총으로 참새 사냥을 하셨던 아버지께선 몇 시간 되지 않아 사냥한 참새의 목을 새끼줄로 굴비를 엮듯 꾀어오셔서 우리 형제들에게 구워주시곤 하셨다.
유년 시절의 흘러간 옛 추억을 써내려 가자니 우리 세상 사람들이 미물이라 하찮게 여기는 짐승들의 생활습성을 한평생 사는 동안 삶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고백이 절로 나온다. 특히 정치이념이 다르고 정책이 다르다 하여 죄다 꼬시래기 제 살 뜯기인 것을 시도 때도 없이 서로를 헐뜯고 비방을 퍼부어 대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비록 미물에 불과하지만, 단합할 줄 아는 개미와 참새의 생활습성을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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