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공간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松竹/김철이 2020. 12. 9. 09:02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정호 빈첸시오 신부님(부산교구 괴정성당 주임)

 

 묵상 듣기 : youtu.be/Ii_vnrOFy5g

  

 

우리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말씀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 다가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언젠가부터 주님께 다가간다는 의미가 그분 곁에 머물며 그분이 주시는 은총을 받으며 사는 것처럼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기복신앙'이라고 말하는 복을 빌고 짓는 식의 신앙이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을 이루는 것을 봅니다. 

 

기도하면 들어주실 것이라 말하고 하느님과 주고 받기를 지속하는 것으로 신앙을 파악하기도 합니다. 주님은 전지전능하시니 당연히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있고 주님 말씀처럼 주님은 마음이 온유하시고 겸손하시니 우리를 편견 없이 대하시고 어떤 경우에도 너그러운 모습으로 오시리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옳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런 주님께 간다는 것은 우리가 기도하고 그분이 응답하시는 것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예수님이 세상을 떠나신 승천은 우리가 가장 슬퍼해야 하는 사건이 되고 말겁니다. 오히려 주님의 초대는 주님에게서 배우라는 의미가 더 큽니다. 우리가 주님의 모습을 닮아야 이 모든 고생과 무거운 짐에서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거울을 보듯 주님을 보며 내 모습을 단장하고 주님처럼 마음을 온유하고 겸손하게 가져야 우리의 모든 삶의 순간들이 하느님의 뜻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씀하십니다. 그분의 모습으로 세상을 살 때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짐과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응답을 기다리는 것을 주님께 매달린다고 말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또 그것만을 이야기 하며 사람들의 눈물과 정성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자신들의 말이 주님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으로는 하느님도 원하지 않는 것만이 가득해지고 그것으로 하느님을 꾸민다면 하느님의 모습은 온유함과 겸손함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느님이 바뀌실 리는 없지만 우리가 그리는 하느님의 모습은 이미 많이 달라졌었고 망가졌었으니 그런 식으로 세상과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주님처럼 세상을 사는 것이 주님께 다가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 삶에서 나오는 기도가 하느님께 봉헌되도록 우리의 모습을 바로 세워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