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모르겠소.”

松竹/김철이 2020. 12. 14. 08:43

“모르겠소.”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누구나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가 있습니다. 아예 질문을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답을 알지만 대답을 못할 때, 어떻게 해도 답을 하지 못할 때가 그렇습니다. 

 

세례자 요한에게 "당신은 누구요?"라고 거듭 질문을 하던 이들이 오늘 예수님께 묻습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오?"

 

 

그들의 질문은 예수님에게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무시하며 그분을 무너뜨리려 그분의 배경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 사이에 계셨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하느님의 자리에는 자신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처음부터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되물으십니다. 

 

 

"요한의 세례가 어디에서 온 것이냐? 하늘에서냐, 아니면 사람에게서냐?"

 

 

예수님의 대답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왔어야 한다면 그들은 하느님의 자리에서 대답을 해야 했습니다. 곤란한 것은 자신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세례자 요한은 인정할 수 없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분명 사람들 모두가 하느님의 사람으로 알고 있었으나 그들의 자리 때문에 어떤 움직임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모르겠소"

 

 

그들의 대답은 모호했고 그들 스스로를 무너뜨립니다. 어떤 것도 하느님의 뜻으로 말할 수 없었던 자신들이었기에 예수님께 권한을 묻는 것의 힘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자격을 말하는 세상. 그것을 지키기 위해 다툼을 벌이는 장면은 우리 눈에 낯설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입니다. 자격이나 배경이 아닌 살아계신 하느님과 가르침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나온다 하더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