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竹묵상글

일어나 걸어라

松竹/김철이 2020. 2. 11. 23:29

일어나 걸어라


                                                                       김철이 비안네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필수적으로 유아기를 거친다. 또한, 이 시기에 걸음마를 배우는데 이 생의 과정에서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을 넘어지고 엎어지며 일어나곤 한다. 이 유아기 걸음마는 누가 가르쳐 준다고 깨우쳐지고 터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엎어지고 넘어지는 실패의 과정 중에 스스로 깨우쳐 걸어 나아가는 것이다. 아울러 유아기 세상을 향해 걷기 위해서 첫걸음을 뗐을 땐 그 무엇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황홀했을 것이나 한번 넘어지고 두 번 엎어지다 보면 두려움이 생겨 어떤 아기들은 걸음마를 포기한 채 어른들의 눈치를 살피는 한편 주저앉아 엉덩이로 뭉그적거리며 이동하기도 한다. 엄한 부부들은 이러한 모습에 꾸짖거나 강제로 일으켜 세워 걷게 하는데...

 

 인간의 육신을 타고 나셨다.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제외하고 인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죄(原罪)를 지닌 채 태어나는데 삼위일체 하느님과 순결하신 성모님을 어버이로 섬기는 가톨릭 신앙을 지닌 이들은 지니고 태어난 원죄에 억눌려 평생을 살면서 매 순간 유아기 걸음마 시기를 맞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을 무렵에야 철이 든다고 했듯 우리 신앙인들은 갖은 유혹의 요소들의 다리걸이에 쉽사리 걸려 넘어진다.

 

 재물의 다리걸이, 출세의 다리걸이, 사람에 대한 다리걸이 등 갖가지 마귀(魔鬼)의 다리걸기에 걸려 넘어져 이마가 깨지고 무릎이 터지곤 하는데도 눈에 보이는 상처도 없고 흐르는 피가 없다 하여 무심히 흘려 보낸다. 이때 우리의 영적 부모님의 성심은 얼마나 아프실까, 하고 묵상해본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만약 육 적 자식이 길을 걷다 돌부리에 걸려 다치거나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다쳤을 때 육 적 부모가 걱정하는 건 당연지사인데 육 적 자식은 별거 아닌데 호들갑을 떤다며 핀잔을 받곤 한다.

 

 육 적 부모님의 가정교육을 거스르면 불효자식이라 손가락질 세례를 면할 수 없는데 인간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핑계로 영적 어버이의 가르침은 세 끼니 밥 먹듯 거슬리고도 매번 너무나 태연스럽다.

 

 정의(正義)와 도덕(道德)이 실종된 세상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남의 것을, 몰래 훔치거나 강제로 빼앗는 건 예사이고 사람으로서는 결코 범해서는 안 될 묻지 마, 폭행에 묻지 마, 살인마저도 때때로 발생하는가 하면 중국 우한에서 발병된 신종 폐렴, 코로나 때문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온통 떠들썩한 이즈음에 돈 몇 푼에 신앙을 파는 이들이 있어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자신들의 말로는 장난삼아 했다고는 하지만, 우한 폐렴 환자가 자신의 기도를 받으면 낫게 되니 자신의 기도를 돈을 주고 사라는 허무맹랑한 낭설을 만인이 접하는 인터넷상에 유포하여 민심을 어지럽히는 행위는 신앙을 지닌 이가 아니다 할지라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지만, 이러한 행위가 성행하는 그 자체의 책임을 신앙을 지닌 우리가 죄다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전적 마귀의 유혹에 걸려 넘어진 극소수의 신앙인은 자신들이 마치 예수그리스도의 능력을 통째 다 받은 듯 기도를 해주거나 상담을 해준 대가를 요구한다는 것인데 이 터무니없는 행실머리로 인해 폐렴, 코로나 기도 사건이 속출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신앙인들이 일심동체 한마음 한뜻으로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파괴로 유발된 신종 전염병이 더 이상 번지지 않기를, 본의 아니게 전염병 피해자가 된 이들의 빠른 쾌유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일어나 걸어라라고 하신 예수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되새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