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 자세(3) 부르심에 응답하는 태도
김철이 비안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하여 이 세상에 오실 때의 모습을 묵상해 본다면
얼마나 겸손하고 헌신적 삶의 토양으로 오셨는지 한 눈으로 능히 볼 수 있고 아무리 벽창호
같고 무쇠 같은 감정을 지닌 소유자라 하여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세상의 단어를 한자리에 모아놓아도 예수 그리스도를 불러 모실 말이 마땅하지 않을 정도
로 존귀하신 분이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해서 세상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내저을 그렇게
낮은 자세로 오셨겠는가 말이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굳이 허물 많고 제 잘 났다 으스대는 우리를 사
랑 하시어 이 땅에 내려오시지 않아도 될 분이신데 우리를 사랑하신 까닭에 우리 인류가 지
은 엄청난 큰 죄 때문에 우리 자신들이 올라갔어야 했을 십자가상으로 자진하시어 올라가셨
다는 것이다. 세상 창조 이후부터 이 땅의 모든 인간이 저지른 잘못과 오류, 그리고 무의식
중에 지은 죄악은 말로는 다 표현하기 어려울 거라는 것이다. 그 죄인 중에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앉아있는 우리도 분명히 속해있으며 인류 죄인들 일부라는 것이다. 언젠가
같은 신앙을 지닌 한 교우와 대화를 하던 중 이런 말을 들었던 일이 있다. 신부님이나 수녀
님들, 그리고 열심히 신앙생활 한다는 교우들은 입만 열면 예수님께선 우리 때문에 십자가
상에 못 박혀 돌아가셨다고 하는데 그건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예수님께선 2000년 전에
사셨던 분이고 우리는 시대를 뛰어넘어 2000년 뒤인 2020년에 살고 있는데 어떻게 예수님
께서 우리 죄를 대신하여 돌아가실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신앙심이 두텁지 않은 이의 말이었다고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말이었다. 지
금에 와서 묵상해 보면 그 말을 했던 교우의 입과 말을 빌려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라시는
주님의 가르침이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잘못된 것은 내 탓으로 돌리
고 잘된 일은 모두 네 탓으로 돌리라 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큰 교훈적 말씀이었다는 것이
다. 주님의 가르침은 이를 지인데 우리들의 삶은 정 반대편에 서 있다는 것이다.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시는 모두가 네 탓이요, 잘 되고 좋은 일이 생길 시에는 모두 내 탓으로 돌린다
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좋지 않은 일로 다툴 때의 모습을 묵상해 보자. 우리가 다툴 때 서
로에게 손가락으로 삿대질하게 되는데 이때 다섯 개의 손가락 중 하나는 상대를 향하며 가
장 으뜸으로 치는 엄지손가락은 하늘을 향해 치솟고 나머지 세 개의 손가락은 삿대질하는
자신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모습을 골똘히 묵상해 보면 상대의 잘못이 하나라면 자신의 잘못은 셋이나 되면서도 자
신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셋이나 되는 죄
때문에 아무런 죄도 없으시고 우리를 영원히 짝사랑하셨던 잘못밖에 없으신 우리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왜 삿대질을 받아야 하고 욕을 먹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신
앙인으로서 부르심에 응답하는 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이 걸으셨던 십자가
의 길을 따르는 제자라면 먼저 이 삿대질에 숨은 진리부터 하나하나 분석하여 묵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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